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 한상원
- 김민조 #기록의 기술 #세월호 #0set Project
- 임계장 #노동법 #갑질
- 수료연구생제도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n번방 #코로나19
- 항구의사랑
- 코로나19 #
- 권여선 #선우은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
-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염동규 #자본주의
- BK21 #4차BK21
- 5.18 #광주항쟁 #기억 #역사연구
- 보건의료
- 시대의어둠을넘어
- 518광주민주화운동 #임을위한행진곡
- 죽음을넘어
- 쿰벵
- 애도의애도를위하여 #진태원
- 쿰벵 #총선
- 선우은실
- 심아진 #도깨비 #미니픽션 #유지안
- 국가란 무엇인가 #광주518 #세월호 #코로나19
-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로나 콜른타이 #위대한 사랑 #콜른타이의 위대한 사랑
-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 공공보건의료 #코로나19
- 고려대학교언론학과 #언론학박사논문 #언론인의정체성변화
- 미니픽션 #한 사람 #심아진 #유지안
- 산업재해 #코로나시국
- n번방
- Today
- Total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타웅 아이와의 만남으로부터 백 년 본문
타웅 아이와의 만남으로부터 백 년
심혜린 과학칼럼니스트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라면, 당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중 어느 쪽이 원숭이요?”
1860년 6월 30일, 새뮤얼 월버포스(Samuel Wilberforce) 주교는 이렇게 외쳤다. 옥스퍼드 대학 자연사박물관에서 진행된 영국과학진흥협회 총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 이후 진화론은 당대의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였다. 이날 있었던 총회에서도 『종의 기원』을 둘러싼 진화론 찬반 토론회가 열렸다. 위 질문은 진화론 반대론자이자 유명한 성공회 주교였던 월버포스가 진화론에 대한 반대 의견을 펼친 후 진화론 옹호자들에게 던진 질문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한 진화론 찬성론자인 토마스 헉슬리(Thomas Huxley)의 대꾸 역시 유명하다. 정확한 문구가 기록에 남아 있지는 않으나, 그는 주교를 향해 “(당신처럼) 훌륭한 재능을 진실을 왜곡하는 데 남용하는 사람과 혈연관계인 것보다는 차라리 원숭이의 후손인 쪽이 낫겠소”라 답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150여 년이 지난 지금, 원시 인류에서 현생 인류로 변해가는 발달 과정을 묘사한 그림을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정도로 사람들은 인류의 진화라는 개념에 익숙해져 있다. 월버포스 주교와 같은 오해를 하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원숭이와 인간은 먼 과거 언젠가 공통 조상을 두었다가 분기해 나온 독자적인 진화의 산물이지, 한쪽이 다른 한쪽의 조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류의 조상은 누구일까? 인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어디에서 출발해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에 도달했을까? 2025년 2월은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획기적인 영향을 미친 논문, <Australopithecus africanus: The Man-Ape of South Africa>이 발표된 지 딱 백 년이 되는 해다.
이 유골은 호주의 고인류학자(palaeoanthropologist)인 레이먼드 다트(Raymond A. Dart) 교수가 발견했다. 다트 교수의 회고록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주 서남부에 있는 타웅구스라는 지역에서 발굴한 이 화석은 다트 교수와 아내 도라의 결혼식 날 그의 집에 도착했다. 두 개의 거대한 소포가 도착했을 때 다트 교수는 결혼 예복을 입는 중이었고, 도라는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만 기다리라”며 남편을 달랬다고 한다. 이 소포 상자 안에 들어있던 유골이 바로 1925년 2월, 『네이처』지에 논문으로 발표된 타웅 아이(Taung Child)의 머리뼈다.
