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5.18 #광주항쟁 #기억 #역사연구
- 한상원
-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로나 콜른타이 #위대한 사랑 #콜른타이의 위대한 사랑
-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염동규 #자본주의
-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 선우은실
- 보건의료
- 국가란 무엇인가 #광주518 #세월호 #코로나19
- 산업재해 #코로나시국
- 518광주민주화운동 #임을위한행진곡
- 임계장 #노동법 #갑질
- 공공보건의료 #코로나19
- 심아진 #도깨비 #미니픽션 #유지안
- 쿰벵
- 코로나19 #
- 쿰벵 #총선
- n번방
- 고려대학교언론학과 #언론학박사논문 #언론인의정체성변화
- 시대의어둠을넘어
- 죽음을넘어
- 항구의사랑
- 수료연구생제도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n번방 #코로나19
- BK21 #4차BK21
- 애도의애도를위하여 #진태원
- 미니픽션 #한 사람 #심아진 #유지안
-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 권여선 #선우은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
- 김민조 #기록의 기술 #세월호 #0set Project
- Today
- Total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자가면역 반응과 두 개의 X 본문
자가면역 반응과 두 개의 X
심혜린 과학칼럼니스트
* 소개하는 연구의 특성상, 본문 내에서 성별을 지칭하는 용어는 생물학적 성별을 의미함을 밝힙니다.
세계인의 약 5% 정도는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을 앓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자가면역질환은 암, 심장질환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질병군에 속한다. 아마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1형 당뇨, 류머티즘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크론병(Crohn’s disease), 다발성 경화증 (multiple sclerosis) 등의 질병명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만 80여 종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자가면역질환은 면역계가 자기 자신을 공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본래 면역반응이란 바이러스 등 체내로 침투한 외래 물질을 인지하고 공격하여 제거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환자의 몸에서는 피아구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자기 조직 및 세포를 외부 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일이 벌어진다. 즉, 자기 자신을 항원(antigen)으로 인식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가 항체(autoantibody)가 형성된다. 많은 자가항체가 염색질(chromatin)이나 RNP(ribonucleoprotein) 등 커다란 핵산-단백질 복합체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질환의 특성상 치료도 쉽지 않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면역반응을 억제해야 하는데, 이는 정상적인 면역반응도 약화시켜 환자가 다른 질병의 감염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자가면역질환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특성 중 하나는 성별 편향(sex bias)이다.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80%는 여성이다. 루푸스 발병 환자의 여성 대 남성 비율은 9:1로 알려져 있으며,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쇼그렌 증후군(Sjögren’s disease)은 발병 환자의 성비가 19:1 수준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성별 편향적 특성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호르몬 패턴과 자가면역질환 사이의 관계를 밝히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다양한 면역반응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면역반응의 조절 장애가 자가면역질환을 포함한 여러 질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이 면역 체계에 기여하는 기작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다수의 연구를 통해 여성호르몬이 면역세포의 일종인 T, B 림프구의 발달, 항상성 유지, 유전자 발현 및 신호 전달 과정에 관여함이 보고된 바 있다. 여러 성호르몬 중 프로게스테론과 안드로겐은 면역억제제로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비해 에스트로겐은 일반적으로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질병에서는 에스트로겐이 면역 억제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임산부 환자에게서 루푸스는 악화되는 반면 류머티즘 관절염은 호전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한편, 유전자 또는 염색체의 관점에서 자가면역질환의 여성 편향을 설명하고자 하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X 염색체를 하나 더 가져 XXY 핵형을 가지는 클라인펠터 증후군 환자의 경우 호르몬 체계를 비롯한 표현형(phenotype)은 남성에 가까우나 자가면역질환과 관련한 위험은 여성과 유사한 수준으로 높다고 알려졌다. 이에 X 염색체의 양적인 증가 자체가 자가면역질환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최근 <Cell> 지에도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가 게재되었다. XX 염색체를 가지는 여성에게서만 발견되는 X 염색체 비활성화 현상이 자가면역질환과 연관되어있다는 내용이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대부분에서는 X와 Y 성염색체에 기반해 유전적 성별 결정이 이루어진다. 