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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두근대는 심장이 말하는 것 본문
두근대는 심장이 말하는 것
심혜린
긴장했을 때나 불안할 때, 혹은 무서울 때 터질 듯 심장이 뛰었던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불안 상태에서 뇌가 심장 박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다. 그렇다면, 반대의 방향은 어떨까? 빨라지는 심장 박동이 감정이나 기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신체 변화가 감정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한 세기 동안 논쟁이 지속되어왔다. 초기 심리학 이론 중 하나인 제임스-랭 이론(James-Lange theory)에서 감정이 신체의 물리적 변화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한 것이 시작이다. 1880년대에 등장한 이 이론에 의하면 외부 자극으로 발생한 신체적 변화를 해석해 감정적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1920년대에 외부 자극으로 신체적 변화와 정서적 변화가 독립적으로 일어난다는 캐논-바드(Cannon-Bard theory) 이론이 등장하며 제임스-랭 이론을 반박했고, 이후에도 외부 자극과 감정 변화, 신체 변화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논의가 이루어졌다. 불안이나 긴장, 공포 상태가 심박 변화 등 행동,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에 관여하는 신경 회로에 관한 연구 역시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신체적 변화가 감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이를 확인하는 것이 실험적으로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에는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게재되었다. 연구자들은 심박의 증가가 쥐의 불안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광유전학(optogenetics)을 활용했다. 광유전학이란 빛에 반응하는 광민감성(light-sensitive) 단백질을 이용해 빛으로 신경 세포 등 세포 조직의 활동을 조절하는 기술을 말한다. 쥐의 심박 조절을 위해 적색광에 반응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인 ChRmine이 사용되었다. 연구자들은 ChRmine 유전자를 쥐의 심장 근육 세포에 전달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ChRmine 유전자를 AAV9(Adeno-Associated Virus serotype 9)라는 바이러스 벡터에 넣어 쥐에게 주입했다. AAV9는 쥐의 심장 조직에 친화성(tropism)을 가져 심장 조직으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데 널리 이용된다.
ChRmine 단백질은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의 일종이다. 채널로돕신은 세포막에서 빛에 의해 개폐가 조절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단백질로, 특정 파장 범위의 빛을 받으면 이온 채널이 열려 세포 외부의 이온이 세포막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한다. ChRmine 단백질이 발현된 세포가 적색광에 노출되면 양전하를 띈 이온이 ChRmine 단백질을 통해 세포 내부로 이동해 세포의 탈분극(depolarization)을 일으킨다. 심장 근육 세포의 탈분극은 근육의 수축을 유발한다. 즉, 심장 근육 세포에서 ChRmine 단백질이 발현된다면, 별도의 외과적 수술이나 전기 충격 등의 자극 없이 적색광을 이용해 심장 박동을 조절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ChRmine 단백질 유전자가 도입된 쥐의 흉부를 적색광에 노출했다. 이 경우 쥐의 분당 심박수가 최대 900회까지 증가하며, 광원을 제거하면 즉시 심박이 정상 속도로 돌아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심박 변화에 따른 쥐의 행동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쥐에게 빨간빛을 내는 micro-LED가 부착된 조끼를 입혔다. 이 장치를 이용해 쥐에게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관찰되는 비 지속적 부정맥 현상과 유사한 간헐적인 심실 빈맥을 유도할 수 있었다.
우선, 빛에 의한 심박 조절에 대한 쥐의 호불호(appetitive or aversive effects)가 평가되었다. 절반은 적색광에 노출되어 있고 절반은 적색광이 없는 공간에서 ChRmine 단백질을 가진 쥐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적색광에 노출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 머무른 시간이 비슷했다. 대조군으로는 앞서 실험을 수행한 쥐와 한배에서 태어났지만 ChRmine 단백질을 주입하지 않은 쥐의 움직임 분석이 이루어졌으며, 평가 결과 두 쥐의 거동에 유의차가 없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ChRmine 유전자가 도입된 쥐와 그렇지 않은 쥐 모두에서 적색광이 있는 공간과 없는 공간에 대한 선호도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심박에 의한 쥐의 불안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EPM(Elevated Plus Maze) 테스트를 수행했다. EPM이란 높이가 있는 십자형 미로에서 설치류의 움직임을 관찰해동물의 스트레스 및 불안 행동을 분석하는 데 널리 쓰이는 실험이다. 이 십자형 미로는 길의 가장자리를 둘러싼 벽이 있는 CA(Closed Arm)와 벽이 없는 OA(Open Arm)가 교차하는 형태로, 십자형 미로 위에 올라간 동물이 느끼는 불안감이 커질수록 OA에서 머무는 시간보다 CA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EPM 테스트 결과, 동일한 쥐로 실험을 수행했을 때 적색광 노출 여부에 따라 쥐의 거동이 달라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적색광에 노출되어 빈맥 상태가 유도된 쥐는 그렇지 않은 상태와 비교했을 때 OA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확연히 짧았다.

