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1.5℃, 작고도 큰 임계점 앞에서 본문

8면/과학칼럼

1.5℃, 작고도 큰 임계점 앞에서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6. 28. 11:18

1.5℃, 작고도 큰 임계점 앞에서

 

심혜린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지구 평균 기온 1.5℃ 상승에 대한 경고가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전 세계 195개 국가는 산업화 이전인 19세기 후반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로 하였다. 해당 협약에서는 온도 상승을 가급적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며, UN 산하 기구인 세계기상기구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에서는 매년 5월 발표하는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 (Global Anuual to Decadal Climate Update)를 통해 향후 5년 내 지구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높아질 확률을 발표한다. 이 확률은 2017년 발표되었던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에서는 10% 수준, 2021년 발표되었던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에서는 40% 수준이었으며, 2022년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약 50%로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지난 5월 17일 발표된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에는 2027년 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1.5℃를 초과할 확률이 66%에 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개년의 평균 기온이 1.5℃ 제한선을 웃돌 가능성 역시 32%로, 전년도 발표한 보고서에서 예측한 값 (약 10%) 대비 크게 상승했다. 또한, WMO는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서 향후 5년 내 연평균 기온이 지금까지 기록상 가장 따뜻한 해였던 2016년의 기록을 넘어설 확률이 98%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균 온도가 2℃ 상승하는 것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막연히 생각하기에 0.5℃는 그리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서 발표한 특별보고서 <지구온난화 1.5℃>를 통해 이 0.5℃가 지구의 환경과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5℃만 상승할 때 극한 폭염에 노출되는 세계인구가 2℃ 상승하는 때에 비해 4억 2천만 명 감소하며,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인구도 2℃ 상승 대비 절반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모델링을 통한 모의 결과에 따르면 2℃ 기온 상승의 경우에는 여름철 북극의 해빙이 모두 녹는 현상이 적어도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반면 1.5℃ 기온 상승의 경우 이러한 현상의 빈도가 100년에 한 번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난화로 기존과 다른 유형의 생태계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육지의 면적 역시 1.5℃ 상승의 경우 2℃ 상승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해양 및 연안 생태계 역시 0.5℃ 차이에 따른 생태계의 비가역적 파괴 정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평균 기온이 2℃ 상승하는 경우 산호초의 감소율이 99%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나, 1.5℃ 기온 상승 시에는 감소율이 70~90%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IPCC는 평균 기온 상승이 전 지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우려 요인(Reasons for Concern)이라는 다섯 가지 항목을 통해 나타낸다. RFC1~5에 해당하는 요인은 각각 ▲위협받는 고유 시스템 (산호초, 극지방 생태계 등 생물다양성 핫스팟에 대한 위험) ▲극단적 기상 현상 (폭염, 폭우, 가뭄 등 기상 현상이 미치는 영향) ▲영향의 분포 (취약계층 등 특정 그룹에 불균형적으로 미치는 영향) ▲ 전 지구적 총 영향 ▲ 대규모 단일 현상 (해류 순환 중단 등 비가역적인, 시스템상의 큰 변화)을 의미한다. 그래프의 색상이 ‘심각하고 광범위한 영향/리스크’를 의미하는 빨간색을 지나 보라색에 가까워질수록 리스크가 높음을 의미한다. IPCC는 특별 보고서를 통해 1.5℃에서 2℃ 온도 상승 사이에 RFC1은 리스크가 높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RFC3은 중간에서 높음으로 리스크가 증가하리라 발표했다.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의 발간과 비슷한 시기, 변화하는 지구의 환경에 대한 또 다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지구 내 담수량의 감소에 관한 연구다. 지난 5월 19일 자 사이언스 (Science)지의 표지에는 미국 콜로라도강에 있는 저수지인 파월호 (Lake Powell)의 사진이 실렸다. 