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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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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쟁점기획

변화를 위해 달려온 3년, 변화를 향해 함께 나아갈 길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12. 2. 16:21

 

 

변화를 위해 달려온 3, 변화를 향해 함께 나아갈 길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3년간 활동과 성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묻다-

 

 

 201712월 대학원생 인권침해와 노동권 착취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하 대학원생노조)이 설립되었다. 대학원생노조는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학계의 인식 개선을 요구하며, 대학원생의 노동기본권 및 인권 보장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경북대 실험실 폭발사고를 계기로 대학원생이 산재 처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대상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나며 대학원생노조는 국회 앞 농성을 이어나가며 관련입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북대에서 실험실 폭발사고가 일어났으나 학교 측에서 지급 규정 미비 등을 이유로 들어 피해 학생에게 치료비 지급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학생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실험·실습실 환경 및 시설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며, 피해 학생들이 대학원생이라는 특수한 신분상 산재 처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이에 대학원생노조는 안전한 대학 조성 및 대학 공공성 확대를 위해 국회 앞 농성을 결의했다. 지난 106일 산재보험법 개정,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대학, 노동기본권 보장,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의 경우 민주당이 대표 발의하면서 입법가능성을 앞두고 있다. 최근의 국회 앞 농성을 비롯해 지난 3년간 대학원생노조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방향을 묻기 위해 국회 앞 농성장에서 강태경 정책위원장과 김현구 조합원, K조합원을 만났다.

 

대학원생 노조 설립 후 지난 3년간의 활동과 성과

  대학원생 노조는 지난 201712월 설립된 이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갔고 올 12월이면 어느덧 3년이 된다. 노조 설립부터 강사법 투쟁, 최근의 국회 앞 농성까지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지난 활동과 성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시면 좋겠다.

강태경 정책위원장(이하 강): 무엇보다도 대학원생 노조의 이름을 많이 알린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대학원생도 노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변화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의 성과를 먼저 이야기해보자면, 이번 법안의 경우는 통과가능성이 높고 발의도 되었고 사회적 합의를 많이 끌어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견 없이 대학원생도 산재를 적용해야 하고 특히 경북대 피해자들도 산재 적용을 받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에 합의했습니다. 법안이 끝까지 잘 통과되어 지금의 피해자분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남은 과제입니다.

  권력형 성폭력 문제들은 예전부터 중요하게 다뤘던 이슈였습니다. 현장 단위에서 투쟁을 지속해나가고 있고 소기의 성과들도 나오고 있지만 서울대나 전남대 이슈는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피해자들이 계속 고통 받고 있는 부분이 있어 우려스럽고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조교들이 협약서나 조교 복무 협약서를 쓰는 것도 어느 정도 안착이 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현장에서 가장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일 겁니다. 교육부에서 권고를 내리고 표본 양식을 만들어서 2018년에 곧바로 90여 개의 학교가 시행을 해 지금은 100여 개가 넘는 학교들이 시행하고 있을 겁니다. 고려대도 조교들이 협약서를 쓰는 게 안착이 된 편이고 교육부가 계속 권고사항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안착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공계생들도 연구과제 참여 연구원이 되면 근로 협약에 가까운 협약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계속 기관 수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학의 연구과제 정책을 내고 있습니다. 그간 대학 연구자 인건비는 학교에서 교수가 과제를 수주한 뒤 인건비를 계상해서 풀링 계좌에 넣어 연구실 단위로 관리했고 그러다보니 과제 규모나 수에 따라 인건비 변동이 심했습니다. 교수가 제멋대로 돈을 착복하거나 이윤을 남기는 사례도 많이 발생했고요. 해외사례를 보면 학교가 이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인건비를 기관 단위로 관리하는데 저희가 계속 이를 요구했고 이제 권고사항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58개 기관이 계정은 교수 단위이긴 하지만 인건비 통합관리를 하고 있고, UNISTGIST는 아예 기관 단위로 계정을 통합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도 많이 생겼습니다. 이번에 농성을 하면서 더욱 확대되었는데 시민사회계와 노동계 일반에서도 대학원생의 노동자성 이슈를 본격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농성을 시작하면서부터 대학원생이 고등교육에서의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중요한 산업군이고 몇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국회 쪽 인지도도 많이 올라간 듯합니다.

