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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한국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제도적 개선을 위하여: ‘고용허가제’ 한계를 넘어 노동권과 정주권 보장으로 본문

3면/쟁점기획

한국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제도적 개선을 위하여: ‘고용허가제’ 한계를 넘어 노동권과 정주권 보장으로

알 수 없는 사용자 2025. 9. 19. 13:49

한국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제도적 개선을 위하여

: ‘고용허가제’ 한계를 넘어 노동권과 정주권 보장으로

 

기획의 변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하고 폭력적인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문제 제기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는 인권 침해를 비롯한 산재 및 사망사고 사례가 반복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현황과 노동 현장을 구체적으로 톺아보고 나아가 이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향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이주민센터 친구의 조영관 부대표와 인권운동사랑방 몽 활동가의 목소리를 한 곳에 묶었다.

 

지난 2, 전라남도 나주의 한 벽돌 공장에서 20대 이주노동자 A 씨가 벽돌 더미에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괴롭힘을 당한 영상이 공개되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7월에는 경상북도 구미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23세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는 폭염을 고려한 서머타임(오전 5~오후 1) 근무 제도가 적용되었지만,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기존 근무 시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이주노동자는 약 26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살피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이주민의 정착과 차별 금지 정책 제안 및 연대 활동을 이어가는 이주민센터 친구의 조영관 부대표를 만났다.

 

ⓒ인터뷰이 제공

 

 

최저임금과 산재보험은 보장에도 단체행동권 없는 형식적 평등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중 대부분은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의 현장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이주노동자들의 실제 근무 환경과 형태는 어떠하며, 나아가 한국의 산업 현장 내에서 이주노동자로서 지니는 법적 지위가 어떻게 부여되고 있는지 물었다.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를 광의의 개념으로 분류한다면, 이들은 일하는 이주민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하고 있죠. 이주노동자 중에서는 비자의 종류에 따라서 취업에 제한이 없는 이주민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주권자나 한국 사람과 혼인을 맺은 사람으로, 이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취업이 가능합니다. 한편 취업 자격에 제한이 있는 이주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원생을 포함한 유학생들의 경우 한국에서 노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법적으로 취업이 가능한 직종에는 큰 제한이 없지만, 노동 시간의 제한이 있죠. 또한, 취업 이전 출입국 사무소에 방문해 공부의 목적으로 부여받은 체류 자격 외 활동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도입된 노동자들입니다. 이러한 노동자들은 해당 사업장에서일할 수 있고, 이것이 체류 자격의 전제가 됩니다. 그리고 내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사업장에서만 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보통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미숙련 상태의 이주 노동을 제도적으로 허용한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용허가제에 포섭된 노동자들의 경우, 한국인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법으로 명시된 차별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고용부나 노동부에서도 이들이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데에는 차별이 없다고 주장하죠. 하지만 노동자들이 가진 권리 중에서 단체 협약이나 단체 행동 즉 자기의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노동 삼권의 보장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준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와 같은 지위에 있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업주와 협상하거나 파업 등의 사업주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지금의 이주노동자들에게 거의 존재하지 않죠.

  그리고 가장 취약한 계층은 법 밖의 노동자로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법무부에서는 흔히 불법 체류자라고 명명하죠. 최근에는 불법이라는 표현이 노동자에게 붙을 수 없다는 관점에서 체류 자격이라는 행정적 등록 절차를 밟지 않은 사람들을 미등록 외국인혹은 미등록 이주민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도 정확한 개념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들은 비자를 받는 등록절차를 거쳐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비자에서 정한 체류 기간이나 취업 활동에서 이탈한 상태인 이들을 법 밖에 존재하는 이주민이라 부를 필요가 있습니다.”

 

수명 다한 고용허가제제도이주노동자의 이동성과 권리 보장 논의로 나아가야

  이주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고용허가제가 반복 지적되고 있다. ‘고용허가제1994산업 연수생 제도를 시작으로 20여 년간 시행되어왔는데,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 배경과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그리고 주요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가 주로 들어온 것은 ‘88 서울 올림픽이후입니다. 그전까지는 우리나라로 일하러 오는 외국인이 극히 적었고, 관광 비자로 들어오는 이주민이 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매우 부족했죠. 그렇게 90년대 초 대한민국 평균 월급이 120~150만 원 정도였을 때 월급 30만 원을 받고 일하는 이주민 노동이 시작됩니다. 이들은 해고도 자유로웠고 산재 처리도 받지 못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산업 연수생 제도입니다. 해당 제도를 통해 이주민 노동자를 한국에 일하러 오는 수습 근로자로 보기 시작했지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적용도 받지 못했고, 법률상 지위도 불확실했죠. 그래서 1994고용허가제가 도입됩니다. 제도를 통해 유입된 노동자는 형식적으로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조치들에 있어서 한국인 노동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도의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 이는 노동이 아닌 고용을 허가한 것입니다. 고용허가제로 유입된 외국인은 해당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으며, 사업주가 외국인의 고용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선택권을 가집니다. 이 제도에는 자국의 노동 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와 고용허가제를 통해 유입한 외국인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지 않으려 할 것이란 의식이 함께 담겨있죠. 그러다 보니 인권 침해나 강제 노동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었습니다. 당시에 유입되는 이주노동자 중 비숙련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자국의 노동 산업 보호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였지만, 2025년 시점에서 본다면 수명을 다한 제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후 사업장 영역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면, 최소한 같은 산업이나 지역 내에서는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일부 노동 조건의 개선과 임금 상승은 사업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유엔 인권기구나 많은 노동기구에서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금지가 강제 노동에 해당한다는 권고가 이어졌죠. 사실 자국민의 노동 환경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이주민 노동자의 유입이 원인이 아닌 다단계 하청 구조 등에서 비롯되는 현장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운영되지 못하거나, 노동 현장에서 인명 사고와 임금 체불이 발생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는 이른바 한계 기업과 사업장은 외국인 고용을 금지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죠.”

