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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미라 제조를 위한 레시피 북 본문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투탕카멘의 저주를 비롯해 미라에 얽힌 저주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미라’ 하면 붕대를 칭칭 감은 시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여전히 미라는 모험물이나 공포영화에 단골로 등장한다. 몇천 년 전 만들어졌으나 여전히 썩지 않고 보존된 시체의 존재는 이처럼 우리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 이집트인들은 시체의 부패가 망자가 내세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따라서 부패와 손상을 막기 위해 시체를 보호하는 처리 기법이 발전하게 되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비롯한 포유류, 조류, 악어 등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도 미라로 만들어졌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동물숭배의 일환 ▲반려동물 ▲제사 ▲망자를 위해 준비한 식사 등 다양한 이유로 동물 미라를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미라의 제작 방법은 건조를 통한 자연적인 미라 생성(기원전 4300년에서 3100년 사이)에서 시작되어, 원시적인 방부 처리 단계를 거쳐 70여 일에 걸쳐 진행되는 복잡한 인위적 건조 및 방부 과정에 이르기까지 발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전히 미라를 만드는 과정의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보존되어있는 고대 문헌이나 발굴된 미라를 분석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제작 방식 및 사용 물질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문헌에서 사용한 용어가 지칭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시체의 방부 처리를 위해 천연 소금의 일종인 나트론(natron)을 이용해 시체를 건조하고, 다양한 방부 처리 물질을 시체 안팎으로 발랐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세세한 방부 처리 방법 및 재료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미라화(mummification)에 관련된 고대 이집트 문헌은 두 개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미라 연구에 어려움을 일으키는 요소다. 연구자들은 고대 이집트에서 방부 처리가 소수의 인원만이 수행할 수 있는 신성한 행위로 여겨져, 대부분의 지식이 구두로 전달되었으리라 추측한다. 최근에는 기원전 1450년경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의 의료용 파피루스인 ‘루블 칼스버그 파피루스'(Papyrus Louvre-Carlsberg)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방부 처리와 관련된 새로운 기록이 발견되어 주목받았다. 해당 문헌을 통해 망자의 얼굴을 방부 처리하는 절차가 새롭게 밝혀졌다. 식물에서 유래한 방향성 물질과 결합제(binder)를 섞어 만든 액체로 코팅한 붉은 린넨 조각을 이용한다. 죽은 사람의 얼굴을 붉은 린넨 조각으로 감싸고 그 위에 보호용 고치(cocoon)를 덮는다. 문헌에 따르면 방부 처리자들은 이 과정을 4일 간격으로 반복했다. 문헌에서 언급된 미라화 과정은 다음과 같다.
▲ 방부 처리 작업은 무덤 근처의 특수 작업장에서 약 70일에 걸쳐 진행된다. 진행 과정은 크게 약 35일의 건조 단계와 35일의 붕대 처리 기간으로 구성된다.
▲ 건조 기간 동안 시체의 외부와 내부를 모두 나트론 처리한다. 나트론 처리를 시작하기 전 처음 4일간 뇌를 비롯한 장기를 제거하고 신체를 정화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 방향성 물질(aromatic substances)과 붕대를 이용해 35일간 붕대 처리를 진행한다.
▲ 70일간의 작업 과정 중 4일마다 방부 처리 작업을 반복한다. 68일째에 미라를 완성해 관에 안치하고 마지막 날에는 망자가 사후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의식을 진행한다.
최근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인 사카라(Saqqara)에서도 미라의 제작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유물들이 발굴되었다. 사카라는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일종의 공동묘지(necropolis)였던 지역이다. 최초의 피라미드로 알려진 조세르 왕의 피라미드를 비롯해 여러 왕조의 피라미드와 유적이 존재하는 사카라 지역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유물 발굴 및 연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사카라 지역에서 기원전 664~525년경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부 처리 작업장과 매장실을 발견했으며, 이 공간에서 발굴된 내용물을 분석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 내용은 방부 처리 작업장에서 발굴한 용기 중 31개의 내용물과, 매장실에서 발굴한 4개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다. 용기에 잔류해있는 유기 물질의 분석을 위해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 (GC/MS, gas chromatography/mass spectrometry) 이 사용되었다. GC/MS는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를 통해 혼합되어있는 서로 다른 성분들을 분리하고, 질량 분석을 통해 각 성분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하는 분석 기술이다. 특히 수 mg 이하의 미량 시료로도 성분 분석이 가능해, 사실상 유물의 비파괴적인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연구자들은 GC/MS 분석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시료를 준비했다. 먼저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용기 표면을 세척한 후 용기 내벽을 긁어 1g 정도의 도자기 분말을 만든다. 이 분말 시료를 유기용매로 추출해 분석하고자 하는 유기 잔류 물질이 녹아 있는 추출물을 얻는다. 연구자들은 이 추출물 중 50%를 트리메틸실릴화(trimethylsilylate) 시켜 GC/MS 분석을 수행했다. 트리메틸실릴화를 통해 분자량이 비교적 작은 물질에 트리메틸실릴기(-Si(CH3)3)를 붙여 안정적인 물질을 만들면 보다 정확하고 재현성 있는 GC/MS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분석 결과 유물에서 발견된 방부 처리 물질은 대부분 이전에 알려진 물질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담마(dammar)와 엘레미(elemi)라는 두 가지 수지(resin)가 새롭게 발견되었다.
