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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공공의료를 막아선 의사들에 저항하는 다른 목소리 본문

3면/쟁점기획

공공의료를 막아선 의사들에 저항하는 다른 목소리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10. 13. 11:45

<쟁점기획>

 정부가 내세운 의료정책 4가지를 ‘4대악으로 비판하며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파업이 강행되었고 지난 94일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코로나를 계기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에도 공공의료를 위한 정책을 비판하고 의사 집단의 이익을 과대표하며 파업이 강행되어 일각에서는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의료계 파업에 반대하는 글을 게재하며 지역별 의료격차와 공공의료를 간과하는 이들을 비판하고 특히 파업 과정에서 강제적으로 의대생들이 동원된 내부의 전체주의적 분위기를 지적해왔다. 본지에서는 의료계에서 파업을 강행하며 내세웠던 주장의 근거와 의료정책의 골자,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의 입장과 공공의료라는 입장에서 현 의료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펴낸 카드뉴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의 출범 배경과 소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며 이들의 논리와 현행 의료 시스템은 물론 내부의 분위기에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가 출범하게 된 배경과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8월 한국 사회를 의료 공백의 공포에 빠뜨린 의사파업과 의대생 단체행동은 의사증원계획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로 시작되었습니다. 의료의 공공성을 부정하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는 쉽게 묵살되었습니다. 이런 의견은 주류가 아니었고 전공의 파업과 학생 단체행동의 경우 동참하지 않는 이들에게 단체행동을 억지로 강요하는 조건들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단체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 동의하지 않으나 강제로 동원된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페이지를 열고 전체주의적 방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공공성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는 한 파업에 동의할 수 없다는 기조의 성명문을 게시했습니다. 그 와중에 성명의 기조에 공감하는 다른 의대생과 전공의들도 합류하기 시작하며 추진력을 얻어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를 신설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학생 사회의 문제, 의사 집단의 여러 모순과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 연속 기고문을 게재해왔습니다.”

 

 철회를 요구한 의료 정책 4가지의 세부 내용과 비판점

  지난 8월부터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파업이 길게 이어졌다. 의협을 중심으로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와 정당성, 이들이 철회를 요구한 의료 정책 4가지의 세부 내용과 문제점이 궁금하다.

  “의료 정책 4가지는 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급여화, 원격의료입니다. 네 가지 모두가 동등한 비중을 가진 핵심 요구사항은 아니고 핵심은 의대 증원 반대였기 때문에 핵심이 아니었던 이슈들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첩약급여화란 한의학의 첩약을 건강보험의 대상에 넣는다는 내용으로 시범사업에 돌입하는 단계입니다. 실제 급여화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 수집 단계였는데 의사 집단에서는 궁극적으로 첩약급여화를 반대하고 시범사업조차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이는 과도한 요구입니다. 시범사업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심사를 거쳐 승인된 것인데 정책결정구조를 전면 부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격의료는 의사 집단 안에서도 단일한 입장으로 정리되지 않은 의제로 실제로 파업 과정에서 많이 논의되지는 않았습니다. 공공의대 반대 주장은 의사집단의 자기모순과 확증 편향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공공의료 게이트라는 가짜뉴스를 믿는 의대생과 의사들이 매우 많습니다. 정부의 공공의대 정책이 사실은 사적인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한 비리의 핵심이라는 음모론을 만든 공공의료 게이트는 허구입니다. 공공의대 선발을 지역에 맡기자는 주장은 공공의료 분야에 적합한 인재상에 맞는 학생, 의사가 더 필요한 의료취약지역 출신의 학생에게 기회를 더 주자는 취지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논란이 되었던 시민단체 추천이나 도지사 추천을 살펴보면 시도지사 추천은 단체장이 특정인을 임의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를 거쳐 선발된 후보자에 대한 추천을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역할만 할 뿐입니다. 시민단체 인사가 관여하는 것도 현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아니며, 이미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제도가 존재합니다. 공무원의 인사위원회에 시민단체 등의 외부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핵심이었던 의사증원 반대를 살펴보겠습니다. 의협을 필두로 한 이들은 객관적 지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의사 수가 부족한 한국의 의료현실을 멋대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의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최하위권이라는 OECD 통계에 대해 일부 국가들의 추계에 은퇴한 의사까지 포함되어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나 그런 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 전반적인 통계를 부정할 유의미한 숫자가 아닙니다. 면적당 의사 수가 많으니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도 의료 요구가 인구 밀도와 상관없이 지표면의 면적으로 환산될 수 있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입니다. 한국의 의사증가율이 높아 지금의 의대 정원을 유지해도 의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눈속임입니다. 기존 의사 수를 분모로 하고 새로 배출되는 의사 수를 분자로 한 수치라 기존 의사 수가 부족했던 한국의 지표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의협은 과거 한 시점의 높은 의사증가율을 토대로 한국의 의사 수 증가가 기하급수적일 것이라고 추계하며 어떠한 방식의 의대 증원도 반대한다는 논지를 펼쳤습니다. 한국인 1인당 연평균 진료 횟수가 높기 때문에 의료접근성이 세계 최고라는 주장도 적절치 않습니다. 한국이 실제로 의료 행위의 전체 양이 많고 연간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나 인구대비 병상 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사실이나 지역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로 지역별 의료기관 수와 의료 인력의 격차가 매우 크고 경제적 접근성도 매우 낮습니다. 건강보험도 보장율이 OECD평균에 비해 낮아 개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의료비가 높습니다. 요약하면 1인당 진료 횟수라는 단편적 정보만을 가지고 의료접근성이 최고라는 이들의 주장은 지역별 격차와 경제적 격차에 의한 건강불평등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주장입니다.

