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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부족한 의사 인력을 대신하는 유령 같은 존재 PA 간호사들 본문
강연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선전홍보실장
※ PA 간호사는 Physician Assistant의 줄임말로 전공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간호사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에는 203개 간호사 교육기관이 있다. 입학정원은 2010년에 1만4천명에서 2020년에는 2만여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간호대학생들이 치르는 간호사 국가고시에는 대략 96% 이상이 합격을 하니 한해 대략 1만 9천여명의 간호사들이 새롭게 탄생 한다. 우리나라에서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전체 간호사수는 2019년 기준으로 41만5천여명이다. 이중에서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등에서 일하는 ‘활동 간호사’는 21만5천여명이다. 2010년에는 전체 간호사들 중에 활동간호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44.2%였는데 2019년에는 51.9%로 조금 향상되었다. 어렵게 간호대학을 마치고 간호사를 면
허를 취득했음에도 이들 중에서 절반 정도만 임상에서 간호 관련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1천명당 활동간호사수가 OECD국가 평균은 6.5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5명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임상에서 일하는 활동 간호사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주로 3교대를 해야하는 간호사들은 남들처럼 주말이나 연휴에도 제대로 쉴 수 없다. 밤근무, 불규칙한 교대노동을 해야하고 인력까지 부족하다보니 간호사들은 의료 현장에서 오래 일하지 못한다. 이들은 얼마나 바쁘게 일하고 있을까?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하루 중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잠시만요”이다. 간호사들은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마신다’고 표현한다. 밥을 먹는 시간이 대체로 5분을 넘질 않는다. 수습을 마치고 실제 근무를 시작한 신규 간호사가 업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갑자기 사직을 하는 ‘응급 사직’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또한 대부분 여성이다 보니 ‘임신 순번제’라는 황당한 사례가 여전히 남아 있고 육아휴
직을 한번 가려고 해도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대형병원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노동과정 ‘노동집약적’ 업종인 병원에서 인력은 수익과 직결된다. 사용자들은 가능한 적은 인원으로 병원을 운영하고자 하고 노동자들은 늘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80.9%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였으며. 인력부족으로 인하여 78%의 응답자가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있고 80%의 응답자가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병원간호사회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평균 근무년수는 1년 이상에서 3년 미만이 22.3%로 가장 많다.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은 2014년 28.7%, 2016년 35.3%, 2018년 42.7%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매년 새롭게 일을 시작한 간호사들 중에서 대략 절반 정도가 중도에서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심지어 대형 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60%가 신규 간호사라고 한다. 신규간호사가 많으면 이들을 교육시키며 일해야 하는 중간 경력의 간호사들은 더 힘겨운 상황을 맞게 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런데 간호사 부족과 관련 또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PA 제도이다. 대형병원에서 존재하는 이들은 병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주로 경력간호사들을 선발하여 전공의의 업무를 대체하고자 임의로 만든 제도이다. 병원별로 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 전임간호사, 진료협력간호사라고 부르지만 PA간호사라는 명칭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러한 PA간호사의 업무는 간호사, 전문간호사, 전공의의 업무가 혼재되어 있으며, 각 의료기관의 요구와 실정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어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인 규정도 없고 교육과정도 없는 말 그대로 임의 제도이다. 미국의 PA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별도 교육과 인증프로그램이 있고 정식직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2020년 보건의료노조가 8개 대학병원을 심층 조사한 결과 PA간호사는 717명이었고 기관당 평균 90여명에 달했다. 이것은 2019년 15개 국·사립대학교병원 실태를 조사하였을 당시 의료기관당 평균 5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실태조사를 해보니 PA들은 환자의 수술 부위나 상처 부위를 봉합하는 대리수술, 의사의 ID와 비빌 번호를 입력한 후 의사 대신 처방을 입력하는 대리처방, 진료기록지·진단서·사망진단서·협진의뢰서·검사의뢰서·시술 동의서를 작성한다고 응답했다. 공휴일이나 휴일, 명절 등 의사가 없는 시간에는 의사 업무를 대행하다시피 하는데 당직 의사가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는 야간에는 의사를 대신한 당직근무까지 처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술, 시술, 처치, 처방, 진료기록지 작성이나 주치의 당직 등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대신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며,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다. 실제로 의사단체가 간호사들의 대리처방 문제를 형사 고발한 사례가 있고 의료법에 PA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서 검찰이 대형병원들을 압수 수색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가뜩이나 부족한 간호사들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부족한 의사들의 공백까지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간호사들 숫자와 경력은 의료질 서비스와 직결되고 환자의 생명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지금 간호사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숙련된 간호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숙련된 간호사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당시 PA 및 간호사들의 업무가 더욱 과중되었고 환자-보호자들의 항의로 인해 심각한 감정노동을 해야했다. 집단 진료 거부와 코로나19 사태는 의료체계의 빈틈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의협의 주장과 달리 건강보험의 보장률 강화, 공공의료 확대, 감염병전문병원 등의 설립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력의 확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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