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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비건으로 사는 것이 특별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나라, 스웨덴 본문
스웨덴 스톡홀롬대학교 대학원 환경사회과학과 원혜림
스웨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날이었다. 스웨덴 사람들과 한식 얘기를 나누다가 여기서 순두부를 파는 식료품점이 있을지를 반신반의하며 물어봤다. 한 스웨덴 친구가 그걸 알아들으며 대부분의 대형 마트에서 팔 거라고 얘기해 주며, 피넛 버터와 함께 파이로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고 해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날 저녁 마트의 비건 전용 코너에서 정말 파이 사진이 제품 포장에 찍혀 있는 순두부를 발견했다. 그 친구는 비건이었고 스웨덴에서는 치즈의 대체재로 여러가지 두부가 한국 사람이 상상하지 못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비건 및 채식주의자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를 넘는다. 이 비율도 전체 인구 대비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많은 스톡홀름 대학가에서 느끼는 체감 비율은 훨씬 높다. 한번은 조별 과제를 하는 네명 중 나를 제외한 세명 모두 비건 혹은 베지테리안 식단으로 점심 도시락을 가져온 적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비건이나 채식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고 주변에 크게 관심있는 사람도 없었기에, 스웨덴에 와서 처음으로 비건의 삶과 비건 메뉴를 가까이서 접하게 되었다. 주변 스웨덴 사람들이 비건이 되기를 선택한 이유는 다양했다. 동물과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기후환경 실천의 일환으로, 또는 주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라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게 된 사람도 있었다. 환경문제를 중요시하는 스웨덴이기에 기후위기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최근 몇 년 간은 비건과 채식주의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스웨덴의 전통음식들을 살펴보면 비건과는 거리가 먼 육류와 치즈 위주로 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겨울의 혹독한 기후 탓에 과일이나 채소를 주식으로 하기가 쉽지 않았고 대부분 고기, 유제품류와 함께 감자, 버섯과 베리류를 곁들이는 것이 일반적인 식사 메뉴였다. 한 스웨덴 친구는 오히려 이런 요소 때문에 채식에 대한 논의가 일찍부터 있었고 비건 치즈, 콩고기 같은 비건 전용 상품이 활발하게 개발된 것이 아니냐는 가설을 얘기했다.
비건 문화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으로서 솔직한 스웨덴 비건 문화에 대한 얄팍한 첫인상은 돈이 된다는 거였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의 비건 산업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고, 오틀리를 비롯해 스웨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세계적인 비건 음식 회사들도 많다. 스톡홀름의 어느 식당이나 카페를 가도 비건 메뉴를 흔하게 한두개씩은 구비하고 있고, 마트 대부분이 비건 전용 코너를 마련하고 치즈, 미트볼, 연어알, 아이스크림 등 식품공학을 활용한 다양한 종류의 비건 인증 마크를 단 식재료를 찾아볼 수 있다. 음식뿐만 아니라 H&M 같은 의류점에서도 비건 인증이 된 인조 가죽가방이나 재킷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화장품이나 액세서리도 다양한 상품이 존재한다.
스웨덴의 인구 수로만 따지자면 우리나라의 5분의 1 수준이기에 절대적인 비건 인구수로 따지자면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채식주의자와 비건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며, 주변 유럽 국가들과 시장을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많기에 그만큼 선택지도 많다. 특히 스톡홀름에서의 경험으로만 비추어 보면 비건과 베지테리안은 특별히 유별난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흔한 유형으로 생각된다. 물론 스톡홀름 같은 대도시일수록 식문화의 선택지가 굉장히 넓으며 인구가 적은 북쪽 지방으로 갈수록 선택지는 적어진다. 한국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스웨덴에서 비건으로 사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비건을 위한 산업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여기에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의 경우 다른 유럽국가들과 비슷하게 파티를 하거나 간식을 먹을 때 알러지 여부와 함께 채식이나 비건 여부를 기본적으로 확인한다. 개인주의 문화가 워낙 강한 분위기라 점심을 먹을 때도 각자의 취향에 맞게 도시락을 싸오거나 식당에서 각자 원하는 음식을 1인분씩 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아울러 비건의 비율이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어느 식당에 가든 비건 메뉴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비건식을 하기로 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이며, 반대로 주변 비건들도 단 한번도 내가 먹는 고기 요리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하거나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다.
환경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룬 스웨덴에서 비건 문화는 큰 흐름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대중적으로 생소할 수 있지만 결국 한국에도 점점 그 영향력과 산업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한국에서도 적지만 비건 전용 상품들이 여럿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일부는 스웨덴에 비건이나 베지테리안 마크를 달고 수출되어 온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서는 스웨덴 현지기업이 한식을 비건 재료로 재해석해서 자체 상품으로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생소한 브랜드 마크를 단 비건 김치나 고추장, 만두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아시안 음식점에서 비빔밥은 손쉬운 비건 메뉴로 등장한다.
스웨덴 사회는 비건을 위한 선택지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개개인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사회가 비건이든 비건이 아니든 모두에게 괜찮은 사회일 것이다. 비건이 아닌 사람에게도 넓어진 식문화의 선택지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기회가 되었다. 스웨덴에 살면서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비건 식재료와 음식들을 맛보는 것이 소소한 재미가 되었고, 한국에서는 낯설게 느껴졌던 비거니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친숙한 문화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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