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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교내 부착된 찰리 커크 추모 포스터, 정말로 학생의 목소리인가 본문
2면 호원보도
교내 부착된 찰리 커크 추모 포스터, 정말로 학생의 목소리인가

지난 9월, 교내 게시판에 한 장의 포스터가 부착되었다. 포스터의 중심에는 9월 10일 미국에서 피살당한 찰리 커크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R.I.P. Charlie Kirk’라는 글씨 아래에는 “미국을 깨워낸 그 뜻은, 결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포스터의 귀퉁이에는 게시자인 ‘트루스포럼’이 명시되어 있었다.
찰리 커크의 애도 포스터를 게시한 ‘트루스포럼’은 기독교 우파를 근간으로 한 극우 단체다. “성경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 나아갈 이념과 비전, 정책을 연구, 교육, 홍보하는 한편, 정치, 경제, 사법, 언론,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할 차세대 인재를 육성하는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이 단체는 부정선거론, 광주 민주화운동 폄하, 동성애 혐오 등 각종 사회 이슈에 극단적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7월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모스 탄(Morse Tan)의 서울대 강연을 기획하였다가, 서울대학교 측으로부터 대관 취소 통보를 받았다. 최근 모스 탄은
트루스포럼은 공식 기관지 『트루스헤럴드』를 통하여 이번 포스터 부착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들은 “찰리 커크가 생전에 강조한 자유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가치를 한국 대학가에서 함께 공유하고 그의 뜻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미”라 밝혔다. 또한 본교에 부착된 포스터를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고려대학교에서도 찰리커크와 같은 믿음의 다음세대가 일어나길 소망합니다.”라고 말하였다. 이처럼 트루스포럼이 찰리 커크의 죽음을 애도하는 포스터를 붙이는 것은 본교만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기관지를 통해 “서울대학교에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본교와 연세대학교 등 전국 주요 대학가에 추모 포스터를 부착”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문제는 트루스포럼이라는 한 단체의 행동이 본교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포스터가 대학가에 연쇄적으로 부착되자 몇몇 언론은 이 현상을 캠퍼스 내의 정치적 양극화의 표상으로 해석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 전국 대학가에서 추모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 현상이 트루스포럼이라는 한 단체에 의해서만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지적되지 않았으며, 그 단체의 성격에 관한 경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정 단체에 의해서만 배부된 포스터인 만큼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마치 대학가에서 떠오르는 의견처럼 보도된 것이다. 잘못된 정보가 반복하여 언급된다면 사실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는 만큼 분별에 주의가 필요하다.
찰리 커크의 죽음이 범죄에 의한 것인 만큼,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대학생 단체의 탈을 쓴 극우 단체가 교내에 침입하여, 자신의 주장이 다수 학생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난 17일, 트루스포럼은 ‘유신기념 포스터 부착 캠페인’을 벌일 것을 예고하였다. “유신은 대한민국을 지킨 결단”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포스터를 대학가에 부착하는 캠페인으로, “서울대를 시작으로 연세대, 고려대 등 전국 대학가에 캠페인을 확대할 예정”이라 주장하였다. 극우 단체의 조직적, 기획적 침투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학생의 목소리’를 분별하여 들을 필요가 있다.
■ 김민준 기자 kmj0806@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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