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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12·3 비상계엄 사태’ 종식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본문
‘12·3 비상계엄 사태’ 종식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고려대학교 역사학과 석사과정 장효민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용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이하 계엄)가 선포된 지 122일 만에 계엄 정국은 일단락되었지만, 계엄 이후의 과제들은 여전히 산재해 있다. 그 핵심은 지난 3년간 한국 사회에 누적 및 심화되어 온 ‘갈등’이라고 생각된다. 숙의와 토론을 통한 상호 간의 이해와 발전적이고 통합적인 대안의 모색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색된 구조가 오랜 기간 조성되어 왔으니 어쩌면 이러한 문제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계엄을 일차적으로 종식시킨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원신문 284호(2025년 5월호)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헌법재판소, 국민연금, 정치적 양극화 문제는 결국 상술한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제1면에서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기능했던 헌재의 재판관 임명에 대해 논한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헌재의 민주적 정당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당시부터 대통령 파면 이후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시도에 이르기까지 화두가 되어 왔다.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지명권이나 헌법재판관 자격 문제 등 헌법재판관 임명 방식을 재고하고자 하는 것은 위기를 극복한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유지 및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제도적으로 필요한 보완 지점에 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제3면에서는 세대 갈등의 대표적인 장인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이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핵심적인 지점은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기금이 고갈되고, 그로 인해 현 청년 세대는 국민연금을 납부할 의무는 지지만 정작 연금을 수령할 연령이 되었을 때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공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기금의 소진이 곧 특정 세대의 연금 미수령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은 한국의 고령화 진행 속도나 기금 소진을 주장하는 측이 전제로 하는 내용(경제성장률과 기금 수익률을 보수적으로 가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맹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인식과 주장은 국민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에서부터 오류를 보인다.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비중이 높아야 한다.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식으로든 국가의 존립과 운영에 기여했던 이들의 노후를 국가가 보장하는 것은 당위성을 갖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국민연금 재원에 대한 책임이 개인과 민간에 전가됨으로써 특정 세대 사이에서 ‘공포’가 조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제적 부담’을 짊어진 청년 세대가 문제 해결을 촉구해야 하는 대상은 명확하다. 그러나 내가 누릴 ‘혜택’을 ‘일소’하는 듯한 대상을 선별하여 비판함으로써 나의 ‘이익’만을 도모하고 보장하는 방법을 모색하려는 태도가 자주 확인되고 있다. 결국 이는 세대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여지를 내포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간 다양한 갈등을 경험했고 대화를 통한 갈등의 해결을 모색하지 않았을
때 이어지는 극단적인 결과를 목도한 만큼,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문제 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5면에서는 『과잉 민주주의: 양극화 사회에서 정치의 자리』 역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입장과 신념의 양극화에 대해 살피고 있다. 역자가 주장했듯, 한국에서는 정치적 정체성이 사회적 정체성으로 환원되어 사회의 다양성이 정치적 언어의 틀 내로 귀속되고 비정치적 영역까지 정치화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신념이 사회적 정체성(=정치적 정체성)과 결합하여 상대에 대한 극단적인 배제의 논리로 비화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상대를 다른 존재가 아니라 틀린 존재로 간주함으로써 토론과 대화의 여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화를 통한 다양성의 이해에 있는 만큼, 계엄이라는 위협으로부터 지켜낸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하는 우리 사회에 상대를 대면할 용기가 요구된다.
계엄은 일단락되었지만 계엄이라는 거대한 사건의 그림자 뒤에 가려져 있던 여러 갈등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거세하려는 (특정 사회 구성원의) 사고방식이 계엄이라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촉발하는 데에 분명히 일정 정도 기인했음을 우리 모두는 경험했다. 따라서 토론을 통해 서로를 마주하고 다름을 이해하며 갈등을 해결해 나갈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시 한 번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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