  노조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단체협상을 하기 위함인데 그 중심이 되는 것이 협약서의 내용입니다. 조교나 연구원들이 협약서를 쓰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단체협상을 맺을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습니다. 대학원생의 신분 중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대표적인 직분은 프로젝트 연구원, 조교, 학회 간사, 그리고 강의를 하게 될 경우 강사, 이렇게 4가지입니다. 산재가 적용되게 되면 대학원생들의 노동자성을 보다 더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현구 조합원(이하 김): “저는 노조 가입이 늦은 편이어서 그간의 전반적인 성과보다는 제가 속한 곳을 중심으로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일단 대학원생 문제 자체가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데에 대학원생 노조가 많은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을 합하면 약 30만 명 정도이고, 일반대학원생이 약 15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 중 노조원의 비율을 따져본다면 사실 높지는 않습니다. 제가 속한 서울시립대 같은 경우는 대학원생 총학생회가 따로 없다보니 학내 분위기 자체가 뿔뿔이 흩어져 자기 할 일을 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시립대는 분회가 크지 않아 일을 크게 벌이지는 못해도 여러 전공자들이 모여서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공통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이 됩니다. 규모가 작아서 당장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그런 걸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나름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앞 농성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전망

 지난 9월 전체 조합원 투표를 통해 국회 앞 농성 실행이 확정되었고 106일부터 농성을 시작하면서 진행 상황들을 ()국회투쟁 소식지를 통해 홈페이지에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농성을 계획하게 된 계기와 구체적인 진행 상황, 그리고 11월 중하순에 있을 법안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앞으로의 전망과 각오가 궁금하다.

: 농성을 하게 된 계기에는 2기 집행부 분들의 정세적인 판단이 들어있습니다. 법안이 가장 빨리 통과될 수 있는 게 국회 초기이기 때문에 새로 들어선 대학원생 노조의 집행부가 업그레이드 된 성취를 하려면 이번에 법을 빨리 통과시켜야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안을 4개로 정리해 대의원 회의와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안건을 뽑아 총투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생노조의 대국회투쟁 4대 요구안은 실험실 안전 강화 및 대학 소속 학생연구원 산재보험 적용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근절을 위한 관련 법안 개정 대학원생이면서 조교 연구원, 학회 간사, 대학 강사직을 수행하는 대학원생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 보장 등록금 감면, 교육연구환경 개선, 구성원 처우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우선 산재는 합의 정도가 높고 교수와 학생의 갈등 구조가 아니어서 명분이 크고, 성폭력문제는 사안이 심각한데 계속해서 개선이 제대로 안 되어서 안건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10년도 넘게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대학교의 재원을 투입하고 국가정책 차원의 투자가 가능한 정책적 구조를 만들자는 게 기본 취지이고 그게 없으면 대학원생들의 인건비 같은 문제도 해결이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노동기본권은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자 저희가 투쟁하는 목적이기도 하고요.

  경북대 사건의 경우 사건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드릴 필요를 많이 느꼈습니다. 다행히 사고자의 가족 중에 열심히 노조활동을 하신 분도 계셔서 저희와 적극적으로 연결이 되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치료비가 최종적으로는 지급이 안 되었다고 하지만 경북대 총장이 공개적으로 약속을 한 상태라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면 될 듯합니다.

