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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연대하기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본문

3면/쟁점 기고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연대하기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6. 3. 13:00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202121일에 발생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한국시민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렬하게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념과 지역, 영역과 세대를 넘어 광범위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흐름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한국 시민들의 인상적인 연대와 지지는 미얀마 시민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쿠데타 발생 이후 백일이 넘어가고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가고 있는 지금, 미얀마의 시민들을 지지해 온 한국 시민사회의 과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미얀마 군부와 연결된 한국기업 문제

  20198, 유엔 미얀마에 대한 독립적 국제진상조사단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 MEHL이 미얀마 군부의 학살 작전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과 함께, MEHL과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기업인 포스코 강판, 이노그룹, 태평양물산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202011, 국제엠네스티는 MEHL의 자금이 로힝야 학살에 앞장선 33경보병대대(이 부대는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들의 학살에도 동원되었다)를 비롯한 일선 부대들에 배당을 해온 사실을 밝혀내었고, 해당 기업들에 질의서를 발송하게 되었다.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미얀마 인권단체인 ‘Justice for Myanmar’와 공동으로 위의 세 기업에 더해서 양곤에서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부지에 호텔을 운영하는 롯데호텔과 미얀마 해군에 군함을 수출한 것으로 드러난 대선조선을 더하여 5개 기업에 대해 국가인권위 등에 진정을 제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진정 당시에는 언론이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쿠데타 이후에 미얀마 군부와 연결된 한국기업들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포스코의 경우에 MEHL과 합작법인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해서 대선조선의 군함 수출 계약 당사자가 포스코 인터내셔널임이 드러났고, 포스코 건설과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롯데가 운영하는 호텔사업의 지분을 절반 이상 가진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가스개발사업은 매년 2,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이 미얀마 석유가스공사에 지불되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얀마 현지는 물론 한국과 국제사회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사업이 되었다. 포스코는 사업 자금이 국책은행을 통해 지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얀마 석유가스공사가 군부에 의해 계속 통제되어 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직후에 결성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이하, 시민 지지모임)” 은 포스코와 가스공사가 미얀마 군부와의 유착관계를 단절할 것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여 한 달 간 모여진 1만 명의 서명을 지난 54일에 포스코에 전달하였다. 국회가 이례적으로 미얀마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정부 역시 전략물자 및 무기 수출 금지와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재검토라는 조치까지 발표하였지만, 만 명의 시민들만이 한국 기업과 미얀마 군부와의 유착관계 단절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군부와 연결된 한국기업 문제는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성역으로 간주된 기업의 이익을 일정 부분이라도 포기하는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한국 사회의 합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이제 공은 국회와 정부에 넘어간 상황이다. 확실한 것은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미얀마 군부와 연결된 기업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해당 기업들이 국제사회의 제재대상이 될 위험은 물론이고, 한국시민들의 미얀마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 활동들도 자족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로 가기 위하여

  재한 미얀마인들을 중심으로 태국 국경지대에 “Korea Safe Zone”이란 이름의 난민캠프를 만들자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의 폭력을 피해 피신할 안전지대가 필요한 것도 맞고, 피신한 미얀마 시민들을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굳이 여기에 ‘Korea’란 이름이 붙어야하는지 의문이다. 소위 국뽕이라 불리는 한국을 내세우는 최근 일련의 흐름에 미얀마 시민들의 안전문제도 결부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더욱이 난민캠프가 태국에 건설될 것이라면 태국정부를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할 문제인데 벌써부터 한국을 내세우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의문을 갖게 한다.

 

  연대는 동등한 입장에서 출발한다. 한국시민들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가 성취한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지지를 넘어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의 투자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이고 인도적 지원은 조용히 이뤄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일부터 추진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얀마 군부와 연결된 한국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