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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로 혐오의 실태와 전망을 파악하다 본문

1면/특집기획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로 혐오의 실태와 전망을 파악하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4. 4. 17:57

  지난달 3, 육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성확정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 하사가 세상을 떠났다. 법적 성별 정정을 마친 뒤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던 그녀는 이번 달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여성 입학 취소 등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사회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일각에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차별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를 집중보도하고자 한다.

 

  숙명여대 법학과 홍성수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출생 시 지정된 성별(지정 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지닌 사람으로 넓게 정의하여, 이들을 트랜스젠더 여성·남성, 논바이너리 여성·남성의 네 분류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먼저 보고서에서는 주민등록·공문서, 법적 인정과 성별 변경, 보건·의료·교육·고용·국가기관·공공시설·캠페인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트랜스젠더 혐오차별과 관련된 국내외 법령과 정책을 살펴봄으로써 트랜스젠더 혐오차별에 대한 동향을 분석하였다. 다음, 각 영역에서 트랜스젠더들이 경험한 혐오차별의 실태를 조사하여 이를 바탕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가시화와 인식 개선, 그리고 각 영역에서 혐오 종식을 위한 법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제시하였다. 본지에서는 해당 연구 중 특히 교육, 화장실 등 공공시설 이용, 그리고 군대에서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에 주목하고자 한다.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국제앰네스티

 

 

교육계의 트랜스젠더 차별적 인식과 제도화

  교육을 통해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지식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학교가 모두를 평등하게 지지하는 공간이 되어야 함에도, 아직 트랜스젠더는 교육영역 내에서 환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에서 트랜스젠더 584명의 응답자 중 중·고등학교 때 성교육 부재나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교복 착용 등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하여 힘들었던 경험 이 한 가지 이상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9(92.3%)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67%)은 수업 중 교사의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은 적이 있었으며, 상당수(21.3%)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교사로부터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한편 일부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도 수업에서 성소수자 비하적인 발언과 행동을 접하거나 교수나 강사, 동료 학생에게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연방법은 1972년 교육법 개정의 제9장에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을 보호하며,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및 전통적인 남성성/여성성 스테레오타입 불순응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성소수자 청소년 건강 관련 정보 수집을 진행하기도 하고, 집단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 규정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한편 한국의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보다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성교육에 대한 학교 현장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 표준안은 성차별적, 성별이분법적 고정 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며,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기도 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가 성소수자 의제에 대해 언급했다는 이유로 일부 시민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거나 특정 보수단체로부터 아동학대 고발을 당하는 등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의 교육시설에서 성소수자 차별 인식이 낮고, 성소수자 청소년에 대한 정책이 부족하다고 평하며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였다.

  

  트랜스젠더 학생 및 청소년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실제 혹은 인식된 성별정체성을 명시하는 교육영역에서의 차별금지가 필수적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일부로 교육영역에서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방안, 성별정체성·성적지향·성적표현·성특징 등을 차별금지사유에 포함시키는 구체적 내용의 학생인권조례를 한국 사회에 견고히 정착시키는 접근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학생인권법 입법을 통해 조례보다 넓은 범위에서 더욱 구속력을 가진 법률로써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을 제고하는 방법도 있다. 더불어 다양한 접근법을 종합적으로 모색하여 교육영역에서 트랜스젠더 학생 및 청소년의 인권 보호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중화장실에서 경험하는 일상적인 차별

