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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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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면/과학칼럼

독사에 물리고 살아남는 방법

알 수 없는 사용자 2025. 12. 10. 15:42

독사에 물리고 살아남는 방법

 

심혜린

과학칼럼니스트

 

▲ 뱀독으로부터 재조합 해독제를 만드는 과정 (Ahmadi, S. et al. Nature 647, 716–725 (2025).)

 

  다채로운 생물종이 얽혀 살아가는 지구에서 어떤 종들은 자신을 보호하거나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독을 사용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지구상의 동물 약 15%가 독성을 지녔다. 독성을 지닌 동물을 숫자로 따지자면 22만 종이 넘는다.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뱀이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뱀은 낯선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매년 뱀물림 사고가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간 뱀물림 사고는 총 726건 발생했으며 약 60%가 이로 인해 입원했다. 최근에는 도심 개발로 인한 뱀 서식지 감소와 평균 기온의 상승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뱀 출현 보고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의 공원이나 아파트 등 도심에 유혈목이와 같은 독사가 출현했다는 신고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뱀 포획 출동은 2018년 6,000여 건에서 2024년에는 15,000여 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시선을 국내에서 세계로 돌려보면, 여전히 매년 수십만 건 이상의 뱀물림 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7,000명 이상이 뱀독에 의해 사망하고, 십만 명 이상이 뱀물림 사고로 인한 신체 절단 수술을 받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의 수는 이보다 5배 가까이 많을 수도 있다.

  뱀독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독성 반응이 마비, 호흡 곤란, 피부 조직 손상 및 괴사 등 무시무시한 증상을 동반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독은 매우 특별하고 특이한 물질일 것 같다. 그러나 동물들이 지닌 독의 주요 구성 요소는 체내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물질들과 마찬가지로 단백질과 펩타이드다. 독이 있는 생물이라 하면 쉽게 떠오르는 또 다른 동물인 거미나 전갈이 가진 독은 대부분 3~9kDa 크기의 짧은 펩타이드로 이루어져 있다.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지닌 이들의 독은 주로 신경계, 그중에서도 신경전달물질을 인지하는 신경수용체나 세포 안팎의 이온 이동에 관여하는 막 채널을 표적으로 삼는다. 이에 비해 뱀의 독은 크기가 큰 효소 등 수십에서 수백 종의 단백질로 이루어진 복잡한 혼합물로 알려져 있다.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독소뿐만 아니라 혈액 응고나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등 독이 유발하는 증상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독사에게 물린 환자는 어떻게 치료할까? 답은 뱀독을 항원으로 삼는 항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뱀독에 중독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최초의 항독제(antivenom)는 결핵 백신을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한 프랑스 학자인 알베르 칼메트(Albert Calmette)가 1894년에 개발한 칼메트 혈청이다. 칼메트 혈청은 코브라의 독에 면역력을 가진 말에서 얻은 항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지금까지도 항독제 생산에는 이와 같이 말, 양 등의 생물에게 특정 뱀독을 접종해 항체를 생성하고, 얻은 항체를 정제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 방식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로, 생산된 항독제는 항체 생성에 사용된 뱀독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한다. 뱀독은 독을 생산하는 뱀의 종과 뱀이 분포하는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기존 방식으로 항독제를 생산하더라도 특정 지역에 서식하는 특정 뱀에게 물렸을 때만 치료제로 기능하고 다른 뱀에게 물렸을 때는 거의 효과가 없다. 항체 반응이 개체마다 다르게 일어나므로 생산된 항체 성분의 배치 간 차이가 크다는 점과 실제로 항체로 작용하는 활성 성분이 전체의 10% 수준이라 높은 투여 용량이 필요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또한, 이렇게 생산한 항독제는 동물 유래 항체이기에, 항독제를 인간에게 대량 투여하는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하면서도 다양한 종류의 뱀독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항독제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범용 뱀독 항독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뱀독이 매우 복잡한 혼합물이며, 다양한 계열의 뱀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코브라과 독사는 크게 맘바(Dendroaspis), 링칼스(Haemachatus), 코브라(Naja) 세 개의 속으로 나뉘며, 이중 코브라속은 또다시 세 개의 아속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분류군에 해당하는 뱀이 지닌 독의 특성이 각기 다르다. 맘바 속의 뱀이 지닌 독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반면 링칼스가 지닌 독은 국소적인 조직 괴사를 유발한다. 같은 계열의 독을 지닌 뱀 종에서도 단백질 변이로 인해 독의 종류는 다양하기에, 기존 항체 기반 항독제로는 여러 종의 뱀독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항독제를 만들기 어려웠다. 그러나 뱀독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촉매 작용이나 수용체 결합 작용을 통해 독성을 유발하는 활성화 영역은 비슷한 계열의 독을 지닌 종 사이에서 진화적으로 잘 보존된 편이라 알려져 있다. 이렇게 독성에 관여하면서 종 간 공통으로 존재하는 영역에 결합하는 항체를 개발한다면 여러 종류의 뱀독에 적용할 수 있는 항독제로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원리를 이용해 같은 계열의 독을 가진 뱀 사이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광범위 중화항체(broadly neutralizing antibody, bnAb)를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가 이전에도 수차례 발표되었다. 그러나 여러 계열의 독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항독제는 보고된 바 없었다. 