암컷은 X 염색체를 두 개 가진 XX 형태의 성염색체를 가지며, 수컷은 X 염색체 하나와 Y 염색체 하나를 가진다. 따라서 X 염색체를 두 개 가지는 포유류 암컷은 X 염색체 내 유전자의 과도한 발현을 막기 위해 두 개의 염색체 중 하나를 불활성(silence)화한다. 이를 X 염색체 비활성화(X chromosome inactivation)라 부르며, 배아 발생 중 각 체세포에서 무작위적으로 두 X 염색체 중 하나가 비활성화된다. 이렇게 비활성화된 염색체를 바소체(Barr body)라 한다. X 염색체 비활성화 과정에는 Xist라는 RNA 분자가 관여한다. 체내에서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고 별도의 기능을 가지는 RNA 분자를 비번역(non-coding) RNA라 하는데, Xist 는 이러한 비번역 RNA 중에서도 길이가 200 뉴클레오티드 이상으로 긴 분자를 일컫는 lncRNA(long non-coding RNA)에 속한다. 인간의 Xist 분자는 그 길이가 약 19kb (kilobase)에 달한다. Xist는 X 염색체의 중심부에 있는 비활성화 센터에 결합하며, 바소체 표면을 코팅하듯 덮는다. 또한, X 염색체 비활성화를 위해 Xist 분자가 81개의 단백질과 결합해 RNP 복합체를 형성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X 염색체 비활성화와 자가면역질환의 상관관계를 다룬 선행 연구에서는 X 염색체상에 있는 특정 유전자가 비활성화되지 않고 발현되는 경우, 일부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팀은 Xist RNP 복합체 그 자체가 항원 유발 요인으로 작용해 자가면역질환 유병률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우선 Xist RNP 복합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분석했다. 자가항체가 RNA 결합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Xist RNP를 구성하는 단백질 중 30개가 하나 이상의 자가면역질환에서 항원으로 작용한다고 보고된 바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Xist RNP 복합체가 자가면역 반응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진은 자가면역질환의 유발에 있어 성염색체와 호르몬이 미치는 영향을 제외하고 Xist의 영향만 확인하기 위해 수컷 쥐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일반적인 수컷 쥐는 X 염색체 비활성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Xist 분자가 생성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Xist 분자를 생성하도록 형질 전환이 된 수컷 쥐를 이용했다. 이때 수컷 쥐의 체내에서 염색체 비활성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Xist 분자는 ΔRepA-Xist라는 변형된 형태로 도입했다. Xist 분자는 반복되는 A 서열(A-repeat, RepA)을 가지고 있는데, 이 RepA가 염색체의 유전자 발현을 막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pA 요소를 제거한 ΔRepA-Xist 분자는 염색체를 뒤덮고 RNP 복합체를 구축하는 특성은 유지하되 유전자 발현 억제는 일으키지 않는다. 이렇게 형질 전환된 수컷 쥐에서의 면역반응을 관찰한 결과, 연구진은 형질 전환이 일어난 수컷 쥐에서 면역세포의 일종인 T 세포 거동이 암컷 쥐와 유사해졌음을 관찰했다. 또한, 연구진은 쥐에게 화학물질을 주입해 루푸스를 유도했을 때, 형질 전환이 일어난 수컷 쥐의 질병 심각도와 자가반응 정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실험 결과는 XIST RNP 복합체가 자가면역질환이 여성 편향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러 방면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가면역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어쩌다 이런 질환이 생기게 된 것일까? 사실 자가면역질환은 강한 면역반응에 대한 일종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현생 인류가 겪는 자가면역질환은 진화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조상이 약한 면역반응과 강한 면역반응, 즉 감염과 자가면역이라는 두 선택지 사이에서 후자의 방향으로 양성 선택을 해온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자가면역질환의 성별 편향을 육아와 관련해 설명하는 가설도 있다. 해마의 경우 알을 운반하고 새끼를 양육하는 것이 수컷의 몫인데, 부모 단계의 수컷 해마가 그렇지 않은 상태일 때와 비교하면 면역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많은 척추동물에서 새끼를 돌보는 것은 어머니의 몫인데, 암컷에게는 새끼를 돌보고 지키기 위해 이러한 책무를 갖지 않는 수컷보다 강한 면역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저 원망스러운 질병이 먼 과거의 인류가 생존을 위해 노력해 온 과정이 남긴 흔적이기도 한 셈이다.
[참고 자료]
Elie Dolgin. Nature 626, 466 (2024)
Dou, D. R. et al. Cell https://doi.org/10.1016/j.cell.2023.12.037 (2024).
Moulton, Vaishali R. Frontiers in immunology 9 (2018): 2279.
Harroud, Adil, and David A. Hafler. Science 380.6644 (2023): 485-490.
'8면 > 과학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을 알리는 곤충들은 어디에 있나요? (0) | 2024.05.07 |
---|---|
인터넷은 어떻게 젠더 편향을 강화하는가? (1) | 2024.04.08 |
이 컵에 꽂힌 빨대는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3) | 2023.12.06 |
Now you can see that I was right all along* (0) | 2023.11.10 |
어디선가 날아온 원소의 기원을 찾아서 (2) | 2023.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