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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우리가 무의미한 동작을 취할 수 없다면 김희령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우리의 언어와 움직임은 의미의 포화상태에 있고,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서로가 부딪히며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이 세상이라는 것이다. 모든 행동에는 의미가 담긴다. 그것이 의도한 바이든, 의도하지 않은 바이든 그 의도를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정치일까? 현재 우리 사회는 형형색색의 바둑돌이 서로의 집을 겨냥하고 있는 커다란 바둑판이다. 상대의 집을 부수기 위해서는 상대의 수를 읽어내야만 한다. 혹은 상대의 수를 읽었다고 주장하여야 한다. 돌들의 전쟁을 직관하는 입장에서, 이는 정치가 아닌 전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학원신문 4월호는 그러한 집단사회적 갈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내가 살..
아카이브와 기억의 정치 : 민주주의를 향한 기록의 재구성 프란츠 카프카가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기 때문에 글을 쓴다’고 토로했듯, 무언가를 쓰거나 기록한다는 것은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자신의 한계나 취약성을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그 카오스(재난)적 상황을 뚫고 탄생한 아카이브는 그 자체로서 새로운 서사와 담론을 생성하여, 사회·문화적 ‘기억’을 만들어낸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 4·16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려는 수많은 움직임들―유가족과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구술작업, 희생자들의 유품이나 사진·영상, 추모객들이 남긴 비망록 등 참사가 남긴 모든 흔적들을 수집하고 기록하고 증언하고 보존하는 작업―은 그 예가 될 수 있다. 참사를 겪은 이들의 경험을 내밀하게 기록한 이러한 아카이브는, 비..
하마스 폭력에 ‘봉기’와 ‘저항’이라 명명한 까닭 주디스 버틀러, 김정아 역, 『비폭력의 힘』, 문학동네, 2021. 백승덕 징병문제연구소 ‘더 나은 헌신’ 연구활동가 지난해 하마스가 벌인 행위는 무엇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까. 하마스 전투원들은 이스라엘 마을을 급습하여 1,000여 명을 살해하고 200명 넘는 사람들을 인질로 끌고 갔다. 정치철학자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최근 열린 프랑스 진보단체의 토론회에서 하마스의 급습을 두고 “10월 7일의 봉기는 무력 저항이라고 말하는 게 솔직하고 역사적으로도 맞다”고 평했다. 버틀러의 평가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성폭력과 인질극을 동반한 기습을 두고 ‘봉기’나 ‘무력 저항’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는 비난이었다. 한국 언론들도 ..
‘도롱이’는 무엇을 보은하는가 범유진 「우산이 나타났다>(『여름 기담: 순한맛』, 읻다, 2023)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최근 영화 파묘>가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적 오컬트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은 채 존속되는 원한과 그에 대한 초자연적 해결에 있다. 이는 빙의가 된다든가, 귀신/요괴/정령 따위에 의해 물리적 법칙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의식적/육체적 해를 입는다든가 하는 구체적 장면으로 드러난다. 요컨대 그 형태가 얼마나 다르든 비육화적이고 추상적인 개념, 이를테면 민족의식이나, 도덕, 원한, 증오, 욕망 등과 같은 것이 초자연적인 힘에 깃들어 초자연적 존재의 형상을 한 채로 발현된다. 그런데 이 기이한 체험, 즉 가시화되지 않은 채 지속되어온 업보에 대한 초자연적 해결과 청산..
‘정치적 올바름’이 내포하는 새로운 독단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 르네 피스터 저, 배명자 역, 『 잘못된 단어: 정치적 올바름은 어떻게 우리를 침묵시키는가 』, 문예출판사, 2024. Q1.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개념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문화산업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한편, 이 개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은 그동안 잘 소개되지 않았기에 본서가 번역·출판된 것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단어』를 번역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한국어로 옮기시면서 특히 더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통 번역은 출판사에서 먼저 번역할 만한 책을 선..
한국 초기 報勳제도의 형성(1948-1963)과 ‘4.19의거’의 정치적 포섭 교과교육학과 역사교육 전공 문준호 논문 목차 Ⅰ. 서 론 1. 문제 제기와 연구 대상 2. 선행연구 검토 3. 연구 방법과 활용 자료 Ⅱ. 이승만 정권기 원호제도의 등장과 형해화 1. 남북 체제경쟁의 격화와 군경원호 법제의 마련 2. 전시 군경원호 난맥상과 정부의 책무 유예 3. 정부 원호대책의 공전과 국민 동원체계의 균열 Ⅲ. 4.19 정국의 전개 과정과 사태 이해의 단초 1. 4.19의 발발과 반공 이념 공작의 효력 위축 2. 계엄군의 사태수습과 민군 협력 관계의 여파 3. 이승만 정권의 붕괴와 당대 4.19 인식의 실상 Ⅳ. 허정 과도정권기 4.19 의미 부여와 영향 1. 정국의 보수적 운영과 4.19의 애국운동 규정 ..
기획의 변 - 지난 4월 10일,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두 번째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실시되었지만, 이번 선거의 결과는 본래 선거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거대 양당(兩黨)의 강화와 군소정당의 입지 축소로 나타났다. 이에 본지는 현행 총선제도를 정치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번 총선 결과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한국의 정당과 선거를 연구해온 덕성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를 만나는 한편, ‘틈새정당이론’을 통해 군소정당의 활로 모색 방안을 제시한 사회과학 연구집단 ‘사과나무’의 연구위원 강태경의 글을 함께 담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나타난‘선거용 비례위성정당’의 반복된 설립과 군소정당의 소외 문제 2024년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