  지난달 발행된 <네이처>지에는 뱀독에 대한 범용 항독제에 관한 연구 결과가 게재되었다. 남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동부초록맘바의 얼굴이 확대되어 표지를 장식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나노바디(nanobody)를 범용 항독제 개발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나노바디란 항체에서 항원과 결합하는 부위에 해당하는 영역만 분리해 만든 작은 크기의 단백질로, 기존 항체의 약 1/10 수준으로 작은 분자다. 동물 또는 동물세포 배양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생산 속도가 느리고 제조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의 혈장 항체 기반 치료제 대비 나노바디는 미생물을 이용하거나 화학적 제조 방식으로도 만들 수 있어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 생산되기에 인간 단백질과 유사하게 만드는 추가 엔지니어링을 통해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도 용이하다. 항체 대비 안정성이 높아 운송과 저장에도 이점을 가진다.

  연구진은 우선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남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18종 코브라과 독사의 독을 혼합해 알파카와 라마에게 주입했다. 다음으로 알파카와 라마로부터 생성된 항체의 활성화 영역, 즉 나노바디를 박테리오파지의 외피 단백질에 삽입했다. 이렇게 하면 표면에 나노바디 단백질을 드러내는 박테리오파지가 만들어진다. 이를 파지 디스플레이라 부른다. 디스플레이된 파지를 이용해 연구진은 신경독, 조직 손상을 유발하는 독, 신호전달을 교란하는 독 등 여러 종류의 뱀독과 결합 친화도가 좋은 나노바디를 탐색했다. 3,000개 이상의 나노바디에 대한 탐색 과정을 거쳐 연구팀은 8종의 나노바디를 선정하고, 이를 섞어 재조합 항독제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들어진 재조합 항독제와 18종의 뱀독을 쥐에게 투여하였으며, 새로 개발한 항독제가 18종 중 17종의 독에 치료제로 작용함을 확인했다. 또한, 이 항독제는 뱀독에 의해 유발되는 피부 및 근육의 괴사를 많이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존 방식의 항체 항독제는 괴사의 예방이나 감소에는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보고된 항독제 생산 방식을 바로 인간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우선 임상 실험이 가능하도록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나노바디 항체를 개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뱀물림으로 인한 피해가 빈곤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새롭게 등장해 주목 받는 신종 감염병이 아니라 인류가 오랜 세월 익숙하게 마주해 온 피해이기에 연구를 위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환경적 조건이 열악한 빈곤 지역에서 임상 실험을 설계하고 시행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연구를 통해 뱀독에 대한 범용 항독제의 개발 가능성이 제시되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누구나 안전한 미래를 꿈꾸고, 누구나 치료를 포기하지 않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그림 설명

뱀독으로부터 재조합 해독제를 만드는 과정 (Ahmadi, S. et al. Nature 647, 716–725 (2025).)

 

참고 문헌

  • Ahmadi, S. et al. Nature 647, 716–725 (2025).
  • Oliveira, A. L. et al. Nature Rev. Chem. 6, 451–469 (2022).
  • Nature 647, 593-59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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