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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쟁점기획

전태일3법을 통해 노동 현실과 개선의 방향성을 묻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11. 6. 15:03

<쟁점기획>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기를 맞아 노동계와 정치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전태일3법을 통해 새로운 노동자성과 노동환경을 쟁취하기 위해 한창 입법발의운동을 진행 중이며, 국민들과 언론 역시 이에 관심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노동 현실은 만만치 않다. 노동환경 자체가 급변함에 따라 노동법의 사각지대도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노동법이 다 아우르지 못하는 노동 현실을 살펴보고 노동조건 개선의 전망을 내다보기 위해, 전태일3법 입법에 힘쓰고 있는 민주노총과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배달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상진 대변인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부르짖으며 몸에 불을 놓은 지도 50년이 지났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법과 준법이 수반돼야 한다는 고인의 유지를 잊지 않기 위해,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는 전태일3에 대한 입법발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3법의 골자는 근로기준법 제11조 개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이며, 여기에는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보장받으며,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가 반영되어 있다. 현재 국민 청원 10만 명을 넘기는 등 입법발의운동은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노동 인식이나 정치권의 반응을 고려했을 때 순항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본지는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을 만나 전태일3법의 핵심과 입법발의운동의 전망을 물었다.

 

입법발의운동의 기획과 진행과정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를 위한 전태일3을 하반기 주요 투쟁계획이자 슬로건으로 삼고, 현재 활발하게 입법발의운동을 전개하는 중이다. 이러한 법안발의운동을 전개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과 현재의 진행상황을 물었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안고 분신자살을 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그 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나아갔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형식적으로 눈에 보이는 부분은 발전을 이룬 것도 같지만, 본질적인 노동 인식과 구조 그리고 환경은 진전된 것이 거의 없다는 자체적인 진단이 있었어요.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노동과 진보된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번 전태일3법의 입법발의운동을 대의원대회에서 전체 사업계획으로 의결했습니다.

 

 여기에는 올해 1월에 새롭게 도입된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기존에는 입법발의를 하려면 정부 혹은 국회의원 10인의 동의가 필요했었는데, 그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30일 이내에 10만 명의 청원이 모이면 입법발의가 가능하도록 바뀌면서, 이 방식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826일 날 국민 청원을 시작했고, 919일에 근로기준법노조법 개정에 대한 청원이 모였고 22일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달성을 완료했습니다. 현재 관련 국회상임위원회에 법안의 발의되어 있는 상황이고요, 국민들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았다는 점에서 중대한 고비를 넘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어려움은 더 크리라 생각합니다. 현재는 정치권에 의견을 묻고 조합원들을 교육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질의서를 보내고, 의원회관을 돌면서 여야 3당 지도부의 의견을 묻고 있고요. 환경노동소위나 법안심사소위에 있는 의원들과도 면담 중입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의 필요성과 어려움

 근로기준법 11조는 헌법에 노동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도록되어 있어 5인 미만의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된다. ‘전태일3을 통해 현행법에서 개정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과 그것이 개정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의 전체 기업, 일터의 65%5인 미만 사업장이고, 여기에 속해 있는 노동자들도 350만 명 이상입니다. 그러나 이분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제외되어 있죠. 근로기준법 뿐만이 아니라 모든 법은 공평타당하게 적용되는 것을 가장 핵심적인 기능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노동자들이 단순히 사업장의 규모를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죠. 전태일 열사 역시 법이 있다면 그것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씀하시기 위해 돌아가신 건데, 아직도 그 말씀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전태일3법의 첫 번째, 근로기준법 개정의 핵심은 11조에 있는 “5인 이하라는 항목을 없애고 모든 노동자가 공평하게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악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자본과 기업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을 법이 보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5인 이하라는 차별 조항을 악용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넘쳐나는 게 현실입니다. 예컨대 노동 인원을 쪼개서 영업 인원을 신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정유소인데, 4대 메이저 정유사들이 하는 직영 정유소들조차 노동 인원을 쪼개서 등록하고 있습니다. 노동 유연화 등을 거론하면서 근로기준법의 차별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노동 구조를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겁니다. 여전히 한국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의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어요. 대기업대자본 밑에 수많은 하청기업들이 수직 계열적으로 속해 있고, 이 구조가 중첩될수록 규모는 점점 영세해지고 임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기에는 최적의 구조이고, 법이 이를 돕고 있는 형태인 것이죠. 세계적으로 보면 굉장히 후진적인 모델입니다. 이런 구조를 가지고 경제대국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죠.

 

 이런 맥락에서 이번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것은 한국 노동 구조의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고, 재계의 반발이 대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에서도 근로기준법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안 되고 있어요. 3법 중에서 가장 난관이 될 전망입니다. 노조법 개정은 워낙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같은 경우 관련 여론이 굉장히 많이 형성되어 있어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11조 개정만은 논의를 꺼내기조차 힘든 상황이에요. 특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노동자성은 넓게, 사용자성은 명확하게

 전태일3법의 또 다른 핵심은 노조법 제2조의 개정이다. 현행 노조법에서는 근로자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 “사용자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의 정의와 구분이 지나치게 협소하고 차별적이라는 지적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현행 노조법 제2조의 규정에서 나타나는 한계는 무엇이며, 전태일3법을 통해 개정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물었다.

