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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보들레르와 알레고리의 시학적 문제들: 역사적, 이론적, 비평적 함의들 본문

4면/고대 아카데미아

보들레르와 알레고리의 시학적 문제들: 역사적, 이론적, 비평적 함의들

Jen25 2025. 6. 9. 15:16

보들레르와 알레고리의 시학적 문제들: 

역사적, 이론적, 비평적 함의들

 

불어불문학과 불문학전공 이혜원

 

 

<목차>

서문

서론

본론

Ⅰ. 보들레르에 관한 비평적 관점의 변화

1. 동시대인들이 본 악의 꽃

2. 유파의 이름들: 19세기 후반의 작가 세대

3. 대학 비평의 저항과 작가들의 인정 투쟁

4. 알레고리 개념과 벤야민의 보들레르론

 

Ⅱ. 사건들: 시학적 쟁점들

1. 『악의 꽃』 의 소송과 반규범성

2. 산문시, 시와 산문

3. 보들레르와 사실주의, 보들레르의 사실성

 

Ⅲ. 악의 꽃』과 알레고리의 문제들

1. 보들레르의 알레고리

2. 「백조」: 보들레르의 알레고리 시학

3. 알레고리적 형상들과 ‘새로운 전율’

 

 

Ⅳ. 알레고리의 역사성

1. 멜랑콜리와 스플린 

2. ‘고성소’, 지옥의 변경에서 쓴 시

3. 우울: 시간적 깊이, 공간적 깊이의 알레고리

4. 반항의 알레고리, 종교와 역사 사이에서

 

결론

 

<논문요약>

 

  본 연구는 보들레르의 알레고리에 관한 비평적 논제가 내포하는 물음들을 시학적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보들레르의 알레고리 시학이 당대 현실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현실에도 제시하는 물음들, 보들레르의 작품이 문학사에 던졌던 물음들과 불가분인 바로 그 물음들을 탐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가 보들레르의 알레고리를 시학적으로 고찰하는 과정에서 주안점을 둔 비평적 쟁점들은 시 작품의 반(反)규범성, 산문성, 사실성이다. 이와 같은 쟁점들은 19세기 유럽의 정치·경제·사회적 상황 속에서, 또 당대 예술이 맞닥뜨린 어떤 위기의 상황 속에서 서정시가 취한 하나의 길로서 알레고리라는 형식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와 이론적 의미를 밝히기 위한 단초를 제공한다. 

  1부에서는 보들레르 비평사를 개관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진 보들레르의 다양한 초상들과 연관된 비평적 관점들을 검토하고, 서로 양립되기 어려워 보이는 다양한 관점들에 내재한 시학적이고 인식론적인 이원론들을 변별하여 살펴본다. 비평사 검토를 통해 알레고리 시인으로서 보들레르를 바라보는 관점의 현행적 의미를 객관화한 후, 2부에서는 보들레르의 작품에서 반규범성, 산문성, 사실성이라는 시학적 쟁점들이 제시되는 양상을 고찰한다. 여기서는 각각의 쟁점에 결부된 전기적 사실들에서 출발하여, 보들레르 고유의 문학론과 문학적 실천에서 이와 같은 시학적 쟁점들이 어떻게 제시되고 있는지 탐색한다. 문학비평에 쉽사리 침투하는 갖가지 이원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발판이 될 이 시학적 쟁점들을 바탕으로, 3부에서는  『악의 꽃』에서 알레고리가 조직되는 방식을 분석한다. 알레고리와 상응, 유비(類比)에 관한 보들레르의 문학론을 재고하는 논의도 여기서 수행된다. 4부에서는 보들레르의 알레고리가 지닌 역사성과 정치성을 탐지한다. 19세기 중반 서정적 자아를 덮쳐오는 현대적 소외에 대한 감각과 반응의 방식으로서 멜랑콜리와 스플린이 보들레르의 시에서 표현되는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특수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서정시가 택한 결단을 가늠하고 이와 같은 결단이 보들레르의 알레고리에 독특한 역사성과 정치성을 부여한다는 점을 논의한다. 또한 역사적 층위와 종교적 층위의 암시를 동시에 내포하는 ‘반항’ 장에서 시적 알레고리의 정치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세밀히 검토한다. 

  일련의 작업을 통해 본 연구는 보들레르의 알레고리에 관한 기존의 비평적 논제들에, 나아가 비평사 속에서 서로 착종되어 있는 여러 이원론들 자체에 대한 숙고와 비판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보들레르 연구와 비평의 영역에서 이제 합의를 이룬 듯한 명제, 즉 ‘보들레르의 작품을 통해 알레고리는 현대성의 표현 형식으로 변모한다’라는 명제가 이와 같은 이원론들을 완전히 소거한 채 얻어진 것은 아니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본 연구는 수사학과 해석학, 시학적 독법과 역사적 독법, 나아가 시의 형식과 의미, 운문과 산문, 이념과 현실, 시적 진실의 보편성과 역사적 특수성을 가르는 이분법을 면밀히 따져보는 가운데 보들레르의 알레고리 시학을 재정립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때 문학적 형식에서 의미화의 조직뿐만 아니라, 다른 무엇보다 ‘삶의 형식’을 발견하기 위한 리듬 분석은 보들레르의 알레고리에 관한 본 연구의 시학적 접근에 한 가지 방법론으로 기능한다. 

