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의 쟁점과 미래 사회를 위한 연금 제도
기획의 변: 지난 3월, 18년 만의 국민연금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합의 과정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배제되었으며, 청년층에게만 과도하게 경제적 부담을 가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단행되었다고 비판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연금개혁이 이루어진 과정과 이번 개혁의 쟁점을 알아보고자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에 민간 자문위원으로 선임되었던 동아대학교 남찬섭 교수의 인터뷰를 담았고, 연금개혁에 대한 청년층의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청년특별위원장인 이겨례 활동가의 의견을 함께 실었다.
국민연금 개혁의 쟁점과 미래 사회를 위한 연금 제도
지난 3월 20일 여야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에 최종 합의하며 18년 만에 연금개혁이 성사되었다. 이번 개혁은 가입자가 매달 내는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오르고, 수급 나이에 도달하면 받는 연금액은 소득의 40%에서 43%로 상승한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국회는 이번 개혁의 명문화를 통해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라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래·청년 세대의 연금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이번 개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개혁이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들려오는 상황 속에서 개혁안의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나아가 올바른 방식의 국민연금제도를 고민해 보기 위해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남찬섭 교수를 만났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 내용
이번 국민연금 개혁은 전반적인 연금 지급 시스템을 바꾸는 ‘구조 개혁’의 방식이 아닌 연금에 적용된 숫자와 비율을 조정하는 ‘모 수 개혁’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모수 개혁은 주로 소득 대비 연금으로 내는 돈의 비율인 보험료율과 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인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개혁안에는 ‘출산 및 군 복무 관련 크레딧 확대’와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확대’가 명시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번 연금개혁의 핵심 내용은 무엇이며, 각각의 개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번 개혁을 통해 내년부터 소득대체율을 43%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매년 0.5%씩 올려 2033년까지 13%로 올리는 것으로 합의되었습니다. 아울러 사회적 가치가 높은 행위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제도인 크레딧이 강화되었습니다. 출산크레딧은 기존에 둘째 자녀부터 적용되던 것이 첫째 자녀부터 적용되어 12개월의 가입기간을 인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2008년에 도입된 군복무 크레딧은 기존의 6개월에서 12개월로 인정되는 가입기간을 늘렸습니다.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하여서는 여러 제안이 많았습니다만, 이번 개혁에서는 보험료 지원을 받는 지역가입자의 대상을 확대하는 조치만 포함되었습니다. 향후 지원 대상의 구체화와 함께 사각지대 해소책의 강화가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조치가 취해졌다는 점도 이번 개혁안의 핵심 내용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연금개혁은 모수개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모수’라는 표현은 제도를 구성하는 변수인데, 소득대체율이나 보험료율, 수급 개시 연령이나 가입 연령 등을 의미합니다. 다만 요즘 잘 사용하는 용어는 아닙니다. 예컨대 이번 연금개혁에 포함된 크레딧은 구조개혁도, 모수개혁도 아닙니다. 구조개혁은 제도들 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되는데, 결국 제도들 사이의 관계 조정 또한 각 제도의 모수 개혁을 통해 이루어지죠. 애초에 이 용어 구분은 1996년 세계은행이 공적연금의 비중을 줄이는 연금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구분법입니다.”
