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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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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면/과학칼럼

달콤함이 남기고 가는 것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10. 8. 19:13

  단 것에 대한 선호는 사람의 본능이다. 그러나 설탕의 과량 섭취가 당뇨, 각종 심혈관 질환, 비만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많은 사람이 건강을 생각해 설탕(sucrose) 섭취를 줄이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인식을 드러내듯 제로 칼로리 식품이 인기다. 이미 수년 전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를 포함하여 쿠키, 젤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품이 제로 칼로리, 혹은 저칼로리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제로 칼로리 실론티가 출시되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제품들은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를 사용해 칼로리를 낮춘 제품들이다. 또한, 인공 감미료는 섭취 시 혈당 효과 및 인슐린 반응을 유도하지 않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를 위한 식단에도 널리 활용된다.

 

  인공 감미료는 식품 및 음료뿐만 아니라 치약, 의약품 등에도 널리 사용된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의 인공 감미료 소비량은 159,000톤 이상으로 보고되었다. 식음료 분야에서는 아스파탐(Aspartame)이 약 18,500톤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으며, 다음으로는 사카린(saccharin)이 약 9,700, 아세설팜-K가 약 6,800, 수크랄로스(sucralose)가 약 3,300톤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파탐과 아세설팜-K(Acesulfame-K)는 다이어트 음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이며, 수크랄로스는 주로 탁상 감미료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시클라메이트(Cyclamate) 알리탐 네오탐 스테비올 배당체 등 다양한 종류의 인공 감미료가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인공 감미료의 종류와 일일 섭취 허용량(ADI) 등이 그림1에 나타나 있다.

 

그림1. 대표적인 인공 감미료의 종류와 일일 섭취 허용량 (출처: Luo, Jingyang, et al. "Ecotoxicity and environmental fates of newly recognized contaminants-artificial sweeteners: A review."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653 (2019): 1149-1160.)

 

  최초의 인공 감미료는 1870년대 발견된 사카린이다. 1878년부터 상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사카린의 단맛은 설탕보다 약 300배 더 강하다. 물에 잘 녹을 수 있도록 보통 나트륨/칼슘염으로 사용된다. 식음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은 4cal/g의 열량을 가지고 있지만, 소량만 사용해도 충분한 단맛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제품에서 아스파탐이 차지하는 칼로리는 0에 가까워진다. 아스파탐은 강산 또는 강염기 조건에서 메탄올과 아미노산으로 가수분해되며, 체내에서도 소장의 소화효소에 의해 아스파르트산, 페닐알라닌, 메탄올로 분해되고 흡수되어 대사 과정을 거친다.

 

설탕보다 약 200배 단맛이 강한 아세설팜-K는 아스파탐과 달리 열에 안정적이므로 요리와 베이킹에도 사용할 수 있다. 설탕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인공 감미료인 수크랄로스는 설탕 분자에 달린 3개의 수산기(-OH)가 염소(Cl)로 치환된 물질로, 설탕보다 약 600배 달다. 1937년 발견된 시클라메이트는 설탕보다 30배 강한 단맛을 가지며, 1950~60년대 미국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시클라메이트가 장내 세균에 의해 대사되어 독성을 가진 물질인 시클로헥실아민을 생성하며, 시클라메이트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1970년부터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시클라메이트의 사용은 한국에서도 금지되어있다. 최근 스테비아 토마토의 인기가 높아지며 이름이 익숙해졌을 스테비올 배당체(Steviol Glycoside) 역시 스테비아라는 식물의 잎에서 얻는 인공 감미료로, 설탕보다 100~300배 강한 단맛을 가진다.

 

많은 인공 감미료가 칼로리를 가지지 않는 이유는 이 물질들이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카린과 아세설팜-K는 신체에서 대사되지 않는다. 아세설팜-K99%는 섭취 후 24시간 이내 소변으로 배출되며, 사카린은 85~95%가 흡수되어 혈액을 따라 이동하다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흡수되지 않고 소화계를 통과하는 나머지 5~15%의 사카린은 물질의 변화 없이 대변으로 배출된다. 수크랄로스의 경우 대부분이 소화계를 통과해 배설되며, 11~27% 정도의 소량만이 흡수되어 소변으로 배출된다. 스테비올 배당체는 사람의 소화 효소 및 산에 의해서는 분해되지 않지만, 결장의 미생물에 의해서는 분해될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은 스테비올 배당체를 분해해 포도당과 스테비올비오사이드를 생성한다. 포도당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사용되고, 스테비올비오사이드는 스테비올로 전환되어 체내로 흡수된다. 흡수된 스테비올은 최종적으로 간에서 글루쿠론화 된 뒤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의 대사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스테비올이 생성되고 흡수되는 속도 역시 느리다.

