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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 네안데르탈인 본문
2% 네안데르탈인
심혜린 과학칼럼니스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1998년 작 소설,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을 다룬다. 주인공들은 인류의 진화 과정 중 미싱 링크를 둘러싼 사건에 휘말리는데, 작중에서 이 미싱 링크는 다름 아닌 370만 년 전 발생한 이종 간 교배다. 아직 유전자가 안정화되기 전인 인류 진화 초기, 유인원의 조상과 돼지의 조상 사이에서 우연히 탄생한 생명체가 현대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는 상상이다. 물론 현생 인류와 돼지는 종 간 생식이 불가능하다. 현대 과학에서 종을 구분하는 지표 중 하나가 개체 간 생식 가능 여부임을 떠올려 본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소설 속에서 다룬 것과 같은 먼 과거에는 어땠을까? 현생 인류는 단일 종이 오랜 기간 진화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에 도달했을까? 지금은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수많은 고인류와 현생 인류의 조상은 어떤 관계였을까?
20세기 중후반만 하더라도 현생 인류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가설이 존재했다. 대표적으로는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는 아프리카 기원론과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인류가 진화했다는 다지역 기원론이 있었다. 인류가 아시아에서 시작되었다는 아시아 기원론도 있었다. 고인류학자들은 화석을 관찰해 얻은 정보와 당시의 지리적 환경 정보, 함께 발견된 다른 생물 화석이나 유물을 바탕으로 여러 가설을 세웠다. 변화를 몰고 온 것은 유전체학의 발전이었다. 1987년, 『네이처』지에 서로 다른 인구 집단에 속한 여성들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mtDNA) 분석을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생 인류의 모계 기원을 추정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토콘드리아는 난자를 통해 전달되기에 모계 혈통을 따라 유전된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현생 인류의 가장 최근 모계 공통 조상”이 약 10만~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집단이라 추정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곧 ‘미토콘드리아 이브’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와 비슷하게 Y 염색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아담’을 찾고자 하는 연구도 여러 연구 집단에서 수행되었다.
유전체를 분석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특히 1983년, 박테리아에 DNA를 삽입해 복제하던 기존 방식보다 높은 감도로 빠르게 DNA를 복제할 수 있는 PCR 기술이 발표되며 연구에 새 지평이 열렸다. 머지않아 과학자들은 새로운 질문에 도달했다. 죽은 생명체로부터 DNA를 얻어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는 없을까? 수만 년 전 살았던 생명체의 유골에서 DNA 서열을 검출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멸종된 고인류의 게놈 및 인간 진화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다.
페보의 연구팀이 최초로 분석한 고인류의 유전체는 네안데르탈인의 mtDNA다. 연구팀은 4만 년 된 네안데르탈인 유골에서 379개의 mtDNA 염기서열을 확인해 현생 인류 2,000여 명의 염기서열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대인 간 mtDNA 염기서열 차이가 단 7개 정도인 데 비해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의 차이는 평균 28개였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네안데르탈인의 핵 유전체를 분석하고자 했다. 초기에는 유골에서 고인류의 유전물질을 얻는 것부터가 난항이었다. 유골의 DNA는 오랜 시간을 거치며 대부분 잘게 쪼개지거나 변형된 형태였기 때문이다. 또한, 고인류의 뼈 추출물에는 박테리아부터 시작해 오랜 세월 쌓인 오염물질에서 유래한 DNA가 가득했다. 특히 발굴 및 보존 과정에서 발생한 무분별한 접촉으로 인해 현생 인류 DNA가 다수 검출되어 연구에 많은 혼동을 주었다. 이로 인해 고인류의 염기서열이 아예 검출되지 않거나 검출된 유전물질 중 단 0.1~0.2% 수준인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팀은 멸균 실험실을 조성해 오염을 최소화하고 미생물의 DNA와 포유류의 DNA를 구분해 후자만 증폭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새로 개발된 상용 PCR 장비 및 염기서열 시퀀싱 기술도 큰 역할을 했다.