사진 속 파월호는 수위의 감소로 하얗게 말라붙은 벽을 드러내고 있다. 해당 호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근 30여 년간 지구 내 호수의 저수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지구에서 호수가 차지하는 면적은 약 3%로, 자연 호수와 저수지에 저장되어있는 물은 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담수의 약 87%를 차지한다. 호수는 식수, 농업 등에 사용되는 수자원을 제공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 영양분, 탄소 등의 순환에서도 큰 역할을 차지해, 지구 내 물질 순환 및 기후 조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호수 저수량의 변동은 지구 환경 및 인류의 삶과 직결된 문제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오대호와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 중국의 포양호와 둥팅호 등 큰 규모의 호수에서의 수위 감소는 이미 수년 전부터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통일성 있는 분석 방식으로 장기간에 걸쳐 전 지구적인 호수 내 저수량 변화를 관측한 것은 이전까지 보고된 바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랜드샛 위성을 통해 얻은 수면 이미지 데이터와 위성 고도계로 얻은 수면 고도 변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간에 따른 호수의 부피 변동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1,972개의 호수 및 저수지에 대하여 1992년부터 2020년 사이의 저수량을 분석했다. 연구에 포함된 호수 1,051개와 저수지 921개의 저수량은 각각 지구 전체의 호수 및 저수지 저장량의 96%, 83% 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이 중 절반 이상에서 상당한 저수량 손상이 발생하였음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간 호수 내 저수량 변화율은 연간 -26.38±1.59 Gt이다. 매년 약 264억 톤의 담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저수지의 경우 약 2/3의 대형 저수지에서 저수량 감소가 확인되었으며, 기존 저수지에서는 매년 약 132억 톤의 저수량 감수가 관찰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 기간 중 183개의 저수지가 새롭게 채워져 종합적으로는 저수량이 연간 약 49억 톤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는 호수에서 물 손실과 물 증가를 모두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기온 상승에 따라 증기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증발산에 의해 손실되는 물의 양이 증가할 수 있는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지구 기온 상승에 의해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발표한 저수량의 감소 현상 중 절반 이상 (56±9%)이 직접적인 인간의 영향, 온도 변화 및 증발산 (evapotranspiration)의 영향에서 기인한 것이라 주장한다. 연구팀의 분석에 의하면 기온 증가 및 증발산에 따른 저수량 감소는 건조 현상이 발견된 호수 중 약 21%에서 지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 지구적으로 관측된 저수량 감소에서는 온도 및 증발산의 영향에 의한 손실이 전체 손실의 약 31.4%, 인간 활동에 의한 손실이 약 14.4%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세계 인구 중 최대 1/4에 해당하는 인원이 연구 결과 상당한 저수량 감소가 확인된 대형 수역 주변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지금과 같은 호수의 저수량 추세가 가지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이다. 5월 16일 강릉이 35.5℃, 대구 33.6℃, 서울 31.2℃ 등 전국적으로 최고기온이 30℃ 이상을 기록한 데 이어, 5월 23일 기상청은 6~8월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라는 3개월 날씨 전망을 발표했다. 전국 6개 지점 (서울, 인천, 강릉, 대구, 부산, 목포)의 평균 기온 기록에 의하면 1912년부터 2021년에 이르기까지 국내 평균 기온은 10년에 0.2℃ 수준으로 상승했다. 1991년부터 기록된 전국 62개 지점의 평균 기온 기록을 바탕으로 추산한 기온 상승률은 그보다 더 높은, 10년에 0.3℃ 수준이다.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률인 10년당 0.07℃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온이 올라가고 호수가 말라붙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그림 설명

- 지구 평균 온도 상승에 따른 우려 단계와 리스크

  (출처: ICCP 특별 보고서 <지구온난화 1.5℃>)

 

참고 문헌

  • WMO Global Annual to Decadal Climate Update (Target years: 2023-2027)
  • IPCC, 2018: Global Warming of 1.5°C
  • Fangfang Yao et al.,Science380, 743-749 (2023).
  • Sarah W. Cooley, Science380, 693-693 (2023).
  • 기상청 종합 기후변화감시정보 (http://www.climate.go.kr/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