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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왜 맛있게 느끼는가. 본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왜 맛있게 느끼는가.
심혜린 과학칼럼니스트
우리는 맛있는 것을 먹고 기분 풀라는 말, 맛있는 것 먹고 푹 쉬라는 말을 안부처럼 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맛은 실제로 어떤 과정을 통해 감지되는 것일까? 우리는 왜 맛을 느끼는 것일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혀의 각 위치에서 서로 다른 맛을 감지한다는 맛 감지 지도가 사실처럼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미각에 관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이를 반박하는 결과가 다수 발표되어, 현재는 혀의 전 범위에 존재하는 미뢰에서 모든 종류의 맛이 감지된다는 것이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뢰는 미각 자극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를 지닌 미각 세포로 구성되어있다. 미각 세포를 통해 감지되는 기본 맛은 단만, 감칠맛, 쓴맛, 신맛, 짠맛 총 5가지다. 이 중 단맛, 감칠맛, 쓴맛은 II형 미각 세포에서 감지되며, 신맛은 III형 미각 세포에서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맛, 감칠맛, 쓴맛은 G단백질결합수용체(GPCR)에 의해 검출된다. 단맛은 탄수화물의 존재를 시사한다. 자당, 과당, 인공감미료 등 단맛을 감지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미각 수용체는 type I 미각 수용체 (T1Rs) 두 종류로 구성된 T1R2-T1R3 이형이합체(heterodimer)다. 유전자 녹아웃 실험을 통해 이외에도 T1R3 독립적인 단맛 검출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감칠맛은 글루타메이트와 아스파테이트 등 일부 아미노산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우리가 널리 아는 조미료인 MSG(Monosodium glutamate)가 감칠맛 자극을 일으킨다. 5’뉴클레오타이드가 함께 존재하면 감칠맛이 더욱 강화되는데, T1R1-T1R3 이형이합체가 MSG와 뉴클레오타이드의 혼합물에 반응하는 감칠맛 수용체로 알려져 있다. 쓴맛은 단순 염분부터 복잡한 구조의 독성 물질까지 다양한 화합물에 의해 자극된다. 쓴맛 수용체는 type II 미각 수용체(T2Rs)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쓴맛 수용체의 진화는 독성 물질을 포함해 유해한 식품을 탐지해 섭취를 막기 위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짠맛과 신맛의 수용체는 이온 채널의 형태로 알려져 있으며, 다른 맛의 감지에 비해 알려진 것이 적다.
맛을 탐지하는 것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 번째는 독성과 영양소를 평가해 우리가 무엇을 섭취할지에 대한 결정을 돕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섭취한 음식을 대사할 수 있도록 신체를 준비하는 것이다. 즉, 맛의 감지는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섭취하는 식량의 범위가 좁은 동물에서는 미각 시스템의 퇴행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나무가 주식인 자이언트 판다는 아미노산 맛 수용체 유전자인 TAS1R1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고양이가 단맛 수용체 유전자인 TAS1R2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육식성 동물들에서는 판다와는 또 다른 종류의 미각 수용체 상실이 발견되기도 한다. 바다사자 역시 많은 미각 수용체가 상실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대부분의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바다사자는 대체로 먹이의 맛을 보지 않는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대조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섭취할 수 있어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 함량의 편차가 크고 독소 섭취의 가능성이 큰 잡식성 동물에게 미각의 중요성은 커진다. 잡식성 동물의 고도로 발달한 미각 체계는 음식을 섭취했을 때의 대사 결과와도 연관되어 있어, 궁극적으로 음식에 대한 호불호를 통해 생존에 적합한 먹이를 찾을 수 있게끔 한다.
인류의 미각 체계는 진화적인 관점에서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현존하는 유인원의 섭식 패턴이 약 700만~800만 년 전 존재한 인류와 다른 유인원의 마지막 공통 조상이 지녔던 식습관을 반영한다고 생각했을 때, 인류의 조상은 잎과 과일, 곤충을 주식으로 하는 잡식성 동물로 추정된다. 초기 인류는 이러한 삼림 기반의 식단에서 개방 지형(open-terrain) 식단으로의 식이 확장을 거치게 되는데, 연구자들은 이러한 식습관과 영양학적 다양성의 확장이 약 440만 년에서 230만 년 전 사이에 벌어졌으리라 추측한다. 이 과정에서 야생 유인원의 주 단백질 공급원이 어린잎을 비롯한 산림 식물인 것과 달리 인류는 상대적으로 소화가 쉬운 형태의 단백질을 가지는 고기를 주 단백질원으로 삼게 되었다. 이와 연관된 미각 체계가 바로 글루타메이트로 대표되는 감칠맛의 감지다. 인간 미각 체계는 글루타메이트, 리보뉴클레오티드 등 감칠맛에 대한 선호가 발달했다. 이는 감칠맛을 감지할 수는 있지만 글루타메이트나 리보뉴클레오타이드에 대한 감각 신호를 처리하는 미각 하위 시스템을 갖지 않는 침팬지의 미각 체계와 대비된다. 감칠맛에 대한 인류 미각 체계의 발달은 발효 식품을 섭취하려는 경향과도 연관되어 있다. 감칠맛은 신선한 육류 등 익지 않은 고단백 식품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숙성·발효· 익힘 등의 과정에서 글루타메이트를 포함한 감칠맛이 강해진다. 발효 식품의 섭취는 다양한 종류의 영양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유산균 등 프로바이오틱 박테리아를 제공하므로 인류의 생존에 여러 방면에서 이로워, 이러한 감칠맛에 대한 선호가 발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의 도입 역시 인류의 미각 체계에 영향을 미쳤다. 인간은 다른 포유류와 비교했을 때 타액의 아밀라아제 유전자인 AMY1이 게놈 내 대규모로 복제되어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게놈에 아밀라아제 유전자의 사본이 많을수록 타액에서 더 많은 아밀라아제가 생성된다. 