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과 가족서비스 실천 현장의 대응 본문

3면/쟁점 기고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과 가족서비스 실천 현장의 대응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9. 19. 21:13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이선형 교수

 

정부에서는 보편적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건강가정기본법(2004)을 제정하였고 2005년 이후 총 4차에 걸친 건강가정기본계획을 통해 가족정책의 틀을 마련하였다. 또한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과 같은 가족지원의 전달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왔다. 특히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 이하 기본계획)에서는 ‘2025 세상모든가족함께라는 슬로건과 가족다양성 인정과 평등하게 돌보는 사회라는 목표로 4개 영역의 11개 과제, 25개 소과제를 통해 향후 5년간의 정책 비전을 제시하였다. 실천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4차 기본계획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가족의 다양성 포용이라는 추진 방향일 것이다. 실천 현장에서는 1차 기본계획 시행 당시부터 다양한 가족에 대한 개입과 지원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4차 기본계획에서는 동거인 제도, 부성우선주의 원칙 탈피와 비혼 출산에 대한 출생신고의 어려움 해소 등과 같이 3차까지의 기본계획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내용이 다뤄지면서 새로운 방향으로의 대응이 필요해지고 있다. 그동안 실천 현장에서 가족 다양성에 대한 수용성 제고 노력은 주로 다문화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다문화이해교육 프로그램). 그러나 좀 더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괄적 수용이 요구됨에 따라 실천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해교육으로 이들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양한 가족을 포괄한다는 것은 대상자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실무가의 입장에서 업무의 증가와도 연결될 수 있다. 특정 지역(수원시와 용인시 등 특례시)의 경우 인구가 100만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건강기정지원센터(혹은 통합센터)는 한 개소에 불과하다. 아무리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려 한다 하더라도 한 센터에서 인구 대비 수용가능한 실 인원은 한계가 있다. 일반 국민들이 보편적인 가족서비스 이용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실질적인 예산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며 실천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요구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전달체계의 외연 확장에 대한 부분이다. 1차와 2차 기본계획에서는 가족서비스 전달체계의 인프라 확충과 전문성 강화에 대한 노력이 강조되었다면, 3차 기본계획에서는 맞벌이와 출산친화적인 환경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돌봄의 문제를 지역공동체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다각도로 대처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이번 4차 기본계획에서는 기존 전달체계의 기능을 확대하여 지역수요를 반영한, 지역중심의 보편적 가족서비스 제공과 이를 위한 가족센터(생활SOC센터) 추진을 통한 외연 확대를 언급하고 있다. 가족센터는 202121개소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역특성을 반영한 우수사례 모델 발굴을 통해 가족소통과 교류로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대상자의 포괄성 문제를 해소하기에 현재의 개소 수는 부족한 감이 있다. 또한 기존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통합센터)의 기능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공간만 모아놓는 것으로는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일선 현장에서는 다양한 명칭의 기관들이 혼재된 상태로 운영되는 동안 현장 실무가들이 느낄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족 서비스의 수혜자를 위해서라도 전달체계의 단계적 통합을 서둘러 이러한 혼란이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실천 현장에서는 가족변화에 따른 차별화된 전략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특성화된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일선 센터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는 어떠한 실천 방법이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4차 기본계획 안에서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자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입양가족과 보호종료아동(자립지원청소년으로 명칭 변경)이 그러하다. 입양가족은 가정법원허가라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 구성된 보편적 가족이지만, 현재 이 대상자들에 대한 가족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이다. 4차 기본계획은 현재까지의 기본계획 중 입양가족과 관련한 내용을 가장 많이 포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지원이다. 현재 실천 현장에서 사업내 큰 틀의 변화 없이도 자조모임과 입양가족 편견에 대한 캠페인, 부모교육, 아이돌봄 등의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1인가구의 경우 건강가정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서비스 대상자로 확대되었지만,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가족서비스를 제공한 경우는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18세부터 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독립하게 되는 청소년이 이 사회에서 1인가구로 건강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이들을 위해 일선 센터에서는 다양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상자들을 포함한, 여타 특수한 욕구가 있는 대상자들에게 차별없이, 보편적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현장 실무가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가 발달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복지 욕구의 다변화로 인해 실천현장에서는 수혜자에 대한 고도화된 전문적 지원이 요구될 때가 많다. 이에 대해 얼마나 충분한 처우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정부가 고민해야 할 영역이다. 가족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는 서비스 영역에 대한 포괄성뿐만 아니라 대상자에 대한 포괄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수혜자의 폭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서비스가 확대·발전될 것이다. 현재의 전달체계와 인력으로는 일반인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적 가족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계획은 계획일 뿐, 이것이 시행되려면 구체적인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를 펼쳐나갈 수 있는 인프라와 전문 인력이 충분히 서포트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