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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믿음에 기대어야 할까: 내려놓음서울 신목중학교 교사 서한얼 평소엔 잘 하지는 않지만, 무의식적으로 들어가 SNS를 뒤적거리다 보면 여러 가지 소식들이 들려오기 마련이다. 그중에는 내가 교사라서 그런지, 교사와 관련된 게시물들이 꽤나 많이 보인다. 좋고 행복한 소식들로만 가득 차면 얼마나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좋지 못한 소식들이 눈에 밟힌다. 어떤 교사는 학생에게 ‘XX’라는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어떤 교사는 학생에게 맞았다고 한다. 어떤 교사는 과도한 민원에 시달려 심리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어떤 학교는 체험학습을 가지 않겠다고 한다. ‘어떤’은 관형사로서,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사람이나 사물의 특성, 내용, 상태, 성격이 무엇인지 물을 때 쓰는 말.’ 둘째, ‘대상을 뚜렷이 밝히지 아니..
“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관객은 혁명적이에요”여는마당: 프로파간다>(심지후 개념발안·연출)김소연연극평론가 아마도 한국연극에서, 극장과 광장의 완강한 경계가 무너지는 가장 선명한 경험은 ‘마당극운동’일 것이다. 진오귀굿>(1973) 진동아굿>(1975) 함평고구마>(1978) 동일방직 문제를 해결하라>(1978) 노비문서>(1979) 등은 민중운동의 연장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거나 공연이 민중운동 현장으로 이어졌다. 마당극운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들은 대부분 삶과 연극의 경계, 현실과 극장의 경계가 흔들리고 재조정되는 작업들이다. 당대의 언어로 말하자면 ‘삶의 연극’이고, 요즘 말로 고치면 광장이 된 극장이다. 마당극운동에 비판적이었던 논자들은 마당극을 ‘연극’이 아닌 선전선동이라고 폄하했고, 마당극운..
Ei! wie schmeckt der Coffee süsse!(아, 커피가 얼마나 달콤한지!)심혜린과학칼럼니스트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커피 애호가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중 작품 번호 211번, 는 커피 칸타타>라고도 불린다.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된 세속 칸타타였던 이 곡에는 커피를 좋아하는 딸과 딸이 커피를 마시는 것이 못마땅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열 곡으로 구성된 칸타타에서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를 마시면 용돈을 끊겠다, 산책도 금지하겠다, 유행하는 옷도 사지 못하게 하겠다며 호통친다. 그러나 딸은 상관없다며 하루에 세 번씩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노래한다. 실제로 바흐가 살았던 18세기 유럽에서는 커피와 커피하우스가 크게 유행했다. 바흐는 자신이 직접 커피하우스..
모든 이들의 5‧18을 위하여천관우 기자 5·18민주화운동(이하 5·18)이 다시 한번 공격받았다. 고의성이 없었다고 했지만, 구태여 5·18이라는 날짜에 ‘탱크데이’라는 프로모션을 기획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5·18은 부당한 침묵과 왜곡의 대상이 되어왔다. 1987년의 민주화 이후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지만, 이번처럼 너무나도 손쉽게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아직도 그 길은 멀다고 느낀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역사상의 많은 운동 중에서도 5·18만은 여전히 국민 모두의 기념일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10여 년 전 최정운 교수의 오월의 사회과학(도서출판 오월의봄, 2012)을 읽으며 스스로 상상하듯 그려보았던, 고..
가능성의 세계에 주저앉아 퍼즐을 맞추는 일 곽예진중앙대학교 유럽문화학부 프랑스문학전공 석사과정 나는 15분 걸어야 편의점이 하나, 떡볶이를 먹고 싶으면 택시를 타고 나가야 하는 외진 곳에 콕 박힌 기숙형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교 한가운데에는 작은 언덕이 있었는데, 자습 시간이 끝나고 그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늘 너른 밤하늘을 마주할 수 있었다. 휴대폰은 월요일에 제출해서 금요일에 받았으니, 우리 학교에 고개를 숙인 채로 걷는 사람은 없었다. 심심한 일상 속에서 하늘 보기를 취미로 삼아야 했던 친구들과의 수다에서는 ‘우리 학교 자랑은 예쁜 하늘밖에 없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리곤 했다. 요즘 들어 이때가 종종 생각난다. 길가에 멈춰서서 밤하늘을 빤히 올려다보던 일을 나는 언제쯤 그만두게 되었던 걸까?..
당시 사북사건을 광부들의 ‘난동’과 ‘무법행위’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지만, 민주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이를 기억해 두고 싶다.― 1980년 4월 24일자 『동아일보』
침묵을 가르며, 사북을 기억하며 부끄럽게도, 사북항쟁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1980년 4월, 강원도의 한 탄광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광부들은 왜 지금까지 그토록 분노해야 했었는지를 나는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조세희의 『침묵의 뿌리』(열화당, 1985)를 그토록 아껴 읽었으면서, 소설 뒤편에 나오는 사북 아이들의 얼굴과 글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아두었으면서, 정작 그들이 살아가던 1980년의 봄이 어떠했는지를 몰랐다니. “모두 충격받고 타격받았는가? (…) 그럴 리가 없었다”라는 조세희의 당혹감과 단호함이 뒤늦은 만큼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당시 사북사건은 노조 지부장의 부인이 두 손을 결박당한 채 광부와 주민들에게 둘러싸인 사진 한 장만으로 설명되었다. 광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