피스타시아 수지, 엘레미, 담마, 오일, 밀랍 등 분석을 통해 확인된 방부 처리 물질은 항균 및 발향 효과를 가져 시체를 보존하고 악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부 처리와 관련된 문구가 적힌 용기에서는 밀랍과 동물 지방의 혼합물이, 세척이라고 표시된 용기에서는 침엽수 기름이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동물성 지방, 식물성 기름이 보습을 비롯한 피부 처리에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피부를 밀봉하고 수분을 차단하기 위해 접착 특성을 가지는 소수성 물질인 타르, 수지, 역청(bitumen), 밀랍 등이 사용되었다. 역청은 점성을 지닌 액체 또는 반고체 상태의 석유 화합물이다. 역청이 미라 제작에 사용된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미라화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부 처리 작업장에 있던 용기에서는 역청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매장실에 있던 용기에서는 역청이 검출되었다. 이로부터 방부 처리 초기 단계에는 역청이 사용되지 않았으며 마지막 단계 또는 의식에서 역청이 사용되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분석에 사용된 용기는 대부분 여러 물질의 혼합물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포장 또는 방부 처리‘라는 라벨이 붙은 용기 중 다섯 개에는 삼나무 오일, 동물성 기름, 식물성 기름과 엘레미 수지의 혼합물이 담겨 있었으며,
그중 일부에서는 엘레미 수지가 가열된 흔적도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물질 및 혼합물의 발견은 고대 이집트에 방부 처리 물질을 생산 및 처리할 수 있는 기술 및 관리 시스템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일례로, 식물성 기름이나 동물성 지방을 얻기 위해서는 추출 시스템이 필요하며, 목재로부터 타르(tar)나 기름을 얻기 위해서는 열분해와 증류 등 열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물질 중 다수의 원산지가 이집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송진을 생산하는 나무는 이집트에서는 자라지 않고 지중해 연안에서 찾을 수 있으며, 엘레미와 담마 수지의 경우 열대우림 고유종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물질이다. 역청은 사해에서 기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지중해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이르기까지 장거리 무역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독일 뮌헨대학교, 튀빙겐대학교, 이집트 국립연구센터 등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에서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월 네이처 지의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수 세기의 시간을 거치며 우리는 미라를 만드는 법을 잊었다. 수 세기 전 만들어진 미라만이 남아 있다. 이미 존재하는 미라와 무덤의 유적으로부터 어떤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 되짚어나가는 중이다. 미라가 품고 있는 비밀은 언제쯤 완전히 밝혀지게 될까? 어쩌면 미라에 얽힌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저주 같은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가 고대인들이 어떻게 미라를 만들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림 설명
- 사카라 지역에서 발견된 방부 처리 물질 및 처리 지침
(출처: doi.org/10.1038/s41586-022-05663-4)
참고 자료
-https://ccrs.ku.dk/news/2021/ancient-egyptian-manual-reveals-new-details-about-mummification/
- Ikram, Salima. "Recipes and ingredients for ancient Egyptian mummification." (2023).
- Callaway, Ewen. "The surprising chemicals used to embalm Egyptian mummies." Nature 614.7947 (2023): 202-203.
- Rageot, M., Hussein, R.B., Beck, S. et al. Biomolecular analyses enable new insights into ancient Egyptian embalming. Nature 614, 287–293 (2023).
- Buckley, Stephen A., and Richard P. Evershed. "Organic chemistry of embalming agents in Pharaonic and Graeco-Roman mummies." Nature 413.6858 (2001): 837-841.
- Buckley, Stephen A., Katherine A. Clark, and Richard P. Evershed. "Complex organic chemical balms of Pharaonic animal mummies." Nature 431.7006 (2004): 294-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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