1925년의 논문에서 다트 교수는 타웅 아이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초기 인류(hominin)로 추정된다고 보고한다. 타웅 아이의 유골에는 현존하는 인류의 두개골에서 발견되는 특징과 유인원의 두개골에서 발견되는 특징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다트 교수는 타웅 아이의 두개골이 유인원보다 인간의 두개골에 가까운 형태라고 밝혔다. 미간부터 외측 후두부 돌기까지의 길이(glabella-inion length)를 100이라 했을 때 미간부터 턱까지의 상대 길이(glabella-gnathion length)를 비교한 결과 어린 침팬지의 경우 88, 어린 고릴라의 경우는 80이지만 타웅 아이의 머리뼈에서는 그 값이 70이었다. 한편, 타웅 아이의 두개골은 미간이 도드라지지만 어린 유인원에게서 발견되는 안와상융기(supra-orbital ridges)는 관찰되지 않았다. 다트 교수는 도드라진 미간은 뇌에 의한 것이라 해석했다. 특히, 다트 교수는 타웅 아이가 이족보행을 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타웅 아이의 척수(spinal cord)가 두개골 하단부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의 경우, 척수가 두개골로 들어가는 구멍이 두개골 아래쪽이 아니라 두개골 뒤쪽에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트 교수는 타웅 아이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라는 새로운 종으로 명명한다.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 보았을 원시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학계에 최초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다트 교수의 논문은 발표 이후 순식간에 유명해졌지만 바로 정론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유인원과 현생 인류의 머리뼈를 비교하면 턱뼈 등 골격과 뇌의 크기에서 두드러지는 차이를 관찰할 수 있는데, 골격의 변화보다 뇌의 크기 증가가 먼저 일어났다는 것이 당대의 지배적인 가설이었다. 당시 영국의 주류 인류학자들은 1912년 영국의 이스트 서식스(East Sussex) 주에서 발견된 필트다운인(Piltdown man)이 현생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이라 여겼다. 필트다운인의 경우 뇌의 용적은 현생 인류와 유사하고 턱뼈는 유인원과 유사했다. 그러나 ‘타웅 아이’를 통해 보고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머리뼈는 이 가설과 반하는 형태였다. 다트 교수가 추정한 성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량은 고릴라와 유사했다. 그러나 타웅 아이의 광대, 상악, 하악을 관찰한 결과 타웅 아이의 치아 및 턱뼈는 유인원보다는 현생 인류와 유사했다. 이는 뇌의 용적 증가보다 골격의 진화가 먼저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이에 많은 인류학자들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비인간 유인원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트 교수의 연구 결과를 비판했다.
그러나 필트다운인이 오랑우탄의 턱뼈와 인간의 두개골을 섞어 만들어낸 사기극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이 발굴되며 다트의 주장은 점차 힘을 얻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라는 이 새로운 종이 유인원과 현생 인류 사이의 중간단계를 나타내는,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된다는 논문의 내용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수십 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타웅 아이에 대한 다트 교수의 분석이 전부 옳았던 것은 아니다. 당시 과학 기술의 한계로 인해 분석 불가능했던 부분도 많았다. 예를 들어 발견 당시 다트 교수는 타웅 아이가 백만 년 전에 살았으리라 추정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진행된 재분석 결과, 타웅 아이의 유골은 258만 년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종이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살았다고 추정되는 시기인 200만 년~360만 년 전과도 겹치는 시기다. 또한, 다트 교수는 두뇌 용적 계산 결과와 치아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타웅 아이가 6세 남짓의 어린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타웅 아이는 양쪽에 난 첫 번째 어금니를 제외하고 나머지 이빨은 모두 유치였기 때문이다. 이 유골이 타웅 ‘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유다. 그러나 추후 CT 촬영 등의 기법을 통해 다시 분석된 바에 의하면 타웅 아이는 사망 당시 3.8세였다. 재측정한 타웅 아이의 뇌 용적량을 바탕으로 타웅 아이가 여성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타웅 아이가 성인으로 자랐을 때의 뇌 용적은 405cm3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적으로는 작은 편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의 뇌실(braincases)이 작기에, 뇌 용적이 작은 편인 타웅 아이 역시 여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트 교수의 논문이 현생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음을 주장하는 첫 번째 보고 사례는 아니다. 찰스 다윈은 1871년, 그의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In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에서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일 것으로 추측한 바 있다. 현생 생물종 중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일 것으로 추정되는 침팬지와 고릴라,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초기 인류 역시 아프리카에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1921년 잠비아에서도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발견이 인류 진화 탐구에서 이토록 주요한 성과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싱 링크 (missing link)’라는 표현이 있다. 생물이 진화하거나 다른 종으로 분화할 때 원래의 모습과 진화 이후 모습의 과도기적 모습을 보여주는 화석을 중간단계 화석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중간단계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를 일컫는 단어다. 즉, 진화의 과정을 연속된 사슬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면, 화석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비어 있는 중간 과정이 바로 미싱 링크다. 다트 교수의 논문과 그가 발굴한 유골은 그간 인류 진화 과정에서 미싱 링크였던 유인원과 현생 인류의 분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연구 성과로 여겨진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발견은 다윈의 예측에 대한 증명이자, 인류 진화 과정의 연구에서 새 지평을 연 사건이다. 그 발견으로부터 백 년, 인류는 여전히 자신의 기원을 탐구하고 있다.
참고 문헌
- Dart, R. A. Nature 115, 195–199, 1925.
- Nature 638, 7-8, 2025.
- Nature 638, 29-31, 2025.
'8면 > 과학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류의 역사를 탐구하는 여행: 고인류학 (0) | 2025.04.09 |
---|---|
오래되고, 지혜롭고, 큰 존재를 잃기 전에. (1) | 2024.12.28 |
인공지능에 꼬리표 달기 (8) | 2024.11.08 |
친환경 시대를 위한 AI 기술: Green-AI를 찾아서 (3) | 2024.10.16 |
새로운 단백질부터 환자 진단까지, 의료와 AI (2) | 2024.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