  따라서 4대악이라는 조어는 간판일 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의, 정 합의문에서 드러나듯 의대 증원을 반대하고 의료정책 결정과정에서 의사 집단의 의견을 과잉대표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94일에 이뤄진 의정 합의안의 내용과 문제점

  지난 94일에 의협과 정부 여당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무기한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 대란은 막을 수 있게 되었으나 원래의 정부 정책은 한 발 물러서게 되어 공공의료 취약지였던 전남 지역 공공의대 신설이 불투명하게 되었다. 합의안의 내용과 한계 및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선 합의안의 의미를 요약하자면 의사 집단의 권한을 부당한 수준으로 확장하려는 의협의 시도가 성공했으며, 그 결과 정부가 기존에 내놓은 미약한 개혁안이나마 의협이 좌지우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합의문 내용의 문제점과 한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정책 추진은 의료 서비스를 어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식의 개선이 필요한지 병원 현장 안팎의 목소리를 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합의 내용은 오로지 정부의 의사 결정에 의협의 의견을 더 반영하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첫째, 의사 집단이 만족하는 협상안인 의정합의체에 정작 시급하게 반영되어야 할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결여되어 있고 정책결정과정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의사들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의협이 전문가주의라는 탈을 쓴 직역이기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라는 점입니다. 지금껏 의협은 전문가로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신빙성 있는 단체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왔습니다. 거짓 근거를 과학으로 포장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과도한 수단으로 파업을 자행해왔던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합의문 중 지역수가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등에 담긴 의협의 요구사항인 수가 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지역수가는 지역 근무 의료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내용이고, 건정심 구조 개선은 수가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의사집단의 발언권을 더 확보해달라는 내용입니다. 기존 건정심의 의사결정구조는 공급자(의료인), 공익대표, 수요자(시민사회)111을 이루는 구조이고 이미 의사집단의 목소리가 과대표될 위험이 있는 비율입니다. 의협은 공익 대표 인원이 정부 정책의 거수기 역할을 할 뿐이라고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공익 대표의 중립성이 의심된다면 공익적 의견을 대변할 다른 주체가 건정심에 포함될 수 있게 개정하라고 주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의협은 건정심 위원 구성을 공급자와 수요자 11의 비율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들이 의료수가 결정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의협은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을 저수가 논리로 수렴하는 궤변을 펼치고 있지만 수가 문제는 훨씬 복잡합니다. 의료 수가가 원가도 안 된다는 주장을 하지만 아직도 의사들은 일반 임금노동자 임금의 4배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원가라는 개념 안에 의사들이 자의적으로 정하는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고, 과에 따라 수가가 너무 적게 책정되어 있거나 높게 책정된 분야가 있습니다. 의협은 이런 비효율을 개선하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또한 의협은 의사 수가 많아지면 의사유인수요 때문에 의료비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부족한 의사 수를 늘려서 만성적으로 부족했던 의료서비스 공급에 종사할 수 있게 하면 과잉진료로 인한 의사유인수요를 증가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전체적인 비용효과성을 증대시키려는 노력 없이 그저 전체 수가를 높이자는 의협의 주장하이야말로 의료비를 상승시킬 것입니다.”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의사집단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

