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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일본정치의 현재와 한일관계의 미래 본문
일본정치의 현재와 한일관계의 미래
오카베 슈타(岡部柊太)
고려대학교 역사학과 박사과정 교환학생
대학원신문 제280호 1면에는 지난 9월 27일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되어 10월 1일 내각총리대신에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이하 이시바)에 대한 서울대 남기정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필자는 근대 한일 관계사를 전공하고 있기에, 이시바의 총리 취임과 10월 27일에 실시된 제50회 중의원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정치의 현재와 한일 관계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논해 보고자 한다.
10월 9일, 이시바는 총리 취임 8일 만에 중의원 해산을 단행함으로써 전후 일본 역사상 최단 기록을 세웠다. 이는 일본국헌법 제7조에 의해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따라 천황이 행사하는 국사행위(國事行爲)로 규정된 중의원 해산권이 총리의 전권사항으로 해석되어 왔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 여당인 자민당·공명당의 의석수가 선거 전 247석, 32석(총 279석)에서 각각 191석, 24석(총 215석)으로 대폭 줄어 중의원 과반(465석 중 233석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이시바의 목표는 실패로 끝났다. 반면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98석에서 148석, 국민민주당은 7석에서 28석, 레이와신센구미는 3석에서 9석으로 의석수가 대폭 늘어나는 등 야당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하나는 자민당, 특히 아베파의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불신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내 아베파 소속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 기재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2022년 11월 보도됐고, 2023년 11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후 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파벌정치 반대와 정치자금 투명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총재 취임 전, 이시바는 국회 논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중의원 조기 해산은 없을 것이며 정치자금 문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자민당 내 역학관계 때문에 취임 후에는 전후 최단기간 중의원 해산을 단행하고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은 이시바의 ‘변절’을 의심하게 되고,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되어 당내 징계 조치를 받아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자들에게도 자민당이 선거활동비를 지급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이시바에 대한 지지가 급락했다. 그 결과,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공명당의 의석수는 감소했지만, 정치자금 문제를 비판하고 있던 제2당인 입헌민주당이 의석수를 늘리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설명하는 나머지 요소는 증세 또는 감세를 둘러싼 경제정책이다. 여당인 자민당·공명당이나 제2당인 입헌민주당이 재정 건전화를 목표로 소극적인 재정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반해, 국민민주당과 레이와신센구미는 2014년부터 소비세 감세, 사회보험료 부담 감소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해 왔다. 이 점이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리는 1990년대 이후의 경제 정체나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시달리는 일본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게 된 이유라고 생각된다. 11월 11일에 있었던 중의원, 참의원 총리 지명 선거로 이시바가 다시 총리로 취임하면서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은 유지되고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 여소야대 정국이 확정되어서 여당은 정권 운영에 있어 야당의 협조를 얻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의원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민주당의 감세 방침이 일부 반영되는 방향으로 정국이 진전되고 있다.
상술한 일본의 최근 정치 상황을 바탕으로 향후 한일 관계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필자는 여기서 한일관계와 그 기저를 이루는 역사 인식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를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일본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권 담당자들의 외교 방침이나 역사 인식에 관심이 쏠리고, 일본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자민당 내 ‘리버럴’의 대두는 당내 역학관계로 야기된 것에 불과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 대한 외교 방침과 역사 인식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즉, 한일 관계는 양국 국민의 인식과는 다른 차원의 정치적 동향에 따라 단기적으로 변동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정치 동향에 좌우되지 않고 장기적인 시각에 기초하여 양국 간의 교류를 강화하고 상호이해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 요구된다. 또한, 상호이해를 뒷받침할 역사 인식에 대해서도, 그 간극을 직시하며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때 한일 관계와 관련된 분야를 전공하는 우리 세대의 연구자들은 학문적 성과를 적극적으로 사회에 제공함과 동시에 양국 사회의 매개자가 되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중대한 해를 맞이하면서, 필자의 의견이 이웃 나라와의 관계에 대해 깊이 사색하기 위한 사소한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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