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산업재해 #코로나시국
- 5.18 #광주항쟁 #기억 #역사연구
- 김민조 #기록의 기술 #세월호 #0set Project
- n번방
- 보건의료
- 항구의사랑
- 시대의어둠을넘어
- 미니픽션 #한 사람 #심아진 #유지안
- 수료연구생제도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n번방 #코로나19
- 권여선 #선우은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
- 쿰벵
- 죽음을넘어
- 공공보건의료 #코로나19
-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 고려대학교언론학과 #언론학박사논문 #언론인의정체성변화
- 국가란 무엇인가 #광주518 #세월호 #코로나19
-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염동규 #자본주의
- 코로나19 #
- 쿰벵 #총선
- BK21 #4차BK21
- 임계장 #노동법 #갑질
-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로나 콜른타이 #위대한 사랑 #콜른타이의 위대한 사랑
-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 선우은실
- 한상원
- 애도의애도를위하여 #진태원
- 518광주민주화운동 #임을위한행진곡
- 심아진 #도깨비 #미니픽션 #유지안
- Today
- Total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식물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면 본문
우리는 다양한 언어적, 비언어적 반응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고 외부와 의사소통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 역시 마찬가지다. 강아지가 즐거울 때 꼬리를 흔든다거나 불안하거나 화가 났을 때 털을 세우는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동물 간 의사소통에 관한 연구 역시 다수 이루어지고 있으며, 고유의 음성 패턴이나 행동 방식을 통해 상호 의사를 전달하는 생물종이 존재한다는 사례가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자극에 대한 동물의 신체적, 행동적 반응 역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식물의 경우에는 어떨까? 생물, 혹은 살아있다는 것의 정의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일반적으로 항상성, 물질대사, 반응, 적응 등이 생물의 특징으로 꼽힌다. 식물 역시 생명체이므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보이리라는 것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복잡하게 생물의 정의에 대해 고민할 것 없이, 해가 비치는 방향으로 자라나고 꽃을 피우는 식물들의 모습이나, 건드리면 오므라드는 미모사 등을 떠올려 보면 식물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외부 자극을 수용하고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된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차이는 표현형 (phenotype), 즉 외관의 차이다. 스트레스 상황의 식물에서는 색상이나 모양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식물과 달라지는 것이 관찰된다. 스트레스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 식물의 ▲신장(elongation) 억제 ▲국소적인 세포 분열 자극 ▲세포 분화 상태의 변화 등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UV-B 방사선에 노출된 식물은 그렇지 않은 식물에 비해 키가 작고 가지가 많다. 콜리플라워나 셀러리의 경우에는 잎이 두꺼워지고 면적은 줄어드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아프면 소리를 지르거나 위험을 알리는 것처럼 식물도 자신이 놓인 상황에 대해 의사를 표명할 수 있을까? 실제로 많은 과학자가 이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식물은 가뭄을 겪거나 포식자가 등장했을 때 휘발성 유기 화합물 (volatile organic compound, VOC)을 방출하기도 한다. 꿀풀과 식물인 세이지가 고온 환경에서 테르펜(terpene)이라는 유기 화합물을 방출한다는 사실은 이미 50여 년 전에 발견되었으며, 그 이후 온도, 물, 염, 오존에 의한 산화, 초식 동물에 의한 손상, 초식 곤충에 의한 산란 등 다양한 요인이 식물에서 지방산 유도체, 벤제노이드, 아미노산 대사 산물 등의 VOC 방출을 유발하는 스트레스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물에서 VOC의 역할로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소프렌(isoprene), 모노테르펜(monoterpenes) 등은 고온이나 산화 환경의 스트레스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곤충의 산란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VOC는 진딧물 등 곤충에 대해 구충제 역할을 하거나, 초식 동물의 포식자를 유인해 식물을 보호하는 효과를 가지기도 한다. 또한, 식물이 인접한 식물에서 방출된 VOC를 감지해 외부 위협 요인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 등, VOC를 통한 식물 간 신호 전달 현상도 관찰되었다.
최근 국제 학술지인 셀 (cell) 지에는 식물이 스트레스 상황에 소리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부 대학 연구진은 수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놓인 식물, 또는 최근에 줄기가 잘린 식물에서 시간당 약 35회의 소리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담배 (Nicotiana tabacum)와 토마토 (Solanum lycopersicum)를 마이크가 달린 상자에 넣고 식물이 내는 소리를 수집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수분 부족이나 절단 등의 문제를 겪지 않은 식물에서는 소리의 빈도가 시간당 1회 정도로 낮게 관찰되었다. 스트레스 환경에 놓인 식물이 내는 소리는 약 20 ~ 100 kHz의 초음파로,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영역대에 속한다. 해당 연구에 대한 소식을 실은 다수의 웹사이트를 통해 연구진이 녹음한 소리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영역으로 변환한 오디오 파일을 들어볼 수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3-00890-9).