 

고용허가제 개선 논의의 본질적 한계정주를 허락하지 않는 제도

  최근 정부는 고용허가제 핵심 규정 중 하나인 사업장 변경 원칙 금지 제도의 개선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논의 방안은, 특별한 사유 없이도 3년 이상 동일 사업장에서 근무한 이주노동자에게 110개월간 사업장 선택권을 부여하고, 출국 후 재입국 시에도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을 골자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제도 완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전부터 극심한 폭력에 노출된 고용허가제 산하의 노동자들은 많았고, 시민사회나 노동단체가 개선을 요구했지만, 사업장 변경 제도는 끝까지 유지되었습니다. 고용허가제 주무관서인 노동부에서도 이 제도를 풀어주면 열악한 환경에서 아무도 일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기에 제도적으로 막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기에 고용허가제를 개선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그 내용과 수준이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단순 인력 비자로 대표되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정착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주노동자가 3년간 노동을 진행한 이후 사업주로부터 계속 일할 수 있는 성실 근로자로 인정받아서 110개월의 연장 근무를 이어간다면, 410개월의 노동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 비자 제도에서는 이주민이 5년 이상 거주하면 영주 자격을 신청할 수 있기에 설정된 것입니다. 지금의 제도 개선은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단순 노동자는 우리 사회에 거주할 수 있는 이주민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만약 사업자가 410개월을 일하고 숙련 노동자가 된 노동자를 다시 고용하고 싶다면 노동자는 자국으로 돌아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외국인 등록번호를 받아야 합니다. 이를 성실 근로자 재입국 제도라고 합니다. 그러면 98개월을 일할 수 있지만, 외국인 등록번호가 바뀐 노동자들은 5년 거주를 인정받지 못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성실 근로자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마지막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이주민 노동자가 재입국하여 새로운 사업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전까지 일하는 과정에서 사업장의 부당한 요구나 인권 침해가 발생해도 그에 저항하거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훨씬 더 많습니다. 오히려 사업주는 노동자가 3년 동안 참고 일하도록 강제하는 좋은 무기를 마련할 수 있죠. 노동 현장에 있어 고용주에게 더 많은 권리와 권한을 주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탕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절대 한국에서 영주하거나 정주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공존하는 제도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닙니다.”

 

정부의 인식 개선 시도를 동반한 노동·이민 정책의 근본적 전환의 필요성

  한국 내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들은 제도적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장과 정책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현재 제도 외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완하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더욱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어떤 추가적인 제도나 대안이 필요한지 물었다. 나아가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통합, 인권 존중 등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을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고용허가제 개선만으로는 이주노동자 노동 환경이 나아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광의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노동과 이민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 인력의 쿼터를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문턱은 조금 높이더라도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내국인과 동등하거나 혹은 최소한 노동권을 지킬 수 있는 기본적인 법적 지위를 보장하여 한국에 체류하는 여러 형태의 이주노동자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합니다.

  고용허가제의 경우에는 고용의 허가가 아닌 직종 내지는 산업별 노동 허가 방식의 제도적 전환이 요구됩니다. 특정 사업이나 지역에 한정된 형태의 노동 허가 비자를 지급하는 것이죠.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장을 연결한 이후 문제가 생기면 그들의 사업장 변경을 빠르게 변경할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인력 충족에 문제가 생기는 사업장은 다른 형태의 지원 방식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용허가제에서 노동 허가제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이주민 노동자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내국인 노동 시장에 문제를 줄 여지가 있습니다. 수도권으로 편중된 일자리를 따라 외국인들도 모여들게 될 수 있죠. 최근 지역 소멸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니, 지방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정책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방에서 터전을 마련한 다문화 가족들과 외국인 가족들이 출산과 양육에 대한 욕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죠. 최근 민생회복 소비 쿠폰이 이주민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사소한 것 같아도 사람들 사이에 스며드는 인식적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이주민 노동자들도 한국의 노동자와 같이 한국에서 소비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노동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와 경제 정책에 이들을 포섭하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선호가 존재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인식은 많이 변화했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한 다문화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일수록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인식이 낮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을 보고 자라 비교적 익숙하고 편하게 느끼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주된 연령대는 40대부터 60대까지입니다. 이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백인 이주민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경험을 주로 떠올리거나,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성장을 이룬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지 못하죠. 저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일상생활 속에서 여러 문화나 사람을 접할 기회가 많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나라의 다문화 수용성은 커지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이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혐오에 대한 개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존재합니다. 우선 정부가 차별과 혐오를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개선해야 합니다. 건강보험료 같은 경우에도 외국인이 한국에서 과도한 혜택을 받는 사례를 이주민들을 향한 혐오 논리로 사용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내는 건보료 재정은 흑자입니다. 젊었을 때 노동하고 건강보험료를 내었던 대다수의 이주민 노동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하기 때문이죠.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줄여가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한국의 한류 전파 성공 사례 등이 지닌 다문화 사회를 향한 좋은 잠재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 wjd88899@naver.com

이수진 기자 susuleemasur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