2차에 걸친 국민연금 개혁과 3차 국민연금 개혁의 구체적 진행 과정
전두환 정권 때 도입된 국민연금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연금개혁을 거치며 점차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운영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0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통해 연금개혁과 관련한 ‘24가지 시나리오’를 국회에 제출하였고, 2024년 3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는 500인 시민대표단을 구성하여 공론조사 기법을 통해 공론화를 진행하였다. 여야는 소득대체율을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다가 2025년 3월 14일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의 소득대체율 43% 제안을 수용하며 개혁이 단행되었다. 두 번의 연금개혁과 이번 세 번째 개혁에 이르기까지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의는 어떻게 변화하였으며, 이번 개혁이 진행된 구체적 과정을 물었다.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은 1973년에 처음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만, 1974년의 석유파동 탓에 시행이 연기되어 1988년에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당시 제도가 보험료 3%에 소득대체율 70%라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보험료 3%는 제도 시행 첫 5년 동안만 적용된 것이고 그 이후 5년은 6%, 1998년부터는 9%가 적용되었습니다. 또 소득대체율 70%는 40년 가입을 전제한 것인데, 당시나 지금이나 40년 가입은 거의 불가능하죠. 그리고 은행의 이자율이 10%가 넘던 시기였고, 평균연령이 75세 정도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연금수급기간도 15년 정도로 전망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보험료 3%, 6%, 9%를 이자율 10%의 40년 복리로 계산하고 15년간 소득대체율 70%의 급여를 받는다고 해도 적자가 나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죠. 물론 보험료율도 지속하여 올릴 것으로 계획하였습니다. 그런데 계획 후 10년이 지나 외환위기가 터졌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모델은 세계적으로 각광받았던 만큼 국민연금을 설계할 당시에 외환위기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태였습니다. 경제가 극단적으로 무너진 탓에 보험료율 상승은 도저히 불가능했죠. 그래서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연금 수급 연령을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이번 개혁의 진행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재정계산위원회(이하 재정계산위)와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를 구분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2003년부터 5년 주기로 시행되어 왔고, 연금특위와는 별개로 이루어졌죠. 2023년은 제5차 재정계산위와 연금특위가 겹치는 시기였습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연금특위가 1기부터 3기까지 진행되었는데 1기는 모수개혁을, 2기는 구조개혁을 중심으로 논의하였습니다. 24개 시나리오는 연금특위가 아니라 재정계산위에서 나온 것입니다. 언론에서도 연금특위와 재정계산위를 혼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두 위원회는 다른 장인데도 말이죠. 이 시나리오는 선택지가 다양해서 좋다는 의견과, 지나치게 많아 혼란이 야기된다는 단점이 공존했습니다. 한편 공론조사는 연금특위에서 진행한 것입니다. 500명의 시민을 모집하여 숙의를 거쳤는데, 이는 ‘보험료 13%에 소득대체율 50%’의 ‘소득보장론’과 ‘보험료 15%에 소득대체율 40%’의 ‘재정안정론’의 선택 지 중 하나를 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재정안정론을 압도적으로 보도해 왔기 때문에 소득안정론이 선택되리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득보장론이 56%의 지지율을 얻어내며 다수안이 되었습니다.
이후 여야 합의 과정 또한 험난했습니다. 21대 국회는 연금개혁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당시 연금특위 위원장은 연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었고, 국회의장은 공론화를 위해 자신의 예비비까지 내 줄 정도로 협조적이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반대로 개혁이 무산되어 다음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민생 법안에는 여야가 합의하던 전통을 깬 것이지요. 오히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것이 이번 연금개혁의 동력이 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의 쟁점: 크레딧과 기금 고갈
이번 연금개혁의 대표적 쟁점은 ‘국민연금 기금’의 안정화 및 고갈,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에 대한 이견,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식에 대한 실효성 논란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한 청년층에 가장 많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각각의 쟁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러한 쟁점을 둘러싼 논의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물었다.
