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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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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대학원신문 후기

변화 속에서 연구자로 자리 잡기

Jen25 2025. 5. 16. 14:28

변화 속에서 연구자로 자리 잡기

 

고려대학교 역사학과 석사과정 안효진

 

우리 사회는 최근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겨울 계엄으로부터 촉발된 정국의 변동은 6월의 조기대선으로 이어졌고, 트럼프 당선 이후 무차별 관세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접한 대학원신문 제283(20254월호)는 작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었다. 이번 호의 기사들을 통해, 사회 참여와 학술 연구 사이에서 고민하는 풋내기 대학원생이 어떤 식으로 눈 앞의 변화를 대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선 우리 사회와 세계 속 변화에 주목한 기사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에서는 약간 벗어났지만, 여전히 아주 중요한 주제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1면에 실린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유식 책임연구원과의 기획 인터뷰는 올해 2월 홍콩의 마지막 야당인 홍콩 민주당의 해산을 통해 홍콩의 현재 상황과 중화권 정세의 향후 향방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학창시절 뉴스를 통해 접한 우산혁명의 기억이 아직 선명한데, 현재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경제적 입지의 약화, 시진핑 집권 이후 중화권 통일 기조 등의 이유로 무너지는 과정을 접하게 되어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홍콩의 변화와 중국의 움직임에 한국 사회가 능동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점 역시 떠올랐다.

뒤이어 3면의 쟁점 인터뷰에서는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의 투쟁에 대한 이희자, 박남순 두 어르신과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군인군속과 위안부등으로 강제동원 되신 분들의 투쟁과 재판에 대해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접해 왔지만, 그 후속세대인 유족들이 이를 이어받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번 기사를 통해서 처음 자세히 알게 되었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야스쿠니 합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이들이 재판 패소·양국 정부의 외면, 극우 세력의 혐오 발언 등의 어려움을 겪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양국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힘을 얻어 계속 투쟁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의 투쟁을 보편적인 인권의 차원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었다.

한편 학술연구에 대한 동향을 담은 기사들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연구 성과를 전달해주고 있었는데, 그중 전공인 역사와 관련된 기사들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5면의 고전 읽기에서는 사라 마자(Sarah Maza)역사에 대해 생각하기를 제시하며, 역사가 공공의 영역과 만나면서 나타나는 쟁점에 대해 소개한다. 역사에서의 공적 논쟁20세기 후반 독일의 홀로코스트 부정론·현재 한국 정치권의 탈진실주의에 대한 대처에서 볼 수 있듯, 역사적 객관성에 대한 재확인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역사에 대해 생각하기에서는 기록 보관 과정에서 나타나는 선별과 통제의 권력, 구술의 왜곡과 주관성 속 사실의 의미에 대한 접근 등에 주목한다. 역사를 공공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역사학계의 공공역사를 향한 노력에서 한국공공역사협회의 창립 등 제도적인 준비와 함께 병행되어야 할 인식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위의 기사가 역사의 공공성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면, 6면의 학술동향에서는 역사학계 내의 동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해당 기사는 38일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진행된 학술회의인 <문자와 고고학 자료를 통해 본 백제> 속 발표 및 토론 내용을 소개한다. 이 학술회의에서는 몽촌토성 목곽집수지 출토 목제유물, 순창 순화리 석실분, 백제 외경부 목간 등의 고고학 자료와 문헌 사료를 연계하여 분석한 연구들이 발표됐다. 이번 학기 수업을 들으며 한국 고대사에서의 문헌 사료 부족을 몸소 체감하는 입장에서, 고고학 자료의 양적 증대를 바탕으로 백제를 비롯한 한국 고대 국가들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2면 원우 발언대의 기사를 살펴보며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7평짜리 연구실에서>라는 제목의 해당 기사에서 익명의 필자는 학업을 이어나가는 대학원생이라면 한번씩 머리 속에 스쳐지나갔을 생각들을 언급한다. 기사 속에서는 빠르게 변해가는 주변과 혼란스러워지는 사회, 그리고 그와 아무런 상호작용도 하지 못하는 것 같은 자신의 공부에 대한 고민들이 연이어 제시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의심과 함께 자신의 공부를 통해 의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글을 마치고 있다. 흔히 문사철이라고 하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스스로의 목표를 이루기까지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몇 번의 사회적 변화가 다가올지 감히 짐작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눈앞의 변화를 묵묵히 마주하며 스스로의 길을 가다듬는 것이 이 기사, 나아가 이번 호에서 제시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