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미래의 에너지, 연료, 플라스틱을 상상하다. 본문

8면/과학칼럼

미래의 에너지, 연료, 플라스틱을 상상하다.

Jen25 2024. 6. 14. 15:23

미래의 에너지, 연료, 플라스틱을 상상하다.

 

심혜린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21일 난기류로 인해 런던발 싱가포르행 항공기가 비상 착륙해 1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국내 연구진과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가 발표한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이러한 난기류 발생을 더욱 빈번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1979년부터 2020년 사이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난기류를 일컫는 청천 난기류의 발생 건수가 55% 증가했다는 영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넘어 다양한 방면에서 지구의 환경과 생명체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5년 한국을 포함해 세계 195개국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목표가 담긴 파리협약을 발표했다. 환경 오염을 막고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방면에서는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향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정유 산업 방면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식의 연구와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최근 네이처 지에 <The refinery of the future>라는 제목의 견해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에너지원 및 각종 생활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며 이산화탄소 배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는 화석 연료의 사용이 어떤 방식으로 대체될 수 있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린다. 저자들은 화석 연료를 대체할 탄소 자원으로 무엇을 사용할 것인가? 기존 공정이 지속 가능한 대안 공정으로 제때 대체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탄소 중립 정유 공정을 건설하기 위한 가용 에너지, 재료, 그리고 토지 자원이 충분한가? 필요한 비용과 이를 실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경제·사회적 방법은 무엇인가? 라는 네 가지 질문을 정유 및 화학 산업의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질문으로 꼽았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탄소 자원으로는 이산화탄소, 농업 및 도시 폐기물 등이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연료로의 사용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바로 포집해 사용하는 직접 공기 포집 (Direct air capture, DAC) 방식과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탄소 집약적 활동에서 생성된 기체를 포집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얻기 위한 처리 공정의 복잡도 측면에서 DAC 방식보다 탄소 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이 에너지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활성탄, 제올라이트(zeolites), 금속유기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 등의 고체나 아민(amine) 또는 이온성 액체(ionic liquid) 등의 액체가 널리 사용된다. 이미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연간 수백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에는 탄화수소로의 변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디젤이나 제트 연료로는 탄소가 12개에서 16개 정도 연결된 형태의 액체 탄화수소가 사용된다. 이러한 탄화수소는 피셔트롭슈법(Fischer-Tropsch synthesis, FTS)과 수소화분해(hydrocracking, HC) 공정을 통해 생산할 수 있다. FTS는 금속 촉매가 있는 환경에서 일산화탄소와 수소 혼합 가스에 온도와 압력을 가해 액체 탄화수소를 생성하는 합성 방법이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전기분해 또는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물과 일산화탄소를 만드는 역수성 가스 전환 반응을 통해 일산화탄소로 전환한 뒤 FTS 합성을 통해 탄화수소를 합성한다. HC 공정은 생성된 탄화수소를 원하는 크기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분해하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변환 과정은 일반적인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약 세 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특히 운송 사업 등에서 필요한 액체 탄화수소 연료의 대체제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 기후위기 대처 측면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산화탄소의 포집 및 변환이 이로울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한편,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를 변환하는 공정은 대체로 선형 탄화수소를 생산한다는 한계가 있다. 바이오매스 및 플라스틱 폐기물이 현재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다양한 형태의 고분자를 합성할 수 있게 하는 탄소 공급원이 될 수 있다. 농업폐기물을 연료나 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은 이미 다방면으로 연구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 함께 투입하는 원재료로 바이오매스가 사용되기도 하며, 바이오매스를 바탕으로 연료인 바이오디젤을 합성하기도 한다. 2030년까지 기존 화석연료 기반 정유 공장 가동을 중지하고 이를 재생가능 에너지 원료 공급 부지로 만들겠다 발표한 바 있는 정유회사 네스테에서는 2022년 기준 이미 연간 330만 톤의 재생 가능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많이 연구되고 있는 바이오매스로는 오일 및 지방류, 전분이나 리그노셀룰로오스 등 당을 포함하고 있는 생체고분자, 나무의 목질부를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인 리그닌 등이 있다.

 

▲ 이산화탄소,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폐기물을 이용한 탄소 중립 정유 공정의 개요 ⓒ Vogt, Eelco TC, and Bert M. Weckhuysen. Nature 629.8011, 2024, 295-306.

또한, 매년 약 36800만 톤에 달하는 고분자 물질이 생산되고 있으며, 그 중 거의 80%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및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이러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탄소원으로 재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변환 공정에서는 분해 또는 소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수 있다. 바이오매스의 전환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탄소원으로의 전환이 100% 효율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경우에는 종류에 따라 재활용 용이성이 다르기도 하다. 예를 들어 PE, PP 등을 포함하는 폴리올레핀 계열의 플라스틱은 분해해 단량체 상태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PET, PS, PMMA 등의 플라스틱은 단량체로의 전환이 용이하다고 하나 이 역시 100%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거나, 혹은 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해 재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고려 및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탄소 중립 정유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다수 남아있다.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 역시 탄소 중립 정유소 건설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정유소 하나당 약 200억 유로에 달하는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유소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 원자력 발전소 등을 배치할 공간의 확보 역시 필수적이다. 이러한 신규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소모되는 자원 역시 상당하다는 점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탄소 중립 정유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및 정책 역시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저자들은 지구온난화를 늦추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탄소 중립 전환에 있어 과학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대중의 참여와 정치적 움직임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환경 및 에너지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캠페인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주도하고 있는 이 캠페인은 사용 전력 중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10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며, 2014년 첫 출범한 이래 20243월 기준 전 세계 428개 기업이 가입되어 있다. 삼성, LG, 현대, 롯데 등을 포함해 국내 기업 역시 다수 가입했다. 하지만 지난 37일 발표된 2023년 연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RE100 신규가입사 중 전력 소비가 가장 높은 10개 회사 중 7곳이 한국 기업으로 조사되었으며, 한국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RE100 가입사 164개 곳 중 66개 사가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재생에너지 조달 장벽이 높은 국가라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9%,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84%에 달하는 유럽이나 66%인 북미, 50%인 중국 대비 한참 낮은 값이다. 최근 정책 보고서에서는 한국을 허가 및 부지 선정 이슈로 인해 에너지 전환이 지연되고 있는 국가로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5아시아 재생에너지 성장 포럼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더 클라이밋 그룹의 대표 헬렌 클락슨은 인터뷰를 통해 투자와 비용 하락이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라며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복잡한 인허가 과정과 입지 규제, 이로 인한 저조한 투자를 꼽았다. 재생에너지 산업과 화석연료 대체 공정에 우리가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림 설명] 이산화탄소,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폐기물을 이용한 탄소 중립 정유 공정의 개요

(출처: Vogt, Eelco TC, and Bert M. Weckhuysen. Nature 629.8011 (2024): 295-306.)

 

[참고 문헌]

- Vogt, Eelco TC, and Bert M. Weckhuysen. Nature 629.8011 (2024): 295-306.

RE100 2023 Annual Disclosure Report

Kim, Soo-Hyun, et al. 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 6.1 (2023): 92.

Prosser, Mark C., et al.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50.11 (2023): e2023GL103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