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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포괄적 차별금지법, 일상에서 평등의 감각을 되묻는 질문의 시작 본문

3면/쟁점기획

포괄적 차별금지법, 일상에서 평등의 감각을 되묻는 질문의 시작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9. 6. 15:55

지난 629, 정의당은 차별금지법을 발의했고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는 평등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권고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여러 차례 저항에 부딪쳐 그간 입법 논의가 무산되어왔으나 현재 사회 전반에서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시민들의 지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오랫동안 차별과 혐오발언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 온 숙명여대 법학과 홍성수 교수를 만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오해와 이것이 지닌 의미, 사회에 가져올 변화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논의의 배경과 변화 양상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입법이 논의되었지만 거센 저항에 부딪쳐 번번이 좌절되었다. 특히 2013년의 입법시도가 무산된 채 올해 국가 인권위원회의 평등법이 제정되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발의되기까지 7년 간 국회는 단 한 번도 차별금지법을 논의하지 못했다. 올해 이러한 논의가 시작된 배경과 이전에 비해 달라진 점은 무엇이 있을까.

 

 “차별금지법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는 정부 발의도 됐고 인권위의 권고법안도 나오고 국회의원들이 의원 발의도 하면서 입법이 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로는 입법발의가 된 적은 몇 번 있지만 심의조차 안 해보고 법안이 철회되거나 임기 만료로 인해 폐기가 되고 지난번 국회 때는 발의조자 안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혜영 의원의 법안이 나온 것은 논의를 새롭게 시작하자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예시법안을 냈고 시민사회에서도 이번만큼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마련된 시기라고 해서 각계각층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신호탄으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지난 국회 때 발의조차 안 되었던 배경에는 공동발의자 10명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새로운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10명의 의원을 바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도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법안 내용은 2000년대 중반에 논의된 것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물론 소소한 변경은 있었지만 그동안 발의되었던 법안이나 장혜영 의원의 법안, 인권위 예시 법안에서도 전체적인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그것보다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흐름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해 보아야 합니다. 큰 분기점이 된 것은 2013년에 민주당 의원이 냈던 법안 2개가 철회된 사건입니다. 법안을 냈는데 반대세력의 저항에 부딪쳐 멀쩡하게 냈던 법안을 되돌린다는 것은 이들에게 반대하면 철회될 수 있다라는 신호를 줘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유사하게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에 관한 법안들이 철회되는 사례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지방의례의 조례과정에서도 조례가 폐기되거나 철회되고 의결이 안 되는 케이스들이 쌓이면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쪽에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지금껏 해왔던 대로 하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듯합니다. 어떻게 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논의들은 계속해서 후퇴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장혜영 의원 법안이 발의되고 인권위 예시법안이 나오고 시민사회에서 힘을 합치면서 뭔가 좀 통과될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개별적 차별금지법의 차이 및 의미와 한계

 이미 수많은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새로 제정해야 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며, 법안이 지닌 한계는 어떤 점이 있을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포괄한다는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차별금지법의 적용대상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차별금지 사유가 있고 또 하나는 차별금지 영역이 있습니다. 고용, 서비스, 교육 등이 영역이고, 사유는 성별, 자유, 종교, 성적지향 등을 말합니다. 물론 개별적 금지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용영역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게 남녀고용평등법이고, 장애를 이유로 한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게 장애인차별금지법입니다. 위의 20개 내외인 차별금지 사유와 4개로 분류되는 차별금지 영역의 조합을 만들면 수백 가지가 나올 겁니다. 그렇게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모두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입법 방식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20여개의 차별금지사유와 4개의 영역을 다 포괄하는 일반법을 하나 만들어놓고,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영역들에서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을 두는 것이 빈틈없이 차별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형식이고 어떤 사유나 영역에서든 차별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뭔가 엄청나게 바뀔 거라고들 생각하고 우려를 하는데 오히려 문제는 별 변화를 안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법안 상으로는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가 인권과 평등을 계속 지향해왔지만 법률로써 좀 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에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국가적 차원의 합의를 한 번 더 도출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런 선언을 하는 게 저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전체에 주는 시그널이 되기 때문입니다. 포괄적 차별 금지법은 그러한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 자체가 어떤 실질적 이행력을 가지고 있거나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직접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이나 인권위원회가 법을 통해 차별 시정을 하는 정도의 이행력은 지금도 담보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여태껏 차별이 추상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차별행위인지가 불명확하고, 어떻게 보면 인권위와 법원의 해석에 맡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어떤 게 고용이나 재화의 이용 공급에서 차별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규범화하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새로운 규범이 확립된다기보다는 국민들에게 어떤 하나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죠. 인권위의 결정이나 판례로 존재할 때와 입법적인 형태로 존재할 때는 굉장히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가집니다. 법을 통해서 금지하고, 국민들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 자체를 명시해놓음으로써 가지는 교육적, 계도적 효과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구제방법에 있어서도 강화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장혜영 법안과 인권위 법안이 조금 다른데 장혜영 법안에는 시정명령 제도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강화된 측면이 있고 두 법안에서는 공통적으로 법원에 의한 손해배상이나 구제조치라는 부분이 지금보다는 보완이 되어 있어서 구제의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측의 근거와 외국의 사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저항 또한 거세다. 지난 16일에는 전북도의회 임시회에서 정의당 최영심 의원이 발의한 포괄적 차별 금지법 제정 촉구 건의안이 부결되었고, 성공회와 기독교장로회 교단을 제외한 기독교 측에서는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를 열고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반대세력들의 주된 근거와 비근한 외국의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제가 아는 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우리나라처럼 좌절된 케이스가 해외에 있단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에서는 상식적인 기본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대는 없었습니다. 해외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집행되는 과정에서의 논란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집행하고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차별금지법 자체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제정된 것은 유럽에서도 비교적 근래의 일이기는 합니다. 한 국가 내에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유럽인권 재판소에 가서 최종적인 결정을 받는다거나 하는 사례는 있었습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그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는 것은 해외 사례를 오독하는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쪽의 가장 주된 논거는 종교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부분입니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기본이념이므로 자체에는 이의가 없는데 문제는 종교의 자유가 세속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로 보장되어야 하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기본정신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보편적인 규범이 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이념적 형태로 제시되어 세속영역에서 작동이 가능하죠. 그런데 종교의 이름으로 사회에 나가서 접촉면을 만들 때,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이 규율하고 있는 고용이나 재화의 이용과 공급, 교육과 행정서비스와 같은 영역과 맞닿아 있을 때는 세속의 룰을 따르고 어느 정도 종교적 이념을 세속적인 형태로 전환해야하는 게 세속국가의 기본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회사를 경영한다고 했을 때,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 고용할 수 없다라고 하면 종교의 이념을 세속의 영역에서 직접 이행하려는 태도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전통이 그간 부재해왔다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회사를 세워 내 마음대로 사람을 뽑고, 학교를 세워 자신의 종교적 이념을 교육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사고가 많습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을 통해서 그런 영역이 규제된다고 하니 충격을 받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종교의 자유가 차별금지법과 충돌한다는 주장은 제 관점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그 어떤 내용이라도 세속의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다는 주장과 같다고 봅니다. 그렇게 질문을 던지면 안 되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종교의 이념이 왜 세속에서도 그대로 집행되어야 하는지를 입증해야죠.”

