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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친환경 시대를 위한 AI 기술: Green-AI를 찾아서 본문
친환경 시대를 위한 AI 기술: Green-AI를 찾아서
심혜린(과학칼럼니스트)
전례 없는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 9월이다. 기상 이변을 몸으로 체감하며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기술과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산업·기술 분야에서 친환경적인 기술을 접목하고 개발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오염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소비를 줄이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녹색 화학 (green chemistry)이 그 예시다. 그렇다면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AI 기술은 어떤 식으로 개발·활용되고 있을까?
지난해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지에는 아프리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드론 및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연구 논문이 게재되었다. 연구진은 가시광선 및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이용해 야생 동물 모니터링을 수행했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드론 및 지상에 설치한 카메라에서 얻은 이미지와 비디오를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개별 동물 식별 및 개체수 파악 결과의 신뢰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모니터링 방식인 귀 태그(ear notch)나 GPS 추적 등의 개별 식별 방식과 비교했을 때, 드론 및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모니터링 방식은 각 개체를 잡고 상처입힐 필요 없는 비침습적 방식이라는 점과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연구진은 통신 환경이 잘 구축된다면 열화상 카메라 데이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밀렵꾼에 대한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했다.
위의 사례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에서 산림, 해양 등 생태계 보호에 드론 및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활용 분야 역시 야생동물 모니터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산림 및 산불 모니터링, 수색 및 구조 등으로 다양하다. 한 리뷰 논문에서는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산림 생태계 보존에 드론·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급증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 논문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보고된 사례 대다수에서 이미지를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용했다. 이미지 분석을 이용해 개별 나무를 식별하고 바이오매스를 계산하기도 한다. 체코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는 무인 항공기를 이용해 얻은 레이저 스캔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무종을 감지했다. 펄스 레이저가 반사되는 시간을 측정해 목표물의 위치정보를 얻는 라이다(LiDAR) 기술로 데이터를 수집한 뒤 나무의 줄기를 감지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해 가문비나무와 소나무를 99% 수준의 정확도로 구분했으며, 각 나무의 직경 역시 98% 이상의 정확도로 추정했다. 드론을 통해 나뭇잎 스캔 이미지를 획득한 후, 이를 바탕으로 박테리아 감염 유무 등 질병 진단에 활용한 연구 사례도 있다.
인도에서의 생물다양성 및 산림 보존을 위한 AI 기술 활용 사례를 조사한 또 다른 리뷰 논문에서는 산림 벌채율을 예측하고 불법 벌채를 모니터링하는 목적으로도 AI 기술을 활용했다. 오디오 인식 AI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톱 소리나 차량 소리를 감지해 불법 벌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위성 이미지, 공급망 매핑 데이터의 AI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목재의 불법 거래 및 벌채를 추적하기도 한다. 수생 및 해양 생물 다양성의 보존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AI 기술이 활용된다. 생물종의 인식 및 분류, 분포 예측 및 서식지 매핑, 하천의 유량 및 수질 관리 등을 위해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기술을 응용한 다수의 연구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그 외에도 ▲에너지 효율성 제고 ▲스마트 모빌리티 ▲농업 ▲기후 변화 ▲환경 정책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생산량을 예측하거나, 건물 내 난방·공조·조명 등 에너지 사용 패턴을 최적화하는 데 AI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의 경우 교통 패턴의 예측 및 경로 최적화, 자율주행 교통수단의 개발에 AI가 기여하고 있으며, 농업 분야에서는 작물 수확량 예측, 질병 탐지, 밭의 수위 모니터링 등에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적외선 카메라 이미지 분석을 통해 메탄가스 누출을 감지하거나 탄소 배출량을 감소하는 방향으로 산업 공정을 설계하는 데에도 AI 기술이 적용된다. 이처럼 AI 기술은 인류에 의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널리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이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AI 기술과 친환경을 접목하는 시도도 존재한다. AI 기술 자체를 더욱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AI 기술은 높은 에너지 비용을 요구하는 기술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연산 능력과 데이터를 보관하는 센터의 유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AI 기술이 발전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소모되는 에너지와 자원 역시 증가한다. 효율보다는 정확성을 추구하는 연구·개발 방향도 AI에 의한 에너지 소모 규모 증대를 가속한다. 2022년에 조사된 바에 의하면 ChatGPT-3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약 550톤의 이산화탄소가 생산되었으며, 1,300 MWh에 가까운 전기가 사용되었다. 미국 기준 약 120가구에 1년간 전력을 공급하고도 충분한 양이다. 훈련뿐만 아니라 언어 모델 사용 시에도 에너지가 사용된다. 2023년 1월 기준 ChatGPT-3의 접속량이 약 6억 회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델 사용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 역시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친환경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진들은 ▲알고리즘 최적화 ▲하드웨어 최적화 ▲데이터 센터 최적화 ▲알고리즘 실행 횟수 제한 등의 방식을 통해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AI 기술에 의한 에너지 소비량을 계산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관련된 규제와 지침을 수립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AI 기술에 의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 ▲카본트래커(carbontracker.org) ▲코드카본(codecarbon.io/) ▲그린알고리즘(www.green-algorithms.org) ▲파워탑(github.com/fenrus75/powertop) 등 다양한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각 분석 방식 간 편차가 커 보편적으로 사용 가능한 표준화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존하는 측정 시스템이 탄소 배출량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도 존재한다. EU에서는 2019년 책임 있는 AI 개발 및 활용을 위한 윤리 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생성형 AI(generative AI) 등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에너지 효율성 보고 의무 등을 포함한 인공지능법안(AI Act)을 통과시켰다. 인공지능법안은 고위험 AI로부터 인간의 기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보호하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으로, 2026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구글 역시 에너지 사용량 및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AI 기술 개발을 위해 ▲ML 모델 아키텍처의 최대화가 아닌 효율화 추구 ▲ML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시스템 개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센터 구축 ▲에너지원을 고려한 데이터 센터 위치 선정 등 네 가지 권장 사항을 제안한 바 있다.
AI 기술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에 감탄하는 동안에도 이 기술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지구와 인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2020년 스웨덴 연구진은 UN에서 발표한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 달성에 있어 AI는 134개 목표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59개 목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껏 등장했던 모든 과학기술과 마찬가지로, AI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그림 설명
Green-AI를 위한 접근 및 활용 분야 (출처: Bolón-Canedo, Verónica, et al. Neurocomputing (2024): 128096.)
참고 문헌
Bolón-Canedo, Verónica, et al. Neurocomputing (2024): 128096.
Vinuesa, Ricardo,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1.1 (2020): 1-10.
Petso, Tinao, and Rodrigo S. Jamisola Jr. Science Robotics 8.85 (2023): eadm7008.
Shivaprakash, Kadukothanahally Nagaraju, et al. Sustainability 14.12 (2022): 7154.
Buchelt, Alexander, et al. Forest Ecology and Management 551 (2024): 121530.
Kuželka et al, Remote Sensing 12.8 (202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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