 

인공 감미료는 인공 감미료를 함유한 식품, 약물, 산업 및 의료 폐수, 분뇨 등을 통해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그림2). 환경 내 존재하는 인공 감미료가 처음 보고된 것은 2007년이다. 스웨덴의 폐수처리장 및 지하수에 수크랄로스가 존재한다는 이 연구 이후 폐수뿐만 아니라 지하수, 하천, 음용수, 토양 등 다양한 환경에서 ng/L 수준에서 μg/L 수준의 인공 감미료가 검출되고 있다. 인공 감미료의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토양 및 수질에 축적되는 인공감미료의 양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3년 기준 식품 산업에서 다양한 인공감미료 중 아스파탐이 5,602mg/kg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폐수처리장 폐수에서 검출되는 인공감미료 중에서도 아스파탐의 농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졌으며, 수크랄로스, 아세설팜, 시클라메이트가 뒤를 잇는다. 이에 비해 수크랄로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국은 폐수에서도 수크랄로스의 농도가 가장 높게 검출된다. 또한, 시클라메이트가 잠재적으로 발암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1970년부터 식품 내 사용을 금지한 미국에서는 환경 내 시클라메이트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공 감미료의 환경 내 농도가 인류의 인공 감미료 소비와 연관되어 있음을 뒷받침한다.

 

다양한 인공 감미료 중 시클라메이트와 사카린은 상대적으로 쉽게 제거되지만,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K는 거의 영구적으로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공 감미료의 누적이 환경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많지 않다. 인공 감미료가 잠재적인 환경 오염 물질로 고려되기 시작한 것은 고작 몇 년 전부터다. 특히 장기적으로 인공 감미료에 노출되었을 때의 위험성 또는 생물 축적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러 연구자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설탕과 유사한 구조인 수크랄로스는 사탕수수에서 설탕의 흡수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반응을 방해해 식물 내 설탕의 흡수와 수송을 억제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양파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사카린과 시클라메이트가 식물에 대한 세포독성 및 돌연변이 유발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시클라메이트에 3시간, 24시간 노출된 쥐의 다양한 기관 세포를 분석한 결과 DNA 손상이 증가함이 확인되었으며, 시클라메이트가 쥐의 태아 발달을 늦추고 정자 생성을 감소시키는 생식독성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카린 역시 쥐에서 혈액 림프구의 돌연변이를 유발하며,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인공 감미료 연구를 통해 보고된 이러한 세포독성, 유전 독성, 돌연변이 유발 등의 특성은 지나치게 고농도의 인공 감미료 환경에서 진행된 실험으로, 정상적인 농도로 사용 시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단하에 미국 식품의약청을 비롯해 많은 단체에서 사카린을 발암 물질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공감미료 그 자체가 누적되었을 때 생명체와 환경에 독성을 나타내는지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공감미료로부터 생성될 수 있는 대사 산물에 관해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자체로는 독성을 가지지 않는 물질이지만 대사 과정을 거치며 독성을 가진 대사 산물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예를 들어 아세설팜-K와 수크랄로스는 장기간 UV를 조사하면 광분해가 일어나는 물질인데, 아세설팜-K의 광분해 부산물이 독성을 가져 수생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아세설팜-K는 물벼룩, 제브라피쉬 등 여러 수생 생물 모델에서 독성을 거의 나타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UV에 의해 19시간 동안 분해된 아세설팜-K가 이전보다 500배 이상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 생성된 광분해물 중 환경 독성을 가진 물질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환경으로 유입되어 잔류하고 있는 아세설팜-K가 햇빛에 노출되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뜻한다.

 

낮은 열량으로 설탕과 다를 바 없는 맛을 낸다는 인공 감미료의 존재는 말 그대로 달콤한 유혹이다. 그러나 단순히 열량을 낮추기 위해 인공 감미료를 소비하고 있다면 인공 감미료가 우리의 건강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조금 더 침착하게 고민하고 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림 2.  인공  감미료가 환경으로 노출되는 경로  ( 출처 : Praveena, Sarva Mangala, Manraj Singh Cheema, and How-Ran Guo. "Non-nutritive artificial sweeteners as an emerging contaminant in environment: A global review and risks perspectives." 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 170 (2019): 699-707.)

 

 

*출처

Pang, Michelle D., Gijs H. Goossens, and Ellen E. Blaak. "The impact of artificial sweeteners on body weight control and glucose homeostasis." Frontiers in nutrition 7 (2021): 598340.

Luo, Jingyang, et al. "Review on the determination and distribution patterns of a widespread contaminant artificial sweetener in the environment."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 26.19 (2019): 19078-19096.

Naik, Ab Qayoom, Tabassum Zafar, and Vinoy Kumar Shrivastava. "Environmental impact of the presence, distribution, and use of artificial sweeteners as emerging sources of pollution." Journal of Environmental and Public Health 2021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