연구진은 식물이 방출하는 소리를 통해 식물종 및 식물이 놓인 환경을 구분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활용했다. 두 종 (담배, 토마토)의 식물과 두 종류의 스트레스 상황 (수분 부족, 절단)의 조합으로 구성된 네 가지 유형에 대한 소리가 수집되고 학습에 사용되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수분 부족과 절단 시 식물에서 방출되는 소리를 약 70%의 정확도로 구별할 수 있었으며, 수분 부족의 정도에 따른 소리를 80% 이상의 정확도로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간별 소리 방출 패턴은 식물의 증산 (transpiration) 속도의 영향을 받으며, 일별 소리 방출 횟수는 식물의 탈수 (dehydration), 즉 수분이 부족한 정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분 부족과 소리 방출 횟수가 위로 불룩한 (hump-shaped) 형태의 연관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수분 부족 현상의 초기에는 소리를 내는 횟수가 증가하지만, 점점 심하게 식물이 건조될수록 횟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본 논문에서 주로 제시한 두 종의 식물 이외에도 밀, 옥수수, 포도, 선인장을 포함한 추가적인 다섯 종의 식물에서 소리를 녹음했다고 밝히며 식물에 의한 소리 발생이 다양한 식물군에서 발생하는 현상일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앞으로 식물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리라 예측하는 한편, 이와 같은 식물 생물음향학 (bioacoustics) 에 대한 연구가 식물과 다른 동물, 다른 식물 등 식물-환경 간 신호 전달 및 상호작용의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식물이 이러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으나, 줄기에서 발생하는 공동 현상 (cavitation)이 원인일 가능성이 제안되었다. 식물의 공동 현상이란 식물의 물관(xylem)에서 기포가 형성된 뒤 팽창하다가 붕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 스트레스에 노출된 식물이 공동 현상에 의해 진동하는 현상인 식물 진동에 대한 연구 역시 다수 존재한다. 연구진은 ▲물관의 지름과 식물이 방출하는 소리의 공진주파수가 반비례한다, 즉 지름이 굵을수록 더 낮은 음의 소리를 낸다는 점 ▲ 수분 부족과 절단 상황에서 서로 다른 소리가 방출된다는 사실 ▲3D 음향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제 녹음 시 관찰된 현상의 일치 ▲ 공동 현상에 의한 진동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주파수 범위가 이번 연구를 통해 녹음된 소리의 주파수 범위와 일부 겹친다는 사실 등을 이에 대한 근거로 들었다. 수분 부족과 절단 시 방출되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은 두 상황에서 식물 내 기체의 역학적 거동이 다름을 뜻한다. 줄기가 절단된 식물에서는 절단된 줄기의 모든 관에서 빠르고 강하게 소리가 방출되는 방면,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 놓인 식물에서는 점진적인 소리 생성과 압력 감소가 관찰된다. 3D 음향 시뮬레이션 시 물관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줄기의 전 방향으로 전달된다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실제로 실험 과정에서 연구진들은 줄기의 양쪽에서 소리를 포착할 수 있었다.
한편, 식물이 외부의 소리에 반응한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19년에는 달맞이꽃 (Oenothera drummondii)이 꽃가루 매개자 (pollinator)인 벌이 날아가는 소리, 또는 이와 비슷한 진동수를 가진 소리에 반응해 꿀의 당도를 높인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약 3분 이내에 꽃은 더 단 꿀을 생산해, 수분 (pollination)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인다. 벼, 애기장대 등에서 특정 주파수 영역대 소리에 대한 반응으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된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식물은 여러 자극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다만 그 방식이나 형태가 인간의 것과 달라 우리가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가 듣지 못하는 어느 파장의 영역대는 인간의 손에 의해 파괴되는 식물의 비명으로 얼룩져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식물의 반응이 당장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물을 키우고 죽이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해 온 것은 아닐까.
그림 설명
식물의 소리 녹음 및 머신러닝을 통한 학습 · 분류 과정 (Khait, Itzhak, et al. Cell 186.7 (2023): 1328-1336.)
참고 문헌
1) Khait, Itzhak, et al., Cell 186.7 (2023): 1328-1336.
2) Marris, Emma., Nature 616.7956 (2023): 229-229.
3) Potters, Geert, et al., Trends in plant science 12.3 (2007): 98-105.
4) Holopainen, Jarmo K., and Jonathan Gershenzon. Trends in plant science 15.3 (2010): 176-184.
5) Veits, Marine, et al., Ecology letters 22.9 (2019): 1483-1492.
6) Jeong, Mi-Jeong, et al., Molecular breeding 21 (2008): 217-226.
'8면 > 과학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HuBMAP : 인간 세포 지도 그리기 (1) | 2023.09.04 |
---|---|
1.5℃, 작고도 큰 임계점 앞에서 (0) | 2023.06.28 |
두근대는 심장이 말하는 것 (0) | 2023.04.16 |
미라 제조를 위한 레시피 북 (0) | 2023.03.19 |
미라 제조를 위한 레시피 북 (0) | 2023.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