관리 메뉴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UN의 해조류 선언과 해조류 식량 혁명 본문

3면/쟁점 기고

UN의 해조류 선언과 해조류 식량 혁명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4. 4. 21:17

-공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김광훈

 

  집밥 전성시대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하루 어느 시각이든 가정 요리에 관한 프로를 한두 군데에서는 하고 있고 이중 상당수가 김, 미역, 다시마 또는 톳 등 다양한 해조류를 사용한 조리법을 소개한다. 코로나 시대에 외출이 줄어들고 건강 관리에 관심은 높아지면서 해조류의 노출 빈도는 훨씬 높아졌다. 몸에 좋은 점은 열거할 필요도 없고 해조류는 본래 맛있다.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김을 제외하고라도 모든 조미료의 기본 재료인 MSG도 원래 다시마에 있던 성분을 추출하여 만든 것이니 우리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해조류 제품을 접하고 있다. 아침에 토스트에 잼을 발라 먹고 치약을 써서 이를 닦은 후 기능성 화장품으로 단장을 하고 나왔다면 최소한 해조류 제품을 세 번은 접한 셈이다. 위의 제품들에는 모두 해조류에서 추출한 다당류 물질이 안정제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해조류는 주로 아시아권에서 생산되고 그중 식용 해조류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을 포함한 동북 아시아권에서만 생산되고 소비됐으나 점차 전 세계로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식량 자급률이 거의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에서 해조류는 매우 드문 수출 효자 상품이다. 대표 상품인 김은 2010년 처음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에만 수출 시장이 600% 성장해서 2020년에는 6억 달러로 연평균 16%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수산물 수출에서 김 한 종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25%가 넘고 100개가 넘는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의 폭과 규모는 전통적인 국제적 작물인 인삼이 고작 3억 달러 수준의 수출액으로 근접할 뿐 다른 농·수산품들은 아예 비교할 수도 없다. 1차 상품인 해조류는 여러 단계에 걸쳐 고용 및 산업 유발 효과가 매우 높다. 예컨대, 김과 다시마를 바다에서 생산하면 배후 어촌에 인력이 유입되고 다른 농산품처럼 바로 신선 제품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찌고 말리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 해조류는 가공 공장의 설비 증설을 통해 또다시 고용을 일으킨다. 이처럼 바다에서의 생산으로부터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해조류 양식은 도시화에 소외되기 쉬운 지역사회에 고용을 일으키고 산업에 활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해조류 양식이 강을 통해 유입되는 도시 하수의 영양염을 흡수하여 수질 환경을 정화하고 대기 중 CO2를 감소시키는 것은 덤이다.

 

  해조류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인류의 미래 먹거리로서 해조류가 갖는 가치에 주목하여 UN은 작년 9월 해조류 선언 “Seaweed manifesto”를 채택하고 후속 조치로 올해 317일 안전한 해조류 연합 (Safe Seaweed Coalition, 약칭 SSC)을 발족하였다. 로이드 재단의 재정적 후원을 받아 UNGlobal compact팀과 프랑스의 CNRS, 세계 식량 기구 (FAO) 및 네슬레 등 다국적 식품회사까지 참여한 그야말로 본격적인 국제기구의 출범이다. 해조류 식품을 지구상 어떤 나라보다도 더 많이 소비하고 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와 같은 국제적 관심이 무척 기쁜 일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국제 사회에서 미래 먹거리의 중요한 자원으로서 해조류 식품의 안정성과 생산 및 가공 전 단계에 대해 지금까지 보다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즈가 주관하고 국제적 전문가를 초청하여 개최한 토론의 패널로 참여하며 받은 인상은 해조류 혁명 “Seaweed Revolution”이라는 모토로 수많은 국가가 참여하여 안전한 해조류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식품으로 유통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 결과 선도국으로서 우리나라의 해조류 산업이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식품 안전성에 대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기준은 우리나라와 확실히 다르다. 예컨대 해조류에 포함된 유기 비소와 요오드 등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오랫동안 해조류를 식용해 온 나라들 입장에서는 굳이 검증의 필요성을 따로 느끼지도 않고 법전에 한계 검출량이 표시조차 되어있지 않다.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수록 요오드 함량 등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는 유럽과 미국 등의 국가에 대해 국제적 기구를 통해 ASC/MSC 인증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생각지도 않은 큰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농산물과 비교하면 해조류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너무 부족한 점이다. 전체 시장이 천억 원도 채 되지 않는 농산물들도 각각 별개의 연구소를 갖추고 생산 농민들이 다양한 기술 지원을 받고 있는 데에 비해 전체 시장 규모가 4조 원 가까이 되는 해조류의 생산과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연구소나 지원 조직이 거의 없다는 것은 거의 무심한 수준이다. 목포에 있던 수산 과학원의 지원에 열 명 남짓의 연구직 공무원들이 있긴 하지만 이 인력으로는 생산 어민들의 행정 지원에도 급급한 수준으로 넓은 비전을 가지고 해조류 산업을 연구하고 육성하는 것은 난망이다. 대학 등 민간 연구자에 대한 R&D 지원도 농산물에 비하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양식장을 황폐화하는 해조류 질병은 기후변화에 따라 점점 더 잦아지고 피해 규모도 심각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제대로 된 연구 없이 양식 어민들의 경험에만 의존하여 이와 같은 질병에 잘 못 대응할 경우 식품으로서의 안정성과 신뢰를 크게 해칠 수도 있다. 인류의 미래 먹거리로서의 해조류의 가치는 이제 막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드물게 우리나라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 지속해서 잘 성장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연구자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