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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분해되지 않는 바이오 플라스틱도 있다. 본문

8면/과학칼럼

분해되지 않는 바이오 플라스틱도 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6. 6. 16:21

Q. 다음 중 플라스틱은?

(1) 페트병 (2) 투명 테이프 (3) 나일론 스타킹 (4) 종량제 봉투 (5) 자동차 범퍼

 

이런 질문이 으레 그렇듯, 이 질문 역시 모두 플라스틱이다.’가 정답이다. 이뿐만 아니다. 흔히 마시는 녹차 티백, 물티슈, 합성 섬유가 섞여 있는 옷장 속의 수많은 옷 모두 일부 혹은 전부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플라스틱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을 가해 가공 및 성형할 수 있는 유기 고분자 화합물을 일컫는다. 고분자란 단량체라 불리는 작은 단위체가 반복적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거대 분자다. 예를 들어 화장품 용기, 주스 병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은 에틸렌(C2H4) 분자가 반복적으로 결합해 생성된 고분자다. 이러한 고분자는 기계적, 화학적 물성에 따라 접착제나 코팅부터 건축이나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사용된다.

원료와 생분해성이라는 두 요인에 따라 플라스틱을 크게 네 분류로 나눌 수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플라스틱이라 말하는 제품은 주로 석유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비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그 외 나머지, 즉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bio-based plastic) 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을 바이오 플라스틱이라 부른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이란 옥수수, 사탕수수, 셀룰로오스 등 바이오매스(biomass)를 재료로 사용해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원료 중 일부가 바이오매스인 경우도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에 포함된다. 또한, 바이오매스를 사용해 만든 플라스틱이 반드시 생분해 가능한 플라스틱인 것은 아니다. 생분해(biodegradation)란 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물, 이산화탄소, 퇴비 등으로 전환되는 화학 반응을 말한다. 이러한 생분해 과정은 물질을 만드는 데 사용한 재료의 종류보다는 물질 내의 화학 구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바이오 플라스틱은 크게 바이오 기반, 비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 기반 및 생분해성 플라스틱 화석연료 기반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는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바이오 기반의 비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예시로는 bio-based PE, PP(polypropylene),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등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의 생산 방법은 바이오 에탄올로부터 고분자를 합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만들어졌으나 화학적 구조나 결합은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과 차이가 없어 생분해성을 가지지 않는다. 생분해성을 가지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의 대표적 예시로는 PLA(polylactic acid), PHA(polyhydroxyalkanoates), PBS(polybutylene succinate) 등이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에서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PLA는 미생물이 당을 분해하는 발효과정에서 생산하는 젖산(lactic acid)으로부터 만들어진다.

플라스틱 합성에 널리 쓰이는 바이오매스는 옥수수, 감자, 사탕수수 등으로 대부분 육상작물이다.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위해 이러한 식물을 기르고 사용하는 것은 경작을 위한 넓은 토지와 물, 영양분 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식량 공급 문제와도 결부되어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식용작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에 최근에는 박테리아 등 미생물을 이용하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한 플라스틱 생산의 한 예시로 미세조류(micro algae)를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미세조류를 바이오 기반 또는 화석연료 기반 고분자와 블렌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유전공학을 이용해 미세조류로부터 바이오매스 혹은 바이오플라스틱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생분해성은 물질을 구성하는 화학 구조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화석연료 기반의 플라스틱 중에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있다. 부탄다이올, 아디프산, 테레프탈산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고분자인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가 그중 한 예시다. 고분자로 만들었을 때 우수한 물성을 가졌으나 쉽게 분해가 일어나지 않는 방향족(aromatic) 화합물에 쉽게 가수분해가 일어나는 지방족(aliphatic) 화합물을 섞어, 기계적 물성과 생분해성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고분자를 만든 것이다. PBAT는 포장재, 종량제 봉투 및 농업용 필름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부탄다이올 또는 아디프산을 바이오매스로부터 생산해 바이오 기반 PBAT를 만들거나, PBAT를 바이오 기반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와 블렌딩해 활용하기도 한다.

