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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어쩔수가없는 세상을 지양하기 위해 본문
7면 기자칼럼
어쩔수가없는 세상을 지양하기 위해
김민준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말은 삶 속에서 다시 한번 예술이 침투하는 순간을 뜻한다. 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는 3면 인터뷰를 마친 후 ‘해고 노동자’라는 공통된 이야기로 나에게 두 번 시작되었다.
<어쩔수가없다>는 제지 공장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다. ‘만수’가 다니던 태양제지는 외국계 자본으로 인수된 뒤 20%의 대량 해고를 감행한다. 사측으로부터 장어를 선물 받은 만수는 자신이 ‘산 자’인 줄로만 알았으나, 그는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죽은 자’였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실직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라며 신자유주의적 자기최면을 걸어보아도 재취업은 쉽지 않다. 재취업을 노리는 다른 해고자들이 있었던 까닭이다.
쌍용차가 그랬듯, 대량 해고의 가장 큰 원인은 외국 자본이다. 이 점에서 박찬욱의 감각이 돋보인다. 댄스파티에 참가한 만수와 미리는 디즈니의 <포카혼타스>의 복장을 입었다. 비록 <포카혼타스>가 딸 리원이 가장 좋아했던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 작품에 가해졌던 비판이 중요하다. <포카혼타스>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영국 군대의 사랑과 화합을 보여주는 듯하나 사실 아메리카 대륙을 대상화하고 역사를 왜곡하여 영국의 식민 전략을 미화하였다는 비판이었다. 이 비판은 아들 시원이 훔친 휴대폰이 ‘잘 팔리는’ 아이폰이라는 점, 또 절도를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휴대폰을 땅에 묻는 장면에서 “더러운 것 위에서 맛있는 게 자라”라는 대사와 겹치며 ‘외국 자본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이 단일대오로 파업에 임하였듯, 만수에게 실업은 ‘전쟁’이고 가족과 직장을 지키는 방식은 ‘전투’다. 그의 아버지가 “먼저 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월남전에서 사용했던 총을 전시해 두었다는 말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전쟁터와 같은 공간으로 상상되기에 이른다. 이 전쟁에서 ‘적’은 사측과 외국 자본을 넘어 동료 노동자에게까지 이른다. 그렇다면 다른 일을 택해 전쟁을 피할 수는 없을까. 해고 이후 알코올중독자로 지내던 범모의 “난 기술자야! 전문가!”라는 외침이 이에 대한 답이다.
물론 현실은 쉽지 않다. 동료에게 “병가 내고, 라인 멈추는” 파업을 제안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뭘 정신 차려, 나만 짤리지”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전쟁은 지속된다. 그럼에도 쌍용차의 손해배상 청구 취하를 떠올린다면 희망이 보인다. 애초에 이들 노동자가 사측과 싸웠던 이유는 외국 자본에 기업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 아니었나. 시대의 흐름은 ‘어쩔수가없’더라도 노사가 대화의 테이블에 앉는다면 해고와 법정관리보다는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해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지양하기 위하여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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