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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의-정 갈등의 본질은 정치의 실종이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 전공의, 김혜경 나는 수도권의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본과생이다. 개인적으로는 의사 집단행동에 반대하지만 동료들의 조리돌림이 무서워 조용히 집단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의-정 갈등은 2020년의 의사 집단행동과 다른 점이 있다. 의과대학/의전원협회(의대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대표 단체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 사직’과 ‘개인적 휴학’을 내걸고 집단행동을 하고 있으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주장을 알리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 상황이 매우 특이하고, 병적인 상태라고 본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정부 및 시민들과의 최소한의 소통 및 설득의 노력조차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포퓰리스트..
대만인의 2024 대선에 대한 하나의 소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수료 허경아 ‘선거의 해’인 2024년에 세계에서 첫 대선을 치르는 국가인 대만에서는 2024년 1월 13일에 총통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그 결과,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558만6019표(득표율 40.05%)로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63)의 467만1021표(득표율 33.5%)과 제2야당 대만민중당(台灣民眾黨,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 후보의 337만4921표(득표율 26.3%)를 압도해 최종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대만의 대선은 이전에 민진당의 전 총통인 차이잉원(蔡英文)의 8년에 이어 4년을 더해 3번째 집권에 ..
군형법 추행죄가 상상하는 동성애는 없다 심기용(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는 군인 간의 동성 성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정확히는 “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 등 그 밖의 추행을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입법 취지는 동성애가 비정상적인 추한 성적 행위(추행)이고, 폐쇄적 환경에서 성욕이 활발한 남성 사이에 동성애가 쉽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동성애 때문에 군기와 전투력을 손실시킬 것을 우려해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행정적 징계로는 군대 내 동성애를 막을 수 없으므로, 형사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법은 네 번 위헌심판을 받았고 모두 합헌 판결을 받았다. 세 번째 판결까지의 헌법재판소의 위헌의견은 이렇다. 문구만 봤을 때는 항문성교가 동성 간..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백희정(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 은둔형외톨이 정책과 관련해 광주는 ‘최초’ 수식어가 유독 많다. 지자체 차원으로는 전국에서 최초로 ‘은둔형외톨이지원조례(2019)’가 제정된 이후 은둔형외톨이 실태조사 실시(2020), 중장기기본계획 수립(2021),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설치(2022) 등의 과정은 모두 지자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었다. 광주광역시는 은둔형외톨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퍼스트펭귄’ 역할을 해냈다. 이후 2023년 10월 현재 25개 지자체에서 ‘은둔형외톨이지원조례’가 제정되었다.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지난해 5월에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센터 사업은 조례에 근거한 사업 범위, 기..
어느 교사의 철 지난 고민 -이 시대의 학교를 살아가는 교사와 학생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앞으로도 아이들 곁에서 가르칠 어느 교사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운동장이 어느새 아득해지고 교실과 복도에서 재잘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윙윙댄다.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왜 필요할까? 코로나 시절부터 작금의 사태까지, 연일 1면에 보도되는 ‘핫플레이스’의 중심 학교에서 속으로 묻는다. 아이들은 학교에 왜 다니는가? 그 속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실 교단에 서는 첫날 해야 했던, 철 지난 고민이기에 부끄럽다. 하지만 교사는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다’라는 선배 선생님들의 말씀을 변명 삼아 고민의 흔적을 남겨본다.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는 곳인가? 아니다. ‘아니다’라는..
자유를 외치지 않는 민주주의 황정아(한림대 한림과학원 HK교수, 문학평론가) 몇 가지 키워드로 트렌드를 읽는 시도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세상의 변화는 늘 언어적 변화를 동반하거나 앞세워왔다. 그렇다면 세상이 혼탁해질 때는 사람들이 고통 받듯 언어도 무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돌아보면 전두환 정권이 서슬 퍼렇던 시절에는 ‘정의’가 고초를 겪었고 그 이래 ‘실용’이나 ‘창조’가 잇따라 시달렸는데, 오늘날 유독 고생하고 있는 단어로는 아무래도 ‘자유’가 꼽힐 것이다. 우리가 느닷없이 쏟아지는 ‘자유’의 세례에 시달리듯 ‘자유’ 역시 달갑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로 곤혹스러울 이즈음이기 때문이다. 서른 번 넘게 부르짖은 취임사부터 올해 8.15 경축사에 이르기까지, 짐작컨대 모든 공적 연설에서 대통령이 빠짐없이..
디지털 대전환으로 대변되는 SW, AI, 빅데이터 등의 용어가 사회변화의 주축이며, 국가의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기술의 변화는 초·중등교육에도 영향을 주어, 2014년 영국과 인도를 시작으로 정보교육이 강화되었고, 미국은 AI4K12를 통해 AI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단계의 교과서를 개발한 중국, 그리고 2017년 발표된 학습지도요령에서 정보1을 필수로 설정하고, 2025년부터 대학 입시에 정보1을 도입하기로 한 일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UNESCO(2022)에서도 K-12 AI Curriculum을 발표하고 KSA(Knowledge, Skill, Attitude·Value)에 대한 역량 강화를 위한 요소를 정의하였다. 교육과정에 대한 설..
인천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남상욱 교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가기 시작한 올 3월 중순 4년 만에 한일 정산 회담이 도쿄에서 개최되었다. 2019년 시행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의 복구만이 아니라 강제징용 피해배상금을 한국기업이 대납안을 제시해 “굴욕외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등의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지금, 한일의 협력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더라도 우리 쪽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일 정상 회담 이후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은 그러한 의문을 많은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물론 미래 지향적인 경제적 협력을 이유로 ‘불행했던 과거사’를 괄호에 넣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