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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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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면/과학칼럼

HuBMAP : 인간 세포 지도 그리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9. 4. 15:09

HuBMAP : 인간 세포 지도 그리기

 

심혜린

 

 우리의 몸이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의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의 총수는 몇 개일까? 성인의 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세포가 필요하다. 한 명의 인간을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는 모두 같은 유전 정보를 가지지만 발현되는 유전자 패턴에 따라 신경 세포, 면역 세포, 생식 세포, 혈액 세포 등 200종류 이상으로 분화되어 여러 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세포 내에는 유전물질을 담고 있는 핵을 포함한 여러 세포 소기관이 존재하며, 이로부터 생성된 RNA, 단백질, 대사 산물 등 생체 분자(biomolecule)가 체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 우리의 몸은 수십조 개의 세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세포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자 생명 활동이 일어나는 최소 단위다. 세포의 기능은 조직의 성장과 기능, 노화, 질병과 직결되어 있기에 세포에 대한 이해는 인체 조직의 기능 또는 질병의 원인이나 경과에 대한 이해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최근 수십 년간 체내 모든 단백질을 연구하는 단백질체학(proteomics), 세포에서 발현된 모든 RNA를 연구하는 전사체학(transcriptomics), 염색질(chromatin) 단위의 유전학, 즉 염기 서열 변화 없이 일어나는 유전자의 발현 변화를 연구하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 등의 발전으로 세포 내 존재하는 생체 분자에 대한 정보가 많이 밝혀졌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분자들이 어디에 분포하며 어떻게 기능하는지, 세포 간 상호작용이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각각 어떤 특성이 있는지는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인간 생체분자 아틀라스 프로그램(Human BioMolecular Atlas Program, 이하 HuBMAP)은 세포 간 상호작용을 포함하여 세포가 인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2018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으로 시작되어, 60개 이상의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인 HuBMAP의 목표는 세포 수준의 장기 매핑(mapping)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배포하여 체내 모든 세포에 대한 지도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HuBMAP8년에 걸쳐 크게 개발과 생산 두 단계로 계획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로 계획된 개발 단계에서 연구자들은 데이터의 수집 · 분석 · 통합을 위한 기술 및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도화를 위한 표준 용어 및 2D, 3D 해부학적 표준 구조의 확립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것이 HRA(Human Reference Atlas) 프레임워크다. HRA는 건강한 인체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모든 세포의 3차원 고해상도 지도를 말한다. 지금까지 6,000개가 넘는 데이터 세트가 HRA 프레임워크에 등록되었으며,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공간적, 의미적으로 표준화된 틀에서 데이터를 매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 제작된 건강한 사람의 생체 분자 지도는 추후 부상, 질병, 노화 등의 변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 대조군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로 계획된 생산 단계에서는 다양한 나이, 성별, 인종으로 구성된 기증자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 세트를 생성하여 각각의 장기 및 신체 시스템에 대한 3D 생체분자 지도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까지 소장, 대장, 신장, 태반, 림프절, , 비장 등 여러 장기에 대한 2D 세포 지도와 피부에 대한 3D 지도가 만들어졌다.

 인간 생체분자 지도 작성에는 신체 기관 등 거시적인 수준부터 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단일 세포 또는 그보다 더 작은 나노미터 단위의 분자 수준 영역에 대한 폭넓은 분석이 필요하다. HuBMAP에서 생체분자 지도 작성에 활용되는 40여 가지의 분석 기술은 크게 질량 분석 현미경 시퀀싱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이온화된 물질의 질량 대 전하 비를 측정해 화학 물질의 조성과 양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인 질량 분석은 cm 단위로 존재하는 시료의 단백질, 지방, 대사산물 분석에 널리 사용된다. 또한, 질량 분석 이미징 기술을 바탕으로 수십 μm 영역에서 특정 물질이 시료의 어느 부위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측정해 시각화할 수 있다. 형광현미경, 광시트 현미경, 공초점 현미경 등 다양한 종류의 현미경 분석을 통해 세포 수준에서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현미경 분석은 특히 항체를 이용해 목표로 삼은 특정 물질의 분포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시퀀싱이란 RNA나 염색질 등 유전물질의 염기 서열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분석 기술을 말한다. 공간전사체학(spatial transcriptomics) 등의 시퀀싱 기술을 통해 세포마다 발현되는 RNA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세포 내 존재하는 RNA 분자를 시각화할 수도 있다.