어떤 물질이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물질이 바이오 기반 또는 생분해성이라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인증을 위한 기준으로 바이오 기반 탄소 함량과 바이오 기반 질량 함량 등이 널리 사용된다. 바이오 기반 탄소 함량은 물질의 총 탄소 중 바이오 기반 탄소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바이오 기반 질량 함량은 수소, 산소, 질소 등 탄소 이외의 성분도 함께 고려해 계산한 것이다. 바이오 기반 탄소 함량은 방사성 탄소법을 사용해 측정한다. 대기 중에는 탄소의 방사성 동위 원소인 14C가 존재하는데, 이 방사성 탄소는 이산화탄소(14CO2)의 형태로 광합성을 통해 미생물 또는 식물로 유입된다. 따라서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질에서는 14C를 발견할 수 있다. 반면 화석연료로부터 만들어지는 물질에서는 14C를 발견할 수 없다. 이는 방사성 탄소의 반감기가 약 5000년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의 생분해도 측정은 ISO 14855라는 국제 기준을 따른다. 58로 유지되는 항온 퇴비 조건에서 시험을 진행하며, 시험 기간 중 이산화탄소 발생량과 시험 종료 후 시료의 질량 손실을 측정한다. 시험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한 표준물질로는 셀룰로오스를 사용한다. 시험이 유효함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45일간 표준물질의 생분해도가 70% 이상이어야 한다. 생분해도는 측정된 이산화탄소의 방출량과 이론적으로 계산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이용해 계산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인증기관에서는 이러한 생분해성 시험 결과 6개월 이내 생분해도가 90% 이상에 도달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에 더하여, 생분해성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유해 물질 분석, 붕괴 시험, 환경 독성 시험 등에서도 적합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생분해 과정을 거쳐 퇴비화된 유기물이 동식물에 무해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생분해성은 온도, 습도 등 환경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생분해성 인증을 받은 플라스틱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폐기하거나 오래 방치하는 방식으로는 분해되지 않는다. ,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지닌 환경적 이점을 취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분해 및 퇴비화를 위한 설비 및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모든 조건에서 완전히 생분해될 수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하다.

한편, 산화분해성, 광분해성 혹은 가수분해성 플라스틱이라는 표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화석연료 기반의 플라스틱 합성 시 분해를 일으킬 수 있는 첨가제를 넣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분해 방식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분해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분해 과정이 미생물에 의한 생물학적 분해라면 산화분해, 가수분해 등은 풍화와 마찬가지로 물리화학적 분해에 속한다. 광분해성 플라스틱은 빛에 의해 산화 반응이 유도되는 것으로, 산화분해성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이러한 분해 방식은 유기물을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전환하는 생물학적 분해와 달리 단순히 고분자를 쪼개 크기를 줄이는 분해 방식이기 때문에 분해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게 된다. 기존 비생분해성 플라스틱에서 산화분해를 통해 플라스틱 분자의 크기가 5000 Da 미만으로 작아지면 분해 산물이 생분해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온도, 습도, 박테리아 등의 조건이 갖추어진 환경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충분히 산화분해가 이루어지기 전의 플라스틱 조각이 토양 혹은 수질로 유입되면 산화분해 플라스틱은 결국 생분해되지 못해, 이는 결국 환경 내 미세플라스틱 증가로 이어진다. EU에서는 지난 2019년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을 근거로 산화분해 플라스틱의 생산을 금지한 바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플라스틱 생산 및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소각 과정으로 인해 매해 약 4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의 확대 및 기존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 산업의 대체는 이러한 탄소발자국 감축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직접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의 원료로 사용하고자 하는 연구도 다수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CO2 업사이클링(upcycling)이라 한다. 바이오매스를 플라스틱 합성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매스 생산, 추출, 변환 등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CO2 업사이클링 방식은 이에 비해 전처리가 간단하고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플라스틱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기도 용이해 경제적, 환경적 이점 측면 모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기준, 전체 플라스틱 생산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유럽 바이오플라스틱(European Bioplastic)은 근래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이 약간 감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밝히며,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량은 2021242만 톤에서 2026759만 톤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플라스틱에서 기인하는 환경 파괴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의 발전을 위해 플라스틱 소비자들의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Onen Cinar, S. et al. Bioplastic Production from Microalgae: A Review.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20, 17, 3842.

European Bioplastics. Fact Sheet, European Bioplastics: What are the bioplastics? European Bioplastics e.V.: Berlin, Germany, 2018.

Filiciotto, Layla. et al. Biodegradable plastics: Standards, policies, and impacts. ChemSusChem, 2021, 14.1: 56-72.

European Bioplastics. Bioplastics Market Data. Available online: https://www.european-bioplastics.org/market/

Jian, Jiao. et al. An overview on synthesis, properties and applications of poly (butylene-adipate-co-terephthalate)PBAT. Advanced Industrial and Engineering Polymer Research, 2020, 3.1: 19-26.

퇴비화 조건에서 플라스틱 재료의 호기성 생분해도의 측정 방출된 이산화탄소의 분석에 의한 방법 1:일반적 방법(KSM ISO14855-1), 국가표준인증 통합정보시스템

 

 

*그림 설명

원료와 생분해성에 따른 플라스틱의 분류 (출처: European Bioplas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