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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Now you can see that I was right all along* 본문
Now you can see that I was right all along*
심혜린 과학칼럼니스트
매년 시월은 노벨상 수상자 발표의 달이다. 올해 역시 시월의 첫 월요일인 2일부터 시작해 하루에 한 분야씩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그중 가장 첫 번째로 발표된,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카탈린 카리코 교수와 드류 와이스먼 교수에게 돌아갔다. 카리코 교수는 화이자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하 COVID-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기업인 바이오앤테크의 수석 부사장이기도 하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발표를 통해, mRNA가 우리의 면역 체계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밝힌 이들의 연구가 판데믹 상황 속 전례 없이 빠르게 이루어진 백신 개발에 기여했다고 평했다.
백신은 체내 면역체계 중 특이적 면역(adaptive immune)에 해당하는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특정 병원균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한다. 여기서 항원이란 바이러스 등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나 분자를 말하며, 항체는 이러한 항원에 결합하여 항원을 무력화하거나, 항원이 쉽게 파괴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물질을 말한다. 체내에 새로운 외부 물질이 유입되면 면역 체계가 작동해 해당 물질의 일부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이 항원에 대한 항체를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 우리 몸에는 한 번 유입되었던 항원을 기억할 수 있는 기억세포가 존재해, 같은 항원을 가진 물질이 다시 유입되는 경우 이전보다 더욱 빠른 면역반응을 통해 이물질을 제거한다. 즉, 백신의 원리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물질을 투입해, 체내에 해당 항원에 대한 기억세포를 형성함으로써 병원균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다.
흔히들 백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린 시절 책에서 한 번쯤 읽었을 에드워드 제너의 천연두 예방접종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릴 것이다. 약하게 우두를 앓은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소량의 우두 바이러스를 주사해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 최초의 예방접종이다. 이처럼 초창기에 개발된 백신은 약화된 병원균, 또는 죽이거나 비활성화시킨 병원균을 이용하는 약독화 생백신이나 사백신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연구인 mRNA 백신이란 무엇일까?
mRNA는 핵산(nucleic acid)의 일종이다. 세포 내 유전정보는 또 다른 핵산인 DNA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데, 이 DNA로부터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중 가닥 형태의 DNA로부터 단일 가닥 형태의 RNA가 만들어지는 전사(transcription)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RNA가 바로 mRNA다. mRNA는 세포 내 소기관인 리보솜과 결합해 단백질을 생성한다. mRNA를 주형으로 삼아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번역(translation)이라 한다. 즉, mRNA는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생체 분자로, mRNA 백신이란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mRNA를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산함으로써 이에 대한 면역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백신을 말한다.
실제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생백신이나 사백신은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mRNA 백신은 개발 기간 및 생산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병원균에 변이가 발생해 백신의 효율이 떨어질 염려가 없어, 면역원성 역시 뛰어나다. COVID-19 바이러스의 백신 후보였던 mRNA-1273의 염기서열이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밝혀진 지 단 이틀 만에 결정되고, 두 달여 만에 이를 이용한 임상실험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mRNA를 이용해 백신을 개발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몸이 외래에서 유입된 mRNA를 침입자로 판별해 염증반응을 일으키거나, mRNA를 파괴한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과정에서 카린코와 와이스먼은 체내 면역세포가 포유류 세포의 RNA보다 박테리아의 RNA에 더 심한 면역 반응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진은 이 현상이 RNA 전사 후 일어나는 변형 과정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냈다. 전사 후 염기의 변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박테리아와는 달리 포유류 RNA는 메틸화 등 다양한 변형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변형 여부를 통해 면역 체계가 피아를 식별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RNA의 전사 후 변형을 모사해 mRNA의 염기 중 하나인 우리딘(uridine)을 1-메틸슈도우리딘(1-methylpseudouridine)으로 대체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변형된 mRNA를 세포에 투입하면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원하는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또한, 연구진은 변형된 mRNA를 이용했을 때 단백질 생산 효율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한편, COVID-19 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이 존재했다. 바로 COVID-19 바이러스에서 항원으로 인식되는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일이다. 팬데믹 기간 수많은 언론 매체를 통해 묘사되었듯,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COVID-19는 구형의 바이러스 표면에 뾰족한 돌기 모양의 단백질이 돋아나 있는 형태다. 이때 돌기 형태의 단백질을 스파이크 단백질이라 부른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 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해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할 수 있게끔 한다. 체내 면역반응에서 항원으로 인식되는 부위 역시 바로 이 스파이크 단백질이다.
그러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한 백신 개발은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스파이크 단백질을 가지는 바이러스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의 백신을 개발하고자 했던 연구자들은 사멸시킨 RSV를 이용해 임상실험을 진행했지만, 사백신 투여 후에도 항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스파이크 단백질은 세포막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구조가 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수용체 결합 전의 단백질 구조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해서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이 실험에 사용했던 사멸된 RSV에서도 대부분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변형된 형태로 존재했고, 따라서 정상적인 항체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구조 변형 과정에서 단백질 바깥쪽에 노출된 항원결정부위가 안쪽으로 숨겨진다. 따라서, 수용체 결합 전의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한 백신 개발에서 주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를 성공시킨 연구진 중 한 명이 바로 모더나와 공동으로 COVID-19 백신을 개발했던 키즈메키아 코벳 교수다. 코벳 교수가 근무했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백신 연구센터에서는 메르스, 사스 등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기술을 연구해 왔으며,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 변형 시 아미노산이 접히는 부위에 두 개의 프롤린 변이를 삽입해 구조가 변형되지 않도록 고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렇게 변이를 일으킨 단백질을 스파이크 단백질의 S 영역에 2개의 프롤린(P) 변이가 일어났다는 의미에서 S-2P라고 한다. 연구진은 쥐에게 메르스 S-2P 변이 단백질을 투입했을 때,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 프롤린 변이를 통한 구조 안정화 방법은 유전적으로 유사한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이었다. 상용화된 COVID-19 백신 중 모더나, 화이자, 얀센, 노바벡스, 사노피 등 다수의 백신이 이 S-2P 변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OVID-19 팬데믹 기간 mRNA 백신을 개발한 연구자들의 이번 노벨상 수상은 이례적이라 불릴 정도로 빠른 수상이다.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낸 시점부터 노벨상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30여 년에 달할 정도로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오랜 기간 연구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서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연구의 가치가 밝혀지기도 해서다. 그러나 카리코 교수에게 mRNA 백신 연구는 결코 단기간 진행된 연구가 아니다. 카리코 교수는 1980년대부터 mRNA를 이용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꿈꾸었지만,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연구 지원금도 받지 못하고 종신 교수직이 아닌 임시 연구직으로 재직하며 연구를 이어가야 했다. 역경 속에서도 40여 년간 포기하지 않고 이어진 한 사람의 꿈이 팬데믹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녀의 이번 노벨상 수상에 더욱 존경 섞인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유다.
* 2020년 카탈린 카리코의 뉴욕 포스트 인터뷰 중 발췌
[참고 문헌]
https://www.nobelprize.org/prizes/medicine/2023/press-release/
Karikó, Katalin, et al. Immunity, 2005, 23.2: 165-175.
PALLESEN, Jesper, et a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7, 114.35: E7348-E7357.
전방욱(2021), 「mRNA 혁명, 세계를 구한 백신」, 이상북스
This scientist's decades of mRNA research led to both COVID-19 vaccines, New york post, 20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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