 

(1) 해당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 과정까지 자연과학을 전공했던 제가 문학을 연구하기로 결심하게 되는 것에 대단한 계기가 필요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수학이라는 논리적 사유의 틀 속에서 세계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려는 물리학에 더없는 매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때도 세계가 ‘실제로’ 무엇으로 또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에 관한 물음보다, 인간이 관측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를 넓혀가면서 관측된 현상들에 부합하는 논리 체계와 ‘이름들’을 구축해 나가는 작업에 중요성을 부여했다고 한다면, 문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적 질문을 이런 유명론적 관점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나름의 연속성을 띠는 선택이었다고 하겠습니다. 특별히 불문학을 선택하게 된 것은, 물론 지도 교수님의 조언과 제안이 가장 큰 계기로 작용하긴 했지만, 문학 이론과 비평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불문학이 드넓고 비옥한 토양을 제공하리라는 그 제안에 제가 깊이 공감했던 까닭도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시학 이론을 통해 글과 말이 지닌 힘, 글과 말이 인간의 현실과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며 어떤 고유의 힘을 행사하는지에 관한 갖가지 물음들을 전개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알아가야 할 것들이 많지만, 물음을 던져야만 열리는 사유의 지평(‘je-ne-sais-quoi’)이 언제나 남아 있으리라는 점에서도 늘 보람을 느낍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보들레르라는 작가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온갖 비평적 방법론들이 이 시인의 작품으로부터 제 정당성을 시험할 작업장을 보아왔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그런 비평적 시도들은 문학사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현대시’가 제기한 여러 물음에 관한 저마다의 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평적 견해가 공시적으로든 통시적으로든 완전한 합의에 이를 수는 없으며, 한 시대에 널리 퍼져있던 ‘일반적’ 평가조차 곧잘 뒤집히는 것이 문학사에서 그리 드물지 않은 장면이라 해도, 보들레르는 갖가지 작품 해석과 다양한 초상이 공존하는 유례없는 경우로 나타납니다. 한편으로 보들레르와 알레고리라는 연구 주제는 문학작품과 현실, 나아가 작품과 역사가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한 물음들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보들레르에게서 알레고리 시인의 면모를 읽어낸다는 것은 문학작품의 역사성을 재차 사유하려는 하나의 비평적 인식이지만, 그것이 시의 ‘내용’에 관한 자의적 해석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시학적 분석을 통해 검증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논문에서는 보들레르 비평사를 재검토하면서 알레고리 시인에 관한 논제를 다시금 정립하는 한편, 시의 형식-의미와 리듬 분석을 통해 보들레르의 알레고리 ‘시학’을 도출하여, 그것이 당대 현실뿐 아니라 오늘날의 현실에도 제기하는 물음들을 모색해 보고자 했습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채택한 주제 안에서 문학과 시에 대해 가능한 모든 물음들을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포부 속에 이루어진 모든 탐색을 한 권의 논문 속에 조화롭고 조리 있게 담아내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은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의 노력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한 문장마다 논리적 정합성을 따져야만 하고, 또 한편으로 각각의 서술이 전체 논제와 호응하는지 매번 새로이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문제틀을 여러 번 다시 점검해야 하고, 논의를 한없이 확장할 것이 아니라 적당한 지점에서 끊을 필요도 있습니다. 이처럼 논문 집필은 검토와 객관화의 지난한 작업을 수반합니다. 논의를 제한하는 작업은 물론 아쉬움을 남기겠지만, 논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들은 이후 연구를 통해 더 확장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과제를 안겨줍니다.

 

(4) 논문 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지식을 열심히 축적하기만 하고 거기에 만족하게 되는 수가 있다. 하지만 공부에는 늘 비약이 있어야 한다.’ 박사 과정을 시작할 무렵, 한 선생님께서 해 주셨던 조언입니다. 이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선행연구들을 살펴볼 때도, 새로운 문학 이론이나 철학을 접할 때도, 작품에 대한 주해를 비롯하여 각기 다른 관점을 채택한 비평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때도, 심지어 단 한 줄의 시를 읽을 때도 비약이 필요합니다. 그저 내가 지식만을 탐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채택한 세계 인식과 관점이 너무 고착화된 것은 아닌지 매번 점검하는 작업이 요구됩니다. 날마다의 비약과 성찰은 제게도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래도 저 말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며 그대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인터뷰·정리 : 김민준 기자 kmj0806@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