 

올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가능성과 앞으로의 전망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저항이 거세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평등버스가 전국을 돌며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파하고 있고 더불어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인권위가 제시한 법안을 토대로 평등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여러 차례 좌절된 차별금지법이 올해에는 입법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을지, 그리고 이 법안이 사회와 가져올 의미와 전망을 물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 한 15년 만에 가장 좋은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에서도 지지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이 공감대를 조금씩 얻어가는 것 같고요. 시민사회의 반응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입니다. 개신교 내에서도 더 이상 동성애 차별을 옹호하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이 기독교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왔던 많은 분들이 이번 일을 통해 그런 입장을 더 많이 내고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다만 입법은 여러 가지 상황적 요소들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조건들을 어떻게 활용해서 최종적으로 입법으로 끌어낼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짧은 시간 내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 대선, 지방선거, 총선 등이 기다리고 있고요. 현 정권이 중반기를 넘어 하반기로 들어서고 새로운 국회가 열린 이 상황에서 법안을 빨리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법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차별금지법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차별금지법이 담보하고 있는 구제방법인 시정권고라는 건 말 그대로 했으면 좋겠다정도의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고 듣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 수단은 없어요. 물론 이번 장혜영 법안에서는 시정명령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송에서 다뤄야하고, 인권위 결정도 종국적인 게 아니라 이후에 행정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차별금지법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은 재고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은 그간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차별을 해왔을 때 그것이 어떤 사유에 의해 차별일 수 있다고 알리는 효과가 큽니다. 그 구체적인 이행의 책임은 여전히 사회와 행위자들에게 있습니다. 만약 차별금지법이 세상을 직접적으로 바꿔야한다고 생각했다면 형사처벌 조항을 더 넣었겠지요. 어떤 나라에서도 차별금지법을 그렇게 만들지는 않아요. 강제 규범이나 수단을 동원하게 되면 차별범위가 더 엄격하고 좁아져야 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사안은 문제가 아닌 게 되어버립니다. 그런 식의 방법보다는 차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고 대신에 구제 수단을 유연하게 해서 세상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야 하고 국가는 그런 면에서 일정 정도의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에 그쳐야한다는 생각이지요. 2008년에 인권위가 항공사가 승무원 채용에서 신장 162cm 이상으로 제한을 두는 것에 권고 조치를 내린 적이 있는데 대한항공은 이를 오랫동안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땅콩회항사건 이후, 몇 달 만에 이 제한을 폐지합니다. 인권위의 결정은 바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시민사회의 압박과 맞물려 뒤늦게나마 효력을 발휘하고, 결국 변화를 가져온 겁니다. 차별금지법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도 이런 식입니다. 세상을 점진적으로 바꾸어나가려고 하는 것이 차별금지법의 기본 이념이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무기력해질 가능성도 있죠. 따라서 시민사회가 그 권고의 힘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황지원 기자 (h950301@korea.ac.kr)

윤정인 기자 (cherisheep@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