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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학위를 위한 자발적 불평등 본문

2면/원우발언대

학위를 위한 자발적 불평등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6. 3. 23:03

학부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했다. 학부 졸업만으로는 한계가 느껴졌다. 그래서 현장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고 좀 더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원에 합격하고 입학하니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입 없이 등록금, 월세,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학원생은 소득이 없고, 대학생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혜택도 한정되어 있었다. 금전적인 부분도 큰 걱정이 되었지만, 더 막막했던 것은 과연 졸업해서 학위를 받을 수 있을지였다. 연구실에 최근 3년간 졸업생이 없었고, 3년보다 더 이전에도 수업만 듣고 수료한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4학기 안에 졸업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으며 가장 빨리 졸업한 학생이 6학기 때 졸업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듣고 내가 정말 졸업할 수 있을지, 수료한 후에는 논문만 준비해야 하는 것일지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이에 학위는 받을 수 있을지, 수료 후 바로 취직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였다. 비교를 시작하는 것은 불행의 시작이지만, 다른 연구실에서는 주기적으로 랩미팅을 하거나 선배와의 교류 혹은 교수님과의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미팅을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교수님뿐만 아니라 선배와도 학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더 어렵게 다가왔다. 하지만, 좋았던 소식은 재학 연한이 단축되었다는 것이다. 2021학년도 입학생부터 석사는 재학 연한이 6년에서 4년으로 단축되었으며 박사는 10년에서 8년으로 단축되었다. 재학 연한이 단축되어 내가 졸업을 한다면 늦어도 4년 안에는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졸업은 대학원생이 교수와의 불평등 관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졸업 연한의 단축은 대학원생들의 졸업과 사회진출을 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수의 불평등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다.

 

다행인 점은 학기가 잘 맞아 연구조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나는 학교에 나와서 교수님을 뵙고 연구실 선배들과 알고 지내며 언제 어떻게 해야 졸업을 조금이나마 앞당길 수 있을지 조언을 듣고 파악하고 있는 데 반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과정생들은 수업만 들을 뿐 랩미팅이나 교수님, 선배들과 만날 기회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몇 명이나 졸업할 수 있을까 졸업을 못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래도 연구조교를 하면서 연구실 사람들과 알게 되고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러나 연구조교 일은 나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근무시간이 지켜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교 계약서에 따르면 등록금의 85%를 장학금으로 받으며, 17시간을 근무하도록 되어 있다. 100%의 등록금을 장학금을 받을 경우에는 주 20시간을 근무해야 한다. 처음 조교 계약서를 작성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주 17시간 근무로 생각하고 하루 정도는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정도 과외나 다른 일을 한다면 생활비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내가 시간을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부터 조교들은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었다. 수업도 학교에서 들어야 하고 다른 일이나 직업을 갖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매일 9시부터 5시까지 출근해 있지만, 또 업무가 들어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서 연락을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학교에 나와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학업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금전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장학금을 받지 않고도 연구실에 나오는 사람들과 교수님의 관계를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더라도 수료할 때까지 연구조교를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봤을 때 대학원생 권리장전이 문서로만 작성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홍보와 현황 파악, 그리고 적극적인 대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대학원생들에 대한 장학금 및 등록금 보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등록금이 인상되었다. 이전에도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더욱 가중되는 추세인 것 같다. 하지만 대학생 때와 다르게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도, 일과 병행할 수도 없어 등록금을 받을 수 있는 조교와 같은 자리를 쉽게 거절할 수도, 부당함을 느껴도 대처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장학금제도는 대부분 생계곤란자,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차상위계층이 아니더라도 수입 없이 매 학기 600만 원이라는 등록금을 내고 생활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학교, 사회가 발전을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원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러한 구조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등록금과 장학금 제도는 대학원 내에서의 권력 불평등과 인권문제의 원인이자, 동시에 이를 해결할 열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