설치류의 불안 행동 분석을 위해 널리 쓰이는 또 다른 실험법으로 OFT(Open Field Test)가 있다. 사방이 막힌 정사각형 형태의 낯선 공간에서 일정 시간 동안 동물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실험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설치류가 스트레스를 크게 느낄수록 조명이 밝은 장치의 중앙 부분에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며, 벽면 가까이에 머무르는 모습이 관찰된다. 이러한 습성을 이용해 실험에 참여한 동물이 장치의 중앙 부분과 벽면 부분에 머무르는 시간이나 여러 활동을 분석해 동물의 스트레스 및 불안감을 평가한다. 불안감을 크게 느낄수록 중앙 영역에 대한 탐색이 줄어들고 벽면 근처에 머무르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적색광에 의한 빈맥 상태의 쥐는 OFT 실험에서도 중앙 영역에 머무는 것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ChRmine 유전자가 도입되었지만 적색광에 노출되지 않은 쥐와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은 쥐는 OFT 실험에서 유사한 거동을 보여, 각 쥐가 느끼는 기본 불안감은 유사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광학적으로 유도된 심박의 증가가 쥐에서 불안 행동을 유발했음을 의미한다. 심박 증가가 단순히 감정 변화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 역으로 감정 변화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빈맥에 의해 유도된 불안에 관여하는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조사하기 위해 빈맥이 유도된 지 15분 후 쥐의 뇌 활동을 분석했다. 빈맥에 의한 유전자 발현 변화를 확인하는 전체 뇌에 대한 뉴런 매핑(whole-brain mapping)과 뉴런의 활성 정도, 즉 발화율(firing rate)을 파악하기 위한 전기생리학적 기록 분석이 수행되었다. 그 결과 빈맥에 의해 후뇌 섬엽(posterior insular cortex)에서 뉴런이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연구자들은 후뇌 섬엽이 빈맥에 의해 유도되는 불안에 관련된 영역인지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광민감성 단백질인 iC++를 활용했다. iC++ 단백질 역시 ChRmine과 마찬가지로 빛에 의해 개폐가 조절되는 채널로돕신의 일종이다. 적색광에 반응해 양이온을 수송하는 ChRmine과는 달리 청색광에 반응하며, 음이온을 수송한다. 연구자들은 쥐 후뇌 섬엽 영역의 뉴런에 iC++ 단백질 유전자를 도입했다. 뉴런 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iC++가 청색광에 반응하면 채널이 열려 세포 내부로 음이온이 들어온다. 이는 뉴런 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결과를 일으킨다. ChRmine 단백질과 iC++ 단백질이 도입된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쥐의 후뇌 섬엽 뉴런을 iC++ 단백질로 억제했을 때 빈맥에 의한 불안 행동이 감소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비교를 위해 뇌의 다른 영역인 내측 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에 iC++를 도입해 활동을 억제했을 때는 이러한 불안 행동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후뇌 섬엽 피질이 심박수의 증가에 따른 불안 행동에 관여함을 의미한다.
아직 심장 박동이 후뇌 섬엽을 활성화하는 과정이나, 이로부터 불안 행동이 발생하는 과정 등 신체 변화에 따른 감정 변화의 상세한 메커니즘은 앞으로 확인해야 할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전까지 가설로만 존재하던, 신체적 변화에 의한 감정 변화를 실제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이전의 많은 연구 결과가 약물이나 전기 자극 등을 이용해 심장 근육의 활동을 조절했던 것에 비해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광유전학적 방식은 별도의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지 않으며, 약물에 의한 부반응이나 전기 자극에 의한 통증 등 목적 외 다른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앞으로도 발작성 빈맥을 포함한 다양한 심장 질병 또는 불안장애나 조절장애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설명: 광유전학을 이용한 쥐의 불안 행동 조절
(출처: Couderc, Y., Beyeler, A. Nature 615, 217-218 (2023))
참고 문헌
- Hsueh, B. et al. Nature 615, 292–299 (2023)
- Couderc, Y., Beyeler, A. Nature 615, 217-218 (2023)
- Cannon, W. B. Am. J. Psychol. 39, 106–124 (1927).
- Klein, A. S., Dolensek, N., Weiand, C. & Gogolla, N. Science 374, 1010–10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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