  화장실, 탈의실, 목욕탕 등 남녀 두 가지 성별에 따라 분리된 시설들은 이를 사용해야 하는 논바이너리와 트랜스젠더가 일상적으로 차별을 경험하는 요인이 된다. 실태조사에서도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성별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40.9%). 어떤 이들은 화장실에 가는 것을 피하고자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일부러 먹지 않은 적도 있으며(39.2%), 거리가 멀어도 남녀공용이나 장애인 화장실 등을 이용하거나(37.2%), 아예 화장실 이용을 포기한 경험(36.0%)도 흔하게 보고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북유럽 국가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공중화장실을 성중립 화장실로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35개 주가 채택하고 있는 국제배관코드에서는 공용화장실 설치 규정안을 제정 및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공중화장실은 무조건 남녀화장실로 구분되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개선·폐쇄·철거명령 또는 과태료가 부여될 수 있다. 이처럼 법적으로 화장실의 성별분리가 의무화되고 있는 한국에서 성중립 화장실은 찾기 힘들며, 2017년 서울시는 제2차 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 도입을 검토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최종안에서는 제외되는 등 아직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시설 이용에서의 차별이 법적으로 행해지는 만큼,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 마련이 먼저 필요하다. 여기에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지방자치단체 인권조례와 화장실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증오범죄에 대한 대응 법제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공중화장실 뿐만 아니라 직장, 학교 등 기관 내에서도 성별정체성에 따른 시설 이용을 보장하고, 본인 의사에 반하는 다목적화장실 등 별도 공간의 사용을 지양하며, 다른 구성원의 민원이 발생할 경우 교육과 대화 등을 통해 설득해나가는 등 시설에서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화장실과 달리 필수적인 공간이 아니면서 탈의를 해야 하는 목욕탕의 경우 성별정체성 외에도 신체외관에 따라 이용 기준을 확립하는 등 법제의 적용에 있어 시설별 특성에 따라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트랜스젠더의 군복무 문제

  한국에서는 징병제에 따라 출생 시 법적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논바이너리 등 성소수자 또한 의무 군복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출생 시 법적 성별이 남성인 응답자 259명 중 42.1%(109)가 현재 군복무 중이거나 군복무를 마쳤고, 35.1%(91)는 병역 면제를 받았다고 답했다. 군복무에 있어서 어려운 점으로는 공동 샤워시설(58.3%) 및 공동 취침시설(44.4%) 등 시설 사용, 성소수자 비하적인 발언과 이를 수용하는 문화(54.6%)와 본인이 트랜스젠더라는 것이 알려지는 것(52.8%), 성희롱 및 성폭력(34.3%)에 대한 두려움 등을 꼽았다. 이는 의무 군복무를 수행하는 트랜스젠더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군의 관련 정책, 지침, 보호 체계 등이 현저히 미흡함을 보여준다.

 

  국내 현행 현역 군인 선발 기준에서는 성소수자를 성주체성장애 및 성선호장애를 지닌 사람으로서 보충역 또는 전시근로역으로 판정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질병으로 이해하는 해당 용어는 국제인권규범에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군대에서는 이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 현역 복무 중에 트랜지션 과정을 거쳤던 변희수 하사가 고환 결손 등을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고 강제 전역을 당했던 사례는 이처럼 군대 내 트랜스젠더 병사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지침 도입이 시급한 실정을 보여준다.

 

  이에 해외 사례에서처럼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군복무에 대해 개개인의 성별정체성에 따라 진행되는 규정이 필요하다. 이는 결국 군대가 다양한 성별정체성 및 성별표현을 지닌 개인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모든 트랜스젠더 관련 정책 및 지침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성별정체성에 따른 부대 배치 및 시설 사용, 트랜스젠더 정체성에 대한 사생활 보호 및 비밀엄수, 성별정체성 및 성별표현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과 괴롭힘의 전면적인 금지, 군대 내 트랜지션 및 성별위화감 관련 의료적 지원 등 입법적·정책적 개선이 점진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 보장을 위해 군대 내 트랜스젠더 인권 침해가 발생 사례에 대한 적절한 구제제도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법적성별을 기준으로 의무 병역을 부과하는 것이 현재 징병제 맥락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하여는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요구된다.

 

  2020년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일상생활 전 영역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는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연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국내외 트랜스젠더 관련 법과 제도 현황, 혐오차별, 실태조사, 그리고 혐오차별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등은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지원 기자 h950301@korea.ac.kr

최서윤 기자 seoyoon229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