대학원 정책 관련 부처는 교육부, 과기부, 고용노동부 이렇게 3개나 되는데 사안에 대한 인지도는 과기부가 가장 높습니다. 예전부터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고요. 과기부와 연관이 있는 과방위(과학기술정보통신방위위원회) 소속 전혜숙 위원이 이 부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추진을 해주었고 이낙연 총리도 공식적으로 약속하면서 법안 통과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권력형 성폭력 법안은 다음과 같은 법안이 최근 상정되었습니다. 성희롱성폭력 상담센터 의무설치, 소청사건이 성폭력성희롱 범죄로 인한 처분의 불복인 경우 피해자 혹은 법정대리인 의견 청취, 성 관련 비위 사유로 인한 징계처분에 대한 소청심사위원시 비상임위원으로 여성관련 전문가 포함 등입니다. 노동자성 관련해서는 고등교육법상의 조교를 더욱 선명하게 규정하는 법안을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상태입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의원들 중에서도 메이저급이 싸우는 사안이라 저희가 조금 더 한다고 바뀌는 종류는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명분이기 때문에 저희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마 법안심사에 올라가는 법들은 저희가 요구했던 것 중에서 산재, 성폭력 관련된 한두 개가 통과가능성이 높은 정도일 듯합니다. 노동자성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결국에는 과제참여 연구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부분이 큽니다. 예를 들어 대학원생들은 BK21에서 연구비만 지급받을 뿐 보험을 보장받지는 못하는데 ‘R&D 혁신법이라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법에 넣거나 이번에 입법이 안 된다면 과기부가 시행령 같은 형식으로 과제 참여연구원들의 근로 계약을 권장하도록 압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고등교육법상으로 조교 규정이 복잡한데 이들 중에는 비학생 조교가 있습니다. 국공립대학에서 조교라는 명칭으로 일하는 교직원을 말합니다. 이들 뿐만 아니라 학업을 하며 일을 하는 조교들의 노동자성도 인정되도록 사전적인 법안을 밀어붙이는 상황이고 이게 통과가 되면 근로 계약도 맺을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접근 중입니다.

  학회간사 이슈의 경우 사실 이번 농성에서는 빠지게 되었는데 릴레이 기고를 통해 사안을 공유하고 있고 그 부분에 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지원비가 간사 인건비로 쓰일 수 있게 하도록 연구재단을 압박해야 합니다. 이번 농성이 끝나면 다음 활동들 속에서 이를 녹여내며 진행해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저는 농성을 시작한 뒤 10월 한 달 정도 나왔는데, 우리의 요구가 다 통과되면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그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농성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건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까지인데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요구안들이 얼마나 통과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어디까지 양보를 할 수 있고 어디까지는 끝까지 가져가야 하는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정감사도 끝났고 본격적으로 본회의가 시작된 시점이라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K 노조원: “저는 좀 특이한 경우인데 소속이 산업공학과 계열이라 랩실 비중이 상당히 낮고 이공계 중 가장 문과 같아서 이렇게 나올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 이번 농성이 상당히 역설적이라고 느끼는 게 농성의 계기는 자연대 연구실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대응인데 대학원생 노조는 이공계보다는 인문사회계열이 압도적으로 많고 지금 농성장에 나와 계신 분들도 대부분 인문사회계열이에요. 저 같은 경우도 저희 캠퍼스 조합원 중 유일한 공대생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이공계 대학원생도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우리 조합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목해야 할 최근의 현안과 이슈

 대학원생노조는 국회 앞 농성을 비롯하여 여러 대학원생 인권침해 사건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현재는 농성에 주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외에도 문제가 되는 현안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최근의 이슈 중 특히 주목해야 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 “전남대 로스쿨 성폭력사건은 현재 성평등위원회에서 열심히 다루고 있는 사안입니다. 몇년 전에 발생한 사건인데, 이후 2차 가해문제, 학교 측의 사건 왜곡, 보복성 고소 때문에 문제가 상당히 심각합니다.  