이러한 아밀라아제 유전자 사본 증가는 인류의 초기 역사에서 이루어진 농업 발전의 영향으로 추측된다. 인류의 타액 내 아밀라아제의 양과 효율은 고체상의 조리된 전분 식품을 구강에서 수 초 내에 반고체나 액체 형태로 변환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타액의 아밀라아제 수치가 높을수록 경구 내 전분에 대한 반응으로 인슐린의 사전 분비가 잘 일어나, 타액의 아밀라아제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에 비해 전분 섭취 시 혈당 반응이 감소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한편, 인류는 여전히 다른 유인원들과 설탕과 산에 대한 선호도를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산과 당분을 포함한 과일의 선호다. 유인원에게 있어 과일은 당과 비타민 C의 공급원으로 작용한다. 특히 다른 포유동물과 달리 원숭이와 유인원은 기능성 글루코노락톤 산호 효소(functional gluconolactone oxidase) 유전자가 손실되어 비타민 C를 합성할 수 없어,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 조상에게 과일을 통한 비타민 C 섭취는 매우 중요한 식습관이었을 것이다. 신맛에 대한 감지는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을 탐지하기 위해 필요했으리라 추측되며, 과일 성숙도의 식별을 위해 단맛과 신맛의 혼합된 맛 감지가 함께 발달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소금에 대한 감지 및 선호 역시 식습관 및 진화와 관련이 있다. 인류는 다른 잡식성 동물과 유사하게 등장성(isotonic, 150mM 염화나트륨 용액)에 가까운 소금 함량을 맛있다고 느낀다. 또한,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람들이 매일 거의 같은 양의 소금을 섭취한다는 점으로부터 소금의 섭취량 역시 생물학적인 이유를 바탕으로 결정되었다고 추측된다. 특히 인간은 잡식성 동물보다 염분 섭취를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인간이 땀으로 염분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맛의 감지는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신 중인 여성 혹은 어린이의 경우 발달에 유해한 독소를 섭취하는 것을 피하고자 임신하지 않은 성인과 다른 미각 반응을 보인다. 대표적인 예시가 쓴맛에 대한 반응이다. 앞서 언급했듯 쓴맛의 감지는 독소 섭취를 피하려고 발달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임신 중인 여성은 임신 전과 비교해 쓴맛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더 많은 음식에서 쓴맛과 메스꺼움을 느낀다. 이를 낮은 독소에도 민감한 시기인 태아의 주요 기관 형성 시기에 발생하는 보호 반응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비타민, 미네랄 등 미량영양소(micronutrients)는 많아도 열량을 제공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다량영양소(macronutrients)는 적은 채소를 먹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단백질 영양부족 상태의 유아와 어린이는 같은 수프라 하더라도 글루타메이트가 첨가된 것에 설탕이 첨가된 것보다도 더 끌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감칠맛이 아미노산 섭취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이는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결핍되어있는 영양소를 채울 수 있는 맛을 선호함을 의미한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 처음 먹게 되는 음식인 모유에는 설탕과 글루타메이트의 함량이 높아, 연구자들은 유아들이 모유를 먹으며 설탕과 글루타메이트의 맛을 각인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이처럼 미각이 주는 정보는 우리가 다양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게 해 신체를 보다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현대 사회로 접어들며 미각에 따른 음식의 선호는 비만과 과잉 영향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의 미각 체계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을 선호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은 미각적으로 큰 자극을 일으키는 글루타메이트, 설탕, 지방, 염분이 많은 식품을 매력적으로 느끼는데, 이러한 식품의 과량 섭취는 비만을 유발하며 동시에 미량영양소는 부족한 영양실조 상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현대인들이 단순히 맛에만 의존한 식습관을 형성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림 1. 인간 혀 내 미뢰와 미각 세포 (출처: Breslin, P. A. (2013). An evolutionary perspective on food and human taste. Current Biology, 23(9), R409-R418.)
참고 문헌
- Breslin, P. A. (2013). An evolutionary perspective on food and human taste. Current Biology, 23(9), R409-R418.
- Chaudhari, N., & Roper, S. D. (2010). Review series: The cell biology of taste. The Journal of cell biology, 190(3), 285.
- Roper, S. D., & Chaudhari, N. (2017). Taste buds: cells, signals and synapses.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8(8), 485-497.
- Demi, L. M., Taylor, B. W., Reading, B. J., Tordoff, M. G., & Dunn, R. R. (2021). Understanding the evolution of nutritive taste in animals: Insights from biological stoichiometry and nutritional geometry. Ecology and Evolution, 11(13), 8441-8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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