“저는 사각지대의 해소 문제를 가장 강조하고 싶고, 이번 개혁에서 더 적극적으로 포함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영세 사업장의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사업은 전체 생애의 3년 동안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소득 지역가입자 및 가사근로자 보험료 지원사업은 지원 기간이 1년에 불과하여 지원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의 문제도 심각하죠. 노동자성이 모호한 탓에 인건비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해 세금과 보험료가 제대로 부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보건복지부 소관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만 연금개혁 과정에서 협의를 통해 논의를 본격화시켰어야 했죠. 영세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의 보험료 지원을 포함하여 향후의 연금 개혁에서 고용노동부와 협력하여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자동조정장치는 기대 여명이나 인구 구조 등을 고려해 연금을 조정하는 장치입니다. 문제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된다면 연금 급여가 줄고 연금의 실질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유럽은 연급 급여 수준이 높아서 크게 상관이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청년층은 훨씬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사실상 ‘자동삭감장치’죠. 자동조정장치는 지난 2024년 9월 4일에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에 포함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는데, 그전까지는 재정계산위나 연금특위에서 정식 의제로 논의된 바가 없고 연금공론화에서도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논의의 장에서 정식으로 논의되지 않은 제도를 정부가 개혁안에 포함시켜 발표하는 것은 굉장히 비민주적인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압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는 것도 사실이죠. 다만 고령화의 진행 속도에 주목해야 합니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시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전망한 바에 따르면 노인인구 비중의 상승 폭이 2060년대 내지 2070년대부터는 크게 하락하고, 2080년 이후에는 노인인구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인구 고령 화가 영원히 진행되지는 않으며, 특정 시기에 이르러 인구 구조가 안정화됨을 의미하죠. 이번 연금개혁으로 2065년, 길게는 2071년까지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춘 것은 인구 구조가 안정화되는 시기까지 기금 소진이 늦춰졌다는 뜻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여 2080년 이후까지 기금 소진을 늦출 수 있다면 그 이후에는 지금처럼 큰 규모의 기금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은 GDP 대비 45%로 세계 최대 규모죠. 그리고 국민의 건강수명 증가와 AI의 등장으로 노동 연령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기금 문제보다도 세대 간 일자리 배분 등 노동시장의 개혁이 더 중요합니다.
경제성장률 추계에 대하여서도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5차 재정 계산 당시,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40년대에는 0.7%, 2050년대 이후에는 0.4% 내지 그 이하로 가정했습니다. 기금 수익률은 평균 4.5%로 가정했고요. 이는 대단히 보수적인 가정이고, 재정계산에서 나오는 기금 소진은 이런 가정을 전제한 상태에서 나온 전망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언론은 기금 소진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기금 소진은 경제성장률과 기금 수익률을 대단히 보수적으로 가정한 상태에서 나온 전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과도한 공포와 세대 갈등을 넘어서기 위한 제언
국민연금 개혁이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나아가야 방향은 무엇일지, 나아가 정치권과 청년들은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경제적 부담에 대한 청년들의 걱정도 이해합니다. 다만 그 걱정을 사회적 선순환으로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래의 노인 세대를 부양하는 방식은 공적 부담과 사적 부담으로 나뉩니다. 연금을 통한 노인 지원이 낮아진다면 젊은 세대의 사적 부담은 늘어날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1년까지 하락하던 것이 2022년 이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07년 연금개혁 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낮춘 조치가 지금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노후최소생활비에 턱없이 미치지 못합니다. 또한 조세는 고소득층일수록 많이 부담하고 또 40, 50대가 더 많이 부담하기 때문에, 사각지대 해소나 크레딧 강화 등에 대해 국고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보험료 납부에서도 계층 간 재분배뿐만 아니라 세대별 차등 지원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 국가들은 연금 지출의 4분의 1을 국고로 지원하기도 하지요. 더욱이 2024년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 재정안정론에서 소득보장론으로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연령층은 20대 청년층이었습니다. 이번 연금개혁은 공론화 결과와도 연관된 것이기 때문에 청년층을 전혀 대변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어폐가 있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의 위탁 운영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절반을 기금운용본부가 직접운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국내 거대 금융사들에 위탁운용합니다. 그런데 위탁운용의 수익률이 더 낮습니다. 4년간 9조 원에 육박하는 수수료를 받았음에도 말이죠. 그럼에도 위탁운용사들은 수익률과 수수료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이 문제를 거의 지적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이들이 청년세대의 미래를 걱정할까요? 자동조정장치가 훨씬 불리함에도, 그런 사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말입니다. 사적 부담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연금이 젊은 세대만의 부담인 양 과장 하고, 금융사들의 위탁운용을 유지시키려는 언론과 기업에 대해 근본적 지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금에 대한 과도한 공포보다는, 지금 청년세대가 노년층이 되었을 때 자식 세대와의 선순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민준 기자 kmj0806@korea.ac.kr
■ 정재훈 기자 wjd888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