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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안과 밖, 혹은 그 경계, 또는 경계의 흔들림 본문
안과 밖, 혹은 그 경계, 또는 경계의 흔들림
<Be My Guest - 돼라 내 손님이 - Sei Mein Gast>
김소연
연극평론가

안드레이 서반이 연출한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는 잉마르 베르히만의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화의 리메이크라고 하지만 영화의 전개를 그대로 따르는 연극을 만든 것은 아니다. 연극은 영화 촬영 현장, 혹은 리허설 현장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장면들이 재현되는가 하면 불쑥 장면이 중단되고 감독과 배우의 대화가 이어지는 식이다. 이 작품은 2013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 무대 위에 블랙박스를 다시 짓고 공연했다. 연극을 제작한 루마니아극장의 조건에 맞는 극장을 구할 수 없어서라고 한다. 가로로 긴 사각의 블랙박스 한편이 무대가 되고 무대 위에서는 영화의 장소들을 부분적으로 재현하는 일상의 가구들이 배치된다. 장면들은 부분 조명으로 전개되고, 장면과 장면의 연결은 부분 조명이 비추는 장소의 변화로 이루어지는데 마치 씬과 씬을 이어붙이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영화의 미장센은 날카롭게 공간을 자르는 조명을 통해 재현된다. 가로로 긴 무대는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미장센을 다양하게 중첩시키게 된다. 원작의 폐쇄적 장소성을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 연극으로 완성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극단 로스트씨어터(대표 박종빈 박재평)의 <Be My Guest - 돼라 내 손님이 - Sei Mein Gast>(이하 <돼라 내 손님이>) 역시 영화를 촬영하는 현장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처럼 영화 촬영 현장으로 구성된 퍼포먼스가 아니라 영화 촬영 그 자체가 퍼포먼스이다. 관객은 약 2시간 동안 영화가 촬영되는 현장을 지켜보게 되는데, 공간의 한편에 세트와 조명이 설치되고, 촬영에 앞서 리허설이 이루어지며,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와 그 배우를 찍고 있는 카메라와 사운드가 만들어지고 녹음되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카메라 프레임에 담긴 장면, 그러니까 카메라 감독이 뷰파인더로 보고 있는 장면은, 실시간으로 공간 한편에 설치된 대형화면에 투사된다. 관객은 촬영 현장과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동시에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은 단지 지켜보는 이들인 것만은 아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미리 자원한 관객이 카메라 앞에서 역할을 맡기도 하고, 그런데 이들의 연기란 앞에 놓인 대본을 읽는 것이다, 가면을 쓴다거나 자신의 옷 위에 화려한 천을 휘감은 ‘불청객’들이 촬영되는 프레임 안에 앉아 있기도 한다. 특정 역할이건 불청객이건 세세한 디렉션이 있는 것은 아닌 것이 리허설은 짧은 상황의 숙지로 이루어지고 촬영이 시작되고 대본을 읽어갈 때 역할을 두드러지게 드러내지 않는다. ‘불청객’은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도 된다는 것, 즉 의도적 배치가 아닌 허용과 가면과 의상을 제외하면 주변에 앉아 있는 다른 관객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도 그런 것이 퍼포먼스가 벌어진 LDK는 한남동 대사관로에 위치한 옛 대사관저를 문화공간으로 연 곳인데, 작은 마당과 방, 주방, 거실 등등 생활을 위한 집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 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따로 객석과 촬영을 위한 공간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밀착되어 있다. 작은 거실에 카메라 앞을 제외하곤 스탭들이 가득 차 있는 현장 같다고 할까. 그런데 이들은 스탭이 아니고 관객이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촬영공간과 관객들의 공간이 엄격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생긴다. 대형화면에 투사된 장면들을 보면 마치 카메라의 프레임으로 공간을 오려낸 것처럼 우리 눈앞의 현장을 완벽히 지운 장면이 있는가 하면, 배우의 이동을 따라가는 카메라에서는 어쩔 수 없이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관객들이 프레임 안에 담겨 있기도 하다.
<돼라 내 손님이>는 영화 촬영 현장을 공개하는 퍼포먼스인가. 그렇다. 여기서 촬영된 영상들은 영화로 완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돼라 내 손님이>은 한편의 완성된 퍼포먼스이다. 즉 결과를 향해 가는 과정이면서 그 자체로 독립적인 결과이다. 과정과 결과의 중첩은 퍼포먼스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촬영이 계속 진행되고 역시 대형화면에는 영상이 흐르는데, 마치 알 수 없는 틈처럼 화면에 흐르는 영상은 이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촬영된 영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과정이 어디쯤인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같은 콘셉트의 퍼포먼스가 베를린의 다양한 공간에서도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번 서울 공연 역시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4회 진행되었다.
과정과 결과가 중첩된 이 퍼포먼스에서 조각조각 흘러나오는 텍스트는 공동체와 환대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촬영되는 장면들은 지금 이 과정이 어디쯤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모호함, 결정되지 않는 상황 자체가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언어로, 나는 그 불청개과 그곳에서의 나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이 문장 역시 제목처럼 영어, 독일어로 병기된다)라는 질문을 계속 환기하게 하는 것이다.
퍼포먼스의 마지막에는 관객들이 마이크를 이어받아 텍스트를 읽는다. 한 문장, 두 문장 혹은 짧은 단락으로 이루어진 텍스트는 재개발로 철거된 동네 풍경에 대한 기억, 살해당한 여자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집단학살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 현재가 없는 과거와 미래의 나와 같이 구체적인 장소의 풍경도 있고 어떤 사건을 환기하기도 하고 또는 알 수 없는 관념의 토로 같은 문장들이다. 이 문장들은 “난 무엇을 들었을까?” “난 무엇을 봤을까?”라는 반복되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제시된다. 그리고 소리가 된 질문과 대답이 점점 쌓여간다.
영어-한국어-독일어를 하이픈으로 연결한 긴 제목은 단지 친절한 정보의 제시인 것은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베를린과 한국의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그렇다고 다양한 언어권의 아티스트들을 드러내기 위한 것만도 아니다. 마지막 공간을 가득 채우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점점 두꺼워지면서 번역될 수 없는 언어, 지울 수 없는 경계, 그럼에도 일시적인 소통과 경계의 무너짐이 쌓여간다. 그 적층의 퍼포먼스에 조각적으로 떠돌고 있는 ‘영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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