 고대 의대 유전자 불법 채취 문제의 경우 연구윤리 문제이기도 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보복 문제이기도 합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정보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기 때문에 샘플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자기 정보를 내주는 것에 대한 정당한 합의와 동의의 절차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의대 연구실에서 그렇게 해왔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황우석 사태 이후로도 이런 행태가 발생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대학원생들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연구윤리 부정을 확실하게 근절할 수 있는 추가적 입법과 연대의 방향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조합을 어떻게 확대하고 재생산할 것인가도 사안은 아니지만 주목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후배님들이 대학원에 새로 들어오면 대학원노조에 당연하게 가입하는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은 생활전선과 학업을 왔다갔다하는 경우가 많고 학기마다 스탠스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보니 대학원생의 범위를 최대한 유연하게 늘려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대학원생이라는 이름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도 뒷받침하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가령 조합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6개월 혹은 유예기간 이런 식으로 공백기를 둘 수도 있습니다.

 학회 간사 문제도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인문사회계 분들이 노조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 분들이 직접 겪는 사안이기 때문에 특히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서울시립대를 대상으로 대학원생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도 다른 대학들의 추가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가입으로 이어지는 부분들로 나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대학원생들은 대체로 불안정 노동을 하고 있고, 요즘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 1인 사업자와도 비슷한 유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산합협력단에서 교직원으로 일했던 적이 있는데 1년 계약직이었고 실제로 연장이 안됐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거고요. 일을 하면서도 이대로 경력을 쌓는 게 맞나, 대학원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가를 고민했고 그 와중에도 대학원생 노조의 구성원으로서 지위가 유지되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대학원에 돌아와서 박사학위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하기가 수월했습니다. 영향력이 크든 작든 간에 기댈 언덕이 있는지가 확실히 중요합니다.

  동아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한 적이 있었고 이후로 방역 활동을 강화했는데 거기에 조교와 학부생, 근로장학생까지 투입시켰습니다. 출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방역을 담당하는 업무인데 성균관대는 방역업체를 따로 선정해서 외주를 맡겼는데 동아대는 비용 절감을 위해 조교랑 학생들을 동원한 겁니다. 학생들은 코로나에 감염이 되어도 산재 대상이 아니어서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는 취약대상입니다. 그때 저희 쪽에서 성명을 내고 부산일보에서도 보도가 나갔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학내 방역 노동 같은 문제도 앞으로 주목해야 할 이슈입니다. 이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도 필요해보입니다.”  

 

대학원생노조 내의 다양한 소모임 활동

  대학원생노조가 전국의 대학원생들을 아우르는 단체인 만큼, 다양한 학교와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대학별 분회/지회, 성평등위원회, 소모임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투쟁 외의 다양한 모임과 활동들을 계획하게 된 계기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현재 노조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모임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개별위원회로는 성평등위원회가 구성원이 제일 많고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소모임은 코로나가 터지면서 추진이 잘 안 되긴 했습니다만 조합원들의 취미나 희망하는 모임을 전수조사했습니다. 학술모임은 철학, 노동법 등을 주제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고려대분회가 분회로는 가장 크고 활발해서 차 마시는 모임, 보드게임 모임 등을 진행했고 조합원들끼리 모여 부담없이 밥 먹고 차 한 잔 마시자는 제안으로 시작된 수다회가 반응이 가장 좋았습니다. 서점 지식을담다에서 기후환경 학술모임도 열려 예닐곱 분이 참석했습니다. 코로나가 지속되고 현재로선 중심현안에 사람이 몰리다보니 활성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소모임을 지속해야 조합으로서의 커뮤니티가 유지되고 새로운 사람도 와서 이야기를 나눌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술적인 내용을 모임을 통해 규모 있게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사회과학 전공자들은 SPSS 통계 돌리는 노하우를 공유한다거나 인문계 전공자들은 같이 읽고 싶은 작품을 나누는 모임이 생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학원생들의 직업병이나 마찬가지인 허리나 척추 교정을 위한 스트레칭, 가벼운 산책 모임도 좋을 것 같고요.”

 

: “저희 분회는 노조원이 적어 특별히 소모임을 만들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원총 구성을 분회 차원에서 추진했습니다. 인권센터나 학교와 이야기가 진전되다가 지금은 좀 중단된 상태이기는 합니다.

