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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이르게 다가온 미래 본문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 영화, 드라마들은 대개 우리에게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보여주곤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영역들에 기계화‧자동화가 도입된다면? 지금보다 더 대면 소통이 줄어든다면? 계층 간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권력의 작동 양상이 더욱 치밀해진다면? 환경 파괴의 수준이 더 많은 생명체를 위협하는 데 이르게 된다면? 인공지능이 인류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단계에 도달한다면? 낯설어 보이는 풍경들은 사실 현 사회의 부정적인 면면들이 가속화‧극대화된 결과를 상상한 것에 기반하고 있다. 다만 천천히 흘러가는 시계바늘을 빨리 돌린 덕에 그러한 변화들이 우리의 삶과 인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할 과정이 생략되어 있을 뿐이다.
온라인 강의의 전면화는 막연하게 그리던 미래 사회의 한 풍경이 과정을 생략한 채 급격하게 다가온 사례처럼 보였다. 전지구적 범위의 재난이라는 특수한 계기와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의 도임 및 신(新)기술의 상용화라는, 미래 사회를 다루는 많은 서사들이 공유하는 전제 조건에도 부합했다. 개인적인 성향 상 재난 상황에서 누구보다 빨리 도태될 것이며 기계화 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표방해 온 터라 이 상황은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가장 피하고 싶었던, 그래서 쉽게 예측하지도 않았던 미래의 한 구체상이 그 의미를 가늠해 볼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눈앞에 닥친 것이다. 그렇게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의 감상은, 역사적으로 인류가 나아가는 방향을 결정해 온 중요 조건인 ‘재난’, ‘제도’, ‘기술’이 우리들의 미시적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의 일면을 접한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몸은 멀게, 마음은 가깝게!’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내세운 이 구호를 비판할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몸이 가깝지 않은데 마음이 가까워질 리 없다고 단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이 부득이한 ‘몸의 거리’가 상대의 마음을 살피기 위한 우리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강사는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들은 질문을 하거나 발언을 할 때마다 ‘들리시나요?’라는 말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묻는다.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해 다른 학생이 답변하고는 ‘괜찮은 답이 되었을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하고, 해당 대답을 들은 학생은 수업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마이크를 켜는 대신 채팅창을 통해 ‘답변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발화함으로써 내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상대에게 가 닿았는지 확인하려는 섬세한 몸짓들이 오고 간다.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의심할 여지조차 없었기에, 혹은 상대의 표정을 통해 쉽게 해소 가능한 것이었기에 염두에 두지 않았던 부분들이 새삼스럽게 우리의 관심(우려)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당연했던 시각적 정보들이 제한되면서 이 결여를 메울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가 하면,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모습들이 느껴진다. 어떤 학생들은 수업 전후에 띄워놓은 PPT 화면 위에 강사 및 같은 반 학우들을 향한 각종 메시지를 남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소설을 ‘타락한 시대에서 타락한 방법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했던 골드만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리 두기의 시대에서 거리 두기의 방식으로 거리 좁히기를 추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모두가 함께 맞닥뜨린 재난과 사회 방침 및 기술을 통한 새로운 소통 방식은 타인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벼리도록 했다. 이는 곧 다시 무뎌질 것이고, 또 다른 사회 혹은 자연 재난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며, 삭막해 보이는 제도와 기술이 도입될 것이다. 그러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두려워하는 한편 멀게는 원시 시대, 가깝게는 조선 시대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사람 역시 드물 것이라 예상된다. 단순히 과거 사회가 기술적으로 낙후된 데 기인한 불편함 때문만이 아니라 인류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온 사유의 도약과 사회 윤리의 확대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의 시계, 욕망의 시계, 편리의 시계, 기술의 시계는 그 바늘을 뒤로 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이 더 큰 이유일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재난과 제도와 기술이라는,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요인들이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때 우리가 이에 반응하는 방식이 ‘타인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하는’ 일관된 방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의견이 교환되는 장에서는 연예인 혹은 정치인들을 향한 비난과 질병 관리본부 및 의료진들을 향한 찬사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는 새삼스럽게 서로를 이해하며 인내하고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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