2010년, 연구팀은 『사이언스』지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핵 유전체 해독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마지막 공통 조상은 83만 년쯤 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한,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서열을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각 지역의 현생 인류와 비교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아프리카 바깥 지역의 현생 인류에게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열이 존재했다. 학계에서는 유럽계 및 아시아계 현대인의 경우 유전 정보의 약 1~4% 정도를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받았으리라 추정한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지로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이미 그보다 앞서 유라시아 지역에 자리 잡았던 네안데르탈인을 조우하며 유전자가 섞였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후 유전 모델을 통해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간 이종 교배는 약 4만~9만 년 전 일어난 사건이다.
페보가 이끄는 연구팀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연구팀은 또 다른 고인류인 데니소바인의 유전체 해독 내용을 『네이처』지에 발표한다. 데니소바인은 2008년, 시베리아 남부 알타이 지역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되었다. 최초로 발견된 데니소바인의 유골은 아주 작은 새끼손가락 뼈였다. 페보의 연구팀은 러시아의 연구팀으로부터 이 뼛조각을 전달받아 유전체를 분석했다. 5만 년 이전에 살았으리라 추정되는 이 뼛조각에서 연구팀은 mtDNA와 핵 유전체 서열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데니소바인의 mtDNA는 현생인류와도, 네안데르탈인과도 큰 차이가 있었다. 핵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는 더욱 흥미로웠다. 데니소바인의 핵 유전체는 현생인류보다는 네안데르탈인과 더 가까웠다. 그런데 데니소바인의 유전체가 여러 지역에 사는 현생 인류 중에서도 특히 파푸아뉴기니 지역에 사는 현생 인류와 더 많은 염기서열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아프리카 외부 사람들의 게놈 중 약 2.5%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래했고, 이후 발생한 데니소바인과 현생 인류 간 유전자 흐름으로 인해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에게는 데니소바인에게서 유래한 DNA가 약 4.8% 존재하게 되었다.
한편, 고인류의 유전체 분석은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라는 또 다른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현생인류의 유전자는 침팬지 등 여타 다른 현생 유인원과 고작 1~2%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는 곧 이 몇%에 불과한 유전자의 염기서열 차이가 인간과 침팬지를 구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인류의 유전체를 현생 인류 및 현생 유인원과 비교해 보는 과정은 인류 계통 진화 과정의 어느 지점에서 인류의 특징을 나타내는 변화가 발생했는지 탐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페보의 연구팀은 현생 인류와 침팬지의 유전체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을 찾고, 해당 구역의 염기서열이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비교했다. 연구팀은 인류 계통에서 변화가 일어난 염기서열 위치 중 320만여 곳에 대한 네안데르탈인의 염기서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의 염기서열은 대부분 유인원보다 인간과 비슷했으나, 12% 정도는 유인원과 비슷했다.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에서 확인되는 차이 중에는 특히 서열 변화로 인해 2개의 아미노산이 바뀐 단백질이 5종 존재했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각각 ▲정자 운동성 ▲단백질 생산 과정 ▲피부 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970년대만 해도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여겨졌다. 특히 다지역 기원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현대 유럽인의 조상이라 생각했다. 이후 아프리카 기원설이 힘을 얻자, 1990년대에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의 경쟁에서 도태되어 사라진 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며 현대 과학 기술은 많은 현대인의 몸속에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남아있음을 밝혀내었다. 이처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가설은 계속해서 그 형태를 바꿔가며 발전한다. 이 탐구의 끝에서 인류는 어떤 진실에 도달하게 될까?
참고 문헌
Press release. NobelPrize.org. Nobel Prize Outreach 2025. Wed. 23 Apr 2025.
스반테 페보, 김명주 역,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부키, 2015.
리베카 렉 사익스, 양병찬 역, 『네안데르탈』, 생각의힘, 2022.
Nature 326, 31-36,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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