 저희 쪽에 학교 청소노동자 분들도 노조가 있고 같은 민주노총 소속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 여름에 그 분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청소 노동자분들의 고충을 여쭤보고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줄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배달음식을 먹은 뒤 분리를 잘 안하는 경우 많다는 고충을 전해주셨고 쓰레기통 앞에 분리수거를 잘하자라는 캠페인을 노조 이름으로 진행했습니다.”

 

노조 활동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방향성

  노조 설립 이후 수많은 사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있었을 텐데 그 중 특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대학원생노조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어떤 것일까. 대학원 사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 “집행부가 힘들게 일하게 되는 구조인데 일을 배분하는 게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조합의 형태를 취하면서 생기는 기본적인 사무도 어렵지만 재생산을 위한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이 가장 어려웠던 점이고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추구하는 방향이라면 대학원생노조가 파벌이 심한 우리나라 학계 구조의 틀이 재조정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공동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연구하는 노동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서 함께 공부하고 교류하고 관심 있는 연구주제가 생기면 찾아갈 수 있는 매개가 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노조활동이라는 개방적이고 사회참여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학술적으로나 본인의 연구 측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연구를 통해 사회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함께 새로운 연구기획도 세워나갈 수 있을 겁니다. 소모임은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학원 사회에 바라는 점은 저희를 나쁜 교수 때려잡는 조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그 과정은 교수 측이나 직원들 모두에게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학원생노조를 학계가 건전성을 다시 회복하는 활동을 하는 곳으로 바라봐주면 좋겠습니다. 학업과 활동을 정해진 시간 내에서 나눠 써야 하기 때문에 상충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학교 밖에 나와서 연구자의 위치를 같이 고민하는 것도 전체 학업과정에서는 분명히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구자 특히 대학원생 노동자가 사회를 바라보고 개입하는 하나의 매개 형태로 대학원생 노조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조 가입하면 인생 꼬이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보단 내가 사회에 개입할 땐 여기를 거쳐서 가는구나, 집합행동은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연구자들이 몸담아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저희가 점점 커지고 활동이 쌓이면 이 네트워크 자체가 대학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고 각자가 그런 씨앗들을 나눠가지고 있을 텐데 그걸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인맥, 네트워크로 대학원생 노조를 바라보고 가입하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조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원사회를 바꾸는 가장 저렴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학령인구도 줄고 고등교육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텐데 이 바뀌는 구조 속에서 새로운 고민들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그 속에서 사회를 돌아가게 하고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가 연구활동이라면 그걸 같이 고민해보는 공간이 노동조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평노조원이라 조합비를 내고 가끔 도와달라고 하면 활동을 돕는 정도라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집행부 분들이 연구활동과 노조활동을 병행하면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데 노조활동도 일종의 노동이니 이 분들께 모두 월급이 가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지금은 아무래도 노조가 작고 조합비도 섣불리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노조가 더 성장하고 대학원생들이 안정적인 신분이 되어 그게 가능해지면 좋겠습니다.”

 

K: 저는 연구실에 노조텀블러를 들고 다녀도 다들 터치를 안 하는 분위기라 활동에 어려움은 없지만 저 한 명에서 그친다는 게 문제입니다. 저희 과에는 직장 다니다 오신 분들, 직급이 높은 분들이 많아 노조에 부정적인 경우도 많고 그런 분위기 때문에 섣불리 권하기도 힘들고 해서 제가 졸업을 하면 우리 과에 처음이자 유일한 대학원생 노조 조합원이 되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함이 항상 있죠. 이번 건을 계기로 이공계에서 저희 노조에 많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3년간 대학원생 노조는 대학원생들의 현안과 권익을 위해 부지런히 달려왔고,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학원 사회가 지닌 고질적인 문제점은 뿌리 깊고 견고해보이지만 투쟁의 성과를 보면 앞으로의 전망은 절대 어둡지 않다. 안정적인 공간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대학원생들의 바람을 위해 곁에서 함께해온 대학원생 노조가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할 때이다.

 

황지원 기자 h950301@korea.ac.kr

윤정인 기자 cherisheeo@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