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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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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세상 읽기

12월 세상 읽기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12. 12. 22:08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

()

그렇다면 나는 저녁의 정거장을 마음속에 옮겨놓는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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