 코로나로 인해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지만 파업을 주도한 의협 측은 이를 외면하고 집단이기주의로 일관했으며 그 과정에서 수도권 남성, 엘리트 중심의 사고를 드러내고 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주장하는 문구를 내세워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에서는 연속기고문을 내며 입장을 밝혔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싶다.

  “현 의사 집단의 주류 의견은 의료가 공공재여야 한다는 사실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협 측 인사들을 비롯해 많은 의사들은 한국의 의료체계에서는 전국민건강보험에 모든 국민이 의무가입해야 하는 단일보험제도와 당연지정제가 있기 때문에 모든 의사가 공공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의료기관의 설립과 운영이 대부분 민간에 맡겨져 있어, 필요한 곳에 의료가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고 팔릴 수 있는 곳소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의료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의료행위가 영리만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역별 의료기관과 의료인력의 공급불균형, 횡행하는 비급여 진료, 일부 지역에 편중된 과도한 민간병상 수는 의료가 상업화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입니다. 의협은 한국의 의료체계에 문제가 많다는 주장을 하지만 그 대안은 이런 문제들의 해결과는 동떨어진, 의사들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내용만을 다룹니다. 의사집단이 한국사회에서 주류인 수도권-남성-엘리트의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은 의사인력의 양성부터 의료기관의 운영까지 의료자원 공급 전반이 민간에 맡겨져 있고, 이런 공급 구조의 개선 없이 전국민건강보험이 확대된 결과 기존에 방치되어 있던 국민의 미충족의료가 폭발적 의료수요로 나타났습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의사들은 부자가 되고, 사업장 차원에서 병원이 자본이 되고, 사회적 차원에서 의료가 상업화되었습니다. 대형병원은 거대 자본이 되어 의과대학을 세우거나 학교법인과 협력관계를 맺는 식으로, 의과대학 또한 자본에 의해 운영되어왔습니다. 현재 한국의 의사 집단은 능력주의 사회의 승자들입니다. 각자도생의 입시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 의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이것은 의사집단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동질적으로 구성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번 파업에서 드러난 혐오들, 예를 들어 의료서비스에서 배제된 동료시민들을 보지 못하는 편협함,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 인종 차별과 엘리트주의 등은 의사 집단의 역사적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만든 카드뉴스가 대표적으로 의사들의 이러한 뒤떨어진 인식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국민적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파업에서 의사 집단은 비수도권 주민, 여성 등 비주류 집단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습니다. 환자의 삶을 이해하고 최선의 치료를 고민해야 할 의료인의 자질로서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앞으로는 환자 개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건강을 위해 힘써야 할 의사 집단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의료의 공공성에 깊이 공감하는 이들을 선발할 수 있는 공공 의과대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히려 반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의사들이 내세우는 시험 중심의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가 필요하고 특히 의과대학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의 학생을 선발해 의료 인력의 수도권중산층 편증이 완화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만 의사와 의대생들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에게 최적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의대와 병원 내의 권위주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의사 사회 내부에 남겨진 과제는 소수를 존중하며 연차에 따른 서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절차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황지원 기자 h950301@korea.ac.kr

윤정인 기자 cherisheep@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