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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지워지지 않을 목소리 본문
지워지지 않을 목소리
실망스럽다. 아니, 실망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다. 광장에 울려 퍼졌던 목소리들,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밤을 밝히며 외쳤던 구호들, 그 모든 것이 정치의 언어로 번역되기를 간절히 기다려 온 이들의 시간이 무색해졌다. 경선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금, 여성이라는 이름, 젠더와 소수자라는 단어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사라졌다.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오래전의 그림자들이다. 성평등 의제를 ‘극단주의적 페미니즘’으로 덧씌우는 발언, ‘여군 모집 확대 및 군 가산점제 부활’,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피상적인 공약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회피하려는 태도인 듯하다. “2030 여성 유권자를 위한 전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조차 유력한 대권주자는 말이 아닌 침묵만을 내뱉었다. ‘괜한 논쟁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이어진 그의 침묵은 무관심보다도 잔인하고, 회피는 퇴행보다도 더 뼈아프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약속했던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교제폭력 처벌 강화 등 일부 공약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성평등’이라는 단어조차 ‘평등’으로 순화되며, 그 구체적인 정책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어째서 ‘성평등’이 부담스러운 단어가 되었을까. 특정 집단이 확고한 지지층으로 자리 잡았으니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 또는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작으니 신경조차 쓰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언제부터 정치를 대신하게 되었을까. 경선이라서 말을 아끼겠다는 그 조심스러운 침묵이, 과연 대선과 이후의 정치에서는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럴 의지가 있기나 한 걸까.
그럼에도 저출생과 육아 지원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만큼은 여야 모두가 입을 모은다. 출생률은 걱정하면서도, 정작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성평등의 기반이 되는 제도는 밀려난 채 여성을 여전히 출산과 양육의 주체로만 호출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로부터의 자유, 교제폭력에서 벗어날 권리, 비동의강간죄 도입,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의료체계, 단절 없는 경력, 그리고 더 나아가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을 통해 모두의 존엄한 일상을 보장하는 것. 이것을 어찌 ‘괜한 논란거리’로 치부한단 말인가.
정치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의 이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처절하게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이름을 찾아 부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름, 성평등이라는 말, 젠더와 소수자라는 개념을 정치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면, 이번 대선 역시 과거에 머무르게 될 뿐이다.
20대, 여성, 페미니스트, 그리고 나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투표하는 유권자인 나는 결코 ‘다 잡은 물고기’ 따위가 아니다. 우리의 요구는 그저 ‘논란거리’도 아니다. 이 목소리를 지운다면, 눈을 감고 외면하기를 택한다면, 그 대가는 분명히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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