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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은 것들, 변해야만 하는 것들 본문
변하지 않은 것들, 변해야만 하는 것들
요즘 뉴스를 틀어보면 2024년 9월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디선가 본, 또 언젠가 분노했던 소식이 다시금 되풀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몇 년 전, 우리 사회 전체를 분노와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N번방 사태’는 가해자와 피해자 범위가 더 넓어진 채로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앞에서는 학생도, 교사도, 군인도, 그리고 혼자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조차 사진 한 장만으로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쌓여만 간다. 그렇다면 정치판은 어떨까. 이른바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걸고 때아닌 ‘건국절’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고용노동부 장관과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지겹지도, 부끄럽지도 않은가 보다. 하긴, 국가인권위원장 후보가 나와서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질병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떠들어 대는 세상인데 역사 왜곡 논란쯤이야. 그래, 그럼 학교는 조금 낫겠지. 마지막 남은 희망을 품고 등교하다 보니, 지난 학기부터 조금씩 늘어난 현수막과 깃발이 어느새 학교 정문을 뒤덮고 있다. 무려 2023년 임금 협상이 아직도 타결되지 않아 수개월째 시위를 이어가야만 하는 교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과 땀방울이 학교 곳곳에서 기약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다.
국제사회로 잠시 눈을 돌려볼까. 수년 전, 대선 후보가 하리라고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혐오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숨 쉬듯이 내뱉었던 트럼프가 또다시 대선 주자로 나왔다.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입에 담는 것조차 꺼릴 말들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고, 인종, 성별, 지역을 잣대 삼아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강의실에 앉아서 2016년 미국 대선 결과를 보던 학부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벌써 햇수로 3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역시 그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며, 지난 10월 이후로 가자지구의 수많은 민간인들은 공포와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반복되는 사건 사고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쉽게 잊히는 현실이다. 불처럼 강한 분노는 그만큼 꺼지기 쉬우며, 답답한 마음은 금세 포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며칠의 짧은 충격, 몇 개월의 짧은 우려로 끝나서는 안 될 일들이 매일같이 반복되어 일상으로 굳어지고, 일상이 되어버린 이상 사람들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부디 분노하되 잊지 말고, 답답해하되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상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말이다.
유독 덥고 길었던 여름이 지나고 새 학기가 밝았다. 이번 학기에는 어떤 기사를 기획하게 될까 하는 마음으로 여름 동안 일어난 일들을 하나둘씩 돌이켜보니, 아직 세상에는 변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변하지 않은 것들, 그러나 반드시 변해야만 하는 것들을 되짚어 보며 끝내 희망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새 학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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