 

 “최근에 4차 산업혁명, 플랫폼 노동 등이 거론되면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이 높아진 편입니다. 그러나 아직 세계적인 기준에 맞추기에 한국의 기준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유럽연합이 한국의 노동법을 이유로 무역 분쟁을 일으킬 정도로, 현행법에서는 노동자성의 범위를 굉장히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라는 한정이 문제인데요. 이런 항목이 들어가 있으니 영세 자영업자들은 분명히 일을 하고 있고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있는데도 노동자로 포함이 되지 않습니다. 노동자성의 범위가 확장되는 방식과 속도도 문제입니다. 4차 산업혁명플랫폼 노동 등의 변화에 발맞추려면 획기적이고 전체적인 전환이 필요한데, 현행법을 기준으로 하고 계속해서 예외를 추가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대리운전기사 분들도 이제 겨우 노동자로 인정받고 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받을 수 있게 됐는데, 이를 이뤄내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분들은 처음부터 일을 하는 노동자였는데 말이죠. 여기에 큰 걸림돌이 된 것은 전속성(全屬性)’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한 회사의 콜만 받아서는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두세 개의 회사에 함께 속해 있는데, 한 군데에 전속된 것이 아니니 노동자가 아니라는 시대착오적인 논리가 계속해서 방해가 됐습니다. 노조법 11호의 개정은 더 이상 이러한 방해가 없도록 노동자성을 보다 넓게 규정하고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22호의 개정은 사용자성’, 보다 구체적으로는 원청(原廳) 사용자성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습니다. IMF 이후로 비정규직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후 파견법기간제법 등의 개악을 통해 지금은 비정규직의 시대가 됐습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깨져버린 것이죠.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것이 달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고용에 대한 책임, 관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죠. 명백하게 원청에서 업무를 하달받고 일을 하는데도, 교섭은 하청업체 혹은 바지사장과 하게 됩니다. 이러면 필연적으로 노동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보다 명확히 하자는 것이 노조법 22호의 개정 취지입니다. 물론 이 역시 한국 노동 구조의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현재 플랫폼 노동의 대부분은 재벌 대기업들이 원청이 되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죠. 심지어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들도 이 명확하지 않은 사용자성 때문에 많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명백한 고용 원청은 정부인데, 정부와 교섭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이런 책임의 불명확성부터 없어져야 사용자성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와 효과

 전태일3법의 마지막 사안은, 다중이용시설이나 제조물의 사용과정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이다. 이러한 법안을 구상하게 된 이유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일까.

 

 “아직도 하루에 일곱 분 정도가 일을 하다가 돌아가십니다. 정부 통계만 봐도 1년에 2,323명이라는 산재 사망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추석 동안에만도 택배 노동자 세 분이 과로사로 추정되는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렇게 조심한다고 하는 데도 왜 산재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역시 원청의 사용자성책임의 부재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정규직과 하청이 일반화되면서 위험의 외주화 혹은 죽음의 외주화라는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습니다. 산재 사망자의 70% 이상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보면, 이는 결코 틀린 문제제기가 아닙니다.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이 산재 사망의 재발률입니다. 한 번 산재 관련 안전사항을 위반하여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서는 90%가 넘는 확률로 다시 사망 사고가 일어납니다. 일반 형사범죄의 재발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죠. 이는 제재가 무겁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2008년도 냉동창고 산재 사고 당시 마흔 분이 돌아가셨을 때, 사업장에 떨어진 벌금은 1인 당 50만 원 정도입니다. 사람 목숨에 값을 매길 수 없다는 건 당연하지만, 이 경우에는 너무 싸서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결국 산재 사망 사고는 동일한 형태로, 2020년 한미 익스프레스 무역센터에서 또 한 번 발생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산업재해의 책임을 응당 물어야 할 사람에게 묻지 않고, 묻는다고 하더라도 너무 가볍게 묻기 때문에 산재 사고가 결코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방법은 원청에게 명확한 책임을 묻고, 그 책임에 따라 무겁게 징벌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물론 재벌 기업들의 엄청난 반대가 있을 것이고, 실제로 형법 조항을 보면 이러한 산재 사고의 책임을 입증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물론 율사(律士)들하고 앞으로 더 많은 얘기를 나눠봐야겠죠. 그렇지만 일단 저희는 취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이 취지를 뒷받침해줄 여론과 분위기만 있다면 분명히 바뀌는 게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예컨대 애초에 책임은 원청 기업에게 있다는 인식이 법을 통해 생겨난다면, 지금과 같이 사고 피해자가 비싼 변호사를 선임해가며 입증을 마쳐야 기업이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기업이 자기 의무를 다했고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면죄되는 방식으로 바뀐다든가 하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노동법 개악 막고 전태일 3법 밀어붙여야

 현재 전태일3법 입법운동에 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을 넘었고,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에서 바라보는 입법발의운동의 전망은 어떠할까. 그리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노총의 향후 활동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마지막으로 물었다.

 

 “민주노총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노동법 개악을 막는 것입니다. 현재 ILO(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핵심협약 비준이 진행됨에 따라 회원국들에게 제시된 요구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국도 노동관계법을 1년 안에 개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를 빌미로 노동법 개정과 관련된 사안들을 한꺼번에 졸속으로 처리하려고 한다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을 한 번 살펴볼까요. 해고자의 노조가입 허용이라든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이는 이미 전교조 대법원 판례에서 확정된 것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합니다. 치명적인 개악도 많은데, 점거파업금지 조항이라든가 상급단체 간부들의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는 조항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끊임없이 재벌 기업들이 정부에 요구했던 사항들이고, 심지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논의되지 못한 개정안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다시 발의한 것입니다. 당연히 ILO가 요구하는 기준과도 불합치할 수밖에 없겠죠. 정의롭지도 않고, 시대에 맞지도 않고, 성의조차 없는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 개악을 막고, 국민의 뜻으로 발의된 전태일3법을 가능한 한 원안 그대로 입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당면 과제이자 앞으로의 계획이며 목표입니다.”

 

■최서윤 기자 seoyoon2290@daum.net

■이영서 기자 youngseo51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