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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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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쟁점 기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이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Jen25 2024. 10. 15. 14:2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이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홍태석 교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건강한 사회질 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성폭력처벌법은 2020년 3월과 2024년 1월 일부 개정이 이루어지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성폭력처벌법으로 인하여 형법만으로 처벌이 어려웠던 일부 성관련 범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처벌이 가능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와 같이 복잡다기(複雜多岐)한 범죄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으로 좀 더 대응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성폭력처벌법과 관련하여 최근 개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른바 딥페이크 관련된 규정이다. 딥페이크는 딥러닝 (Deep Learning)의 ‘Deep’과 가짜를 의미하는 ‘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을 이용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 편집물을 말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누 구나 딥페이크 영상 또는 사진을 만들어 유포할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한 범죄 피해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보도(한국일보, 인터넷판, 2024년 9월 9일자)에 따르면 텔레그램발 딥페이크 범죄로 인한 학교내 피해자가 617명에 달하며, 이 중 학생피해자는 피해자의 95%인 588명으로 집계되었다. 이에 교육부는 학교내 딥페이크 피해를 막기 위해 ‘학교 딥페이크 대응 긴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후속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1항(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은 “반포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 물을 영상물 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규정에서와 같이 반포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의 대상이 되어 실질적으로 이를 제작, 반포 및 유포, 소지 및 저장, 시청한 자는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어 실질적 처벌이 어렵게 된다. 이는 곧 법적 공백으로 이어져 딥페이크에 의한 범죄예방에 실질적 효과를 가져오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법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도 ‘목적범’에 방점을 둔다면 반포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벌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딥페이크 범죄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포 등의 목적을 가진 경우뿐만 아니라 단순히 소지·시청·저장 등의 행위태양도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성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규정은 앞서 언급 한 바와 같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 역시 음란물에 사람들의 얼굴을 합성한 형태여서 5년 이하 징역형이 최대 처벌 수위라고 볼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 용한 촬영)에서는 촬영 대상자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딥페이크 범죄가 불법성의 측면에서는 더욱 크다 할 수 있으므로 최근의 딥페이크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처벌의 수위 또한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는 성적이미지 또는 허위영상물이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로 규정되어 디지털 성폭력에 의한 피해의 범위를 좁게 판단하는 근거로 작용한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 현실에선 합성이 없는 일상 사진을 두고 해당 사진에 성적 묘사를 덧붙여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사진 앞뒤에 다른 성적 사진들을 배열하는 방식도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렇듯 현실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현상을 반영하여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하여 범죄예방과 위하적 효과를 높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외에도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텔레그램 등 외국계 SNS(사 회관계망서비스)가 ‘딥페이크’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 되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상 또는 범죄인 처벌을 위한 증거채집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에 텔레그램 등 SNS 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와 함께 처벌을 위한 입법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2017년 이른바 ‘네트워크 집행법’을 제정하여 텔레그램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감시 책임을 강화하였으 며, 미국은 이른바 ‘클라우드법’을 제정하여 수사기관이 클라우드 기업의 해외 서버에 저장된 메일, 문서, 기타 통신 자료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함에 따라 미국의 사법 기관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지 않은 채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저장된 온라인 정보에 대한 액세스를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률안의 마련과 실제 해외에 서버를 두어 증거채집과 형사처벌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미국의 클라우드법과 같은 내용의 법률안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우리의 성폭력처벌법은 앞서 언급한 바를 중심으로 개정이 이루어져 갈수록 복잡다기 해져가는 성범죄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