 

단일 세포 지도 제작의 세 가지 방식  (a.  산모 - 태아 인터페이스 , b.  장 , c.  신장 )

 719일 자 네이처 지에는 지난 4년간 HuBMAP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를 다룬 세 편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세 논문은 각각 신장, , 산모-태아 인터페이스를 지도화한 연구 결과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각의 논문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을 통해 단일 세포 수준의 지도를 완성했다. 먼저, 태아의 태반과 임산부의 자궁벽 사이의 경계면에 대한 지도의 제작에는 MIBI (multiplex ion beam imaging)라는 분석 기법이 사용되었다. MIBI는 질량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이미징 기술로, 중금속 동위원소로 표지한 항체를 이용해 다수의 생체 분자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분석법이다. 연구자들은 66개의 태반 조각으로부터 만들어진 생체 분자 지도 분석을 통해 모체의 면역 세포가 어떻게 태아를 공격하지 않고 모체와 태아의 경계면에서 공존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의 지도화에는 CODEX(co-detection by indexing) 라는 분석 기술이 활용되었다. CODEX는 현미경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이미징 기술이다. DNA 바코드가 달린 항체를 이용해 생체 분자를 염색하고, 현미경 관측을 통해 염색된 조직 샘플의 이미지를 분석한다. 연구자들은 장에서 8곳의 부위를 선정하여 매핑한 결과, 장의 부위마다 세포의 구성과 조직이 급격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신장의 생체 분자 지도는 공간전사체학을 통해 생성되었다. 연구자들은 48명의 신장 질환자와 45명의 건강한 기증자로부터 얻은 신장 조직을 분석하여 두 신장 조직에서 세뇨관 상피 세포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질환 조직에서 발견되는 변형된 형태의 세뇨관 상피 세포는 조직 복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매핑을 통해 이 변형된 세포가 조직의 흉터와 관련된 섬유증 및 염증 세포와 세포 간 통신 (cell-cell communication)을 형성하고 있었다.

 20232분기 HuBMAP의 데이터 세트가 공개된 이후, 누구나 HuBMAP 데이터 포탈 (https://portal.hubmapconsortium.org/) 또는 HRA 포탈(https://humanatlas.io/) 을 통해 HuBMAP에서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20238월 기준으로 HuBMAP 데이터 포탈은 211명의 기증자에게서 얻은 2,081개의 데이터 세트를 제공하고 있다. 18가지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생성된 데이터 세트는 신장, 피부, 무릎, 혈액 등 31개의 신체 장기에 따라 분류되어 있다. 사용자는 질량 분석, 유전자 시퀀싱, 형광 이미징 등 분석 방법이나 성별, 인종 등 기증자의 정보, 표본 유형 등에 따라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다. 31개의 장기 중 현재까지 데이터 포탈 내 가장 많은 데이터가 등록된 장기는 신장으로 좌, 우 각각 367, 326개의 데이터가 존재한다. 다음으로는 362개의 데이터가 등록된 소장과 356개의 데이터가 등록된 대장이 뒤를 잇는다.

 HuBMAP를 통해 인간 생체분자 지도가 완성되면 인체 조직과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의 분포와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포의 발달과 노화, 암을 포함한 질병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HuBMAP2026년까지 이어지는 생산 단계의 연구에서 노화에 따른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 축적 조사 인간 세포 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 지도 구축 난소 기능 복원을 위한 세포 외 환경 역설계(reverse-engineering)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HuBMAP를 생성된 데이터의 활용 사례를 구축할 예정이다. 3년 후, 이 연구의 끝에서 인간은 스스로에 대해 어디까지 자세하게 탐구할 수 있을까.

 

참고 자료

HuBMAP website: https://portal.hubmapconsortium.org/

HuBMAP 데이터 포탈: https://portal.hubmapconsortium.org/

Jain, Sanjay, et al. Nature cell biology Nature 619.7970 (2023): 1-12

Vento-Tormo, Roser, and Roser Vilarrasa-Blasi. (2023): 46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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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Blue B., et al. Nature 619.7970 (2023): 585-594.

Greenbaum, Shirley, et al. Nature 619.7970 (2023): 595-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