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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그때 그들의 열망, 오늘 우리의 혼란 본문
그때 그들의 열망, 오늘 우리의 혼란
<모스크바 밀사- 선택> 무브먼트 당당, 김민정 연출
김소연_ 연극평론가
한 백 년쯤 시간이 흐른 미래를 상상해보자. 2125년쯤? 미래의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어떤 시대로 기억될까. 지금 우리가 온통 관심을 쏟고 있는 것들을 그들도 알고 있을까? 만약 잊혔다면 왜일까?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럼 백 년 전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백 년 전, 1925년,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혹은 그 시대를 되돌아본다면 당신은 무엇을 찾아 보고 싶은가. <모스크바 밀사- 선택>은 100년 전 1925년 4월 18일 조선공산당 창당을 ‘선택’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공연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에게는 색깔이 있는 스티커와 공연리플렛 그리고 양 끝에 ㅇ×가 적혀 있는 투표용지를 나눠 준다. 공연장인 TINC(This is not church)는 블랙박스 형태의 일반적인 소극장과는 다른데, 주택가에 있던 교회의 예배보는 공간을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의자는 치우고 빈 공간을 만들었다). 세로로 긴 창문으로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공연장 깊숙이 파고들고 벽과 천장에는 구호가 적힌 색색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집회장 같기도 하고 파티장 같기도 하다.
공연장에는 객석을 따로 두지 않았다. 장면에 따라 강연장이 된다든가, 군중이 모인 광장이 되기도 하고, 행진이 벌어지는 거리가 되기도 한다. 각각의 장면에서 관객들은 강연장에 모인 청중, 광장과 거리의 군중으로 장면 안에 있다. 일종의 ‘관객 참여’ 퍼포먼스라 할 수 있지만, 관객의 역할이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관객이 직접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연이 전개된다든가, 관객의 선택으로 드라마의 다양한 조합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머시브씨어터처럼 1920년대 조선이라는 시공간에 몰입시키는 것도 아니다. 관객이 장면 안에 있다고 하지만 보는 자의 역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대와 객석의 물리적 경계를 지우면서 관객, 보는 자의 자리가 퍼포먼스 안에 놓여 있는 것에 가깝다. 물리적 경계는 지우지만 퍼포먼스와 관객, 각각의 역할의 경계는 애써 지우지 않는다.
물론 퍼포먼스 안의 관객이 단지 미장센을 구성하는 군중으로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192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코민테른 주도로 열린 극동민족대회 참가를 놓고 관객들의 투표가 이루어지고, 투표 결과 참여가 결의되었음을 알리며 관객들은 이를 기뻐하는 군중들이 되어 깃발을 들고 행진한다. 행진은 현장 인터뷰로 이어지는데, 관객들은 인터뷰이가 되어 주어진 대본으로 인터뷰에 답한다. 인터뷰 장면은 관객들만이 아니라 배우들에 의해서도 전개된다. 관객들의 참여는 관객들의 자발적 선택이나 즉흥적 반응이라기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배우와 함께 나누어 맡는 것에 가깝다.
이처럼 퍼포먼스와 관객의 관계는 가변적이다. 이 때문에 관객은 적극적인 참여자일 수도 있고, 보는 자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퍼포먼스와 관객의 가변적 관계는 이 연극이 그리고 있는 백 년 전의 사건, 조선공산당 창당 전후의 사건들을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바라보게 하며 바로 그 거리에서 이 연극이 그리고 있는 조선공산당 창당 전후의 사회주의 운동, 공산주의 운동을 조망하는 시점이 확보된다.
연극이 재현하는 1925년 조선공산당 창당 전후의 상황은 그동안 축적되어 온 두툼한 연구 성과에 비하면 단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사상연구회의 강연장, 극동민족대회 참여, 조선공산당 창당, 조선공산당의 코민테른 승인을 두고 있었던 코민테른 국제당 간부회의와 국제당 확대 총회 등 연극이 재현하는 단편 단편의 장면들은 당대 정치적 상황이라든가 식민지 시기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정치한 이해를 돕는 것은 아니다. 연극을 여는 첫 장면 신사상연구회 강연장은 ‘더 나은 섹스’라는 도발적인 주제를 공산주의 이념과 연결하는 토론이 다소 희화화되어 전개된다. 그러나 배어 나오는 웃음은 풍자라기보다는 이들의 달뜬 열망에서 비롯된다. 군중의 행진에서는 트럼펫 연주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고 아무것도 씌어있지 않은 투명한 비닐 깃발이 행렬의 곳곳에서 나부낀다. 그리고 무대, 이곳이 교회였던 때 강단이었을 무대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1920년대 자료 사진과 공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퍼포먼스의 실시간 영상이 교차된다. 이처럼 연극은 당대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사실들을 재현하기보다는 공산주의 운동이 당대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로 시선을 옮기게 한다. 조선공산당 창당 선언문이 낭독될 때, 백 년 전 그들의 열망이 지금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잠시 잠깐 백 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이 흐트러지는 물컹해지는 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화려한 기술이 동원된 이머시브 씨어터보다 강렬한 몰입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당대의 열망에 대한 낭만적인 오마주인 것은 아니다. 연극의 후반부는 조선공산당 창당 이후 코민테른 국제당의 승인을 두고 벌어졌던 제 정파간의 대립과 갈등이 길게 이어진다. 연극은 뜨겁지만 날선 갈등과 혼란에서 막을 내린다. 연극은 이렇게 백 년전의 사건을 오늘 여기에 도착하게 한다.
*무브먼트당당은 공연과 함께 일제 공산주의운동의 사건과 인물을 다룬 온라인당당극장 <동방의 애인들>을 제작했다. http://www.dangdangthea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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