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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국내 언론인의 정체성(Identity) 변화에 관한 연구: 세분화(Segmentation) 방법론을 중심으로 본문

4면/고대 아카데미아

국내 언론인의 정체성(Identity) 변화에 관한 연구: 세분화(Segmentation) 방법론을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5. 12. 22:55

고려대학교 언론학과 전진오

 

언론인의 정체성 변화의 근원은 언론인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외부 요인으로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 탈진실, 저신뢰로 대변되는 사회 분위기로의 전환, 언론인에 대한 불신, 전문직 종사자의 지위 약화 그리고 언론사 간 경쟁 밀도 심화로 요약되고, 내부적 요인으로는 24시간 뉴스 보도 체제에 따른 업무 과중, 업무에서의 자율성 인식 저하, 직업만족도의 하락, 탈진(번아웃) 현상, 직업적 비전 부재 등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는 시장세분화(market segmentation) 분석개념을 토대로 국내 언론인을 동종의 하위 그룹들로 재분류하고 집단별 특성과 구성비를 시기별로 추적함으로써 국내 언론인의 정체성이 어떤 방향성을 지니고 변화하고 있는지 정량적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시행하는 언론인 의식조사의 원시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군집분석(cluster analysis)을 실시했다. 4개의 세분집단을 도출하였는데, ‘객관적(objective) 언론인’, ‘해설적(interpretive) 언론인’, ‘시의적(時宜的, time-conscious) 언론인비판적(critic) 언론인으로 각각 명명했다. 우리나라 언론인은 저널리즘 성향으로 볼 때, ‘객관보도지향의 언론인(‘객관적시의적’)개입보도지향의 언론인(‘해설적비판적’)으로 양분된다. ‘개입지향언론인 비율은 평균 56%, ‘객관지향언론인의 비율은 44% 수준으로 개입적 언론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2003년 이래 객관 및 개입의 양자간 비율은 대체로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지만 개입지향 언론인 내부적으로 해설적 언론인의 비율은 점진 감소하고 비판적 언론인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해설제공을 담당했던 해설적 언론인들이 해설뿐만 아니라 비평’, ‘공론장 제공’, ‘비판감시등 언론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주창적 언론인들로 자기 정체성을 지속 강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추론된다.

최근 언론인 정체성 변화를 추동하는 요인은 단연 작금의 새로운 디지털매체환경의 도래와 관련성이 높다. 분석결과, 언론인 세분집단의 구성비 변화와 뉴스수용자 인구구성비 변화, 디지털 매체의 광고비, 디지털 매체 뉴스 경험률 및 뉴스 소비시간 등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성을 나타냈다. 국내 언론인 세분집단의 구성비 변화가 디지털 매체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진행된다는 의미이다. 반면, 국내 언론에 대한 평가 및 언론자유지수와 언론인 세분집단 구성비의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광고비와 같은 물리적 지표와 언론인 변화는 상관성이 있었으나 언론인의 신뢰도나 전문성과 같은 비실체적(intangible) 지표와는 변화가 아직 연관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언론인들은 바뀐 미디어 환경에서 모종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것이 언론의 전문성, 공정성 및 신뢰성 제고 같은 저널리즘적 진보와는 동떨어진 결이 다른 방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2019<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세계 주요 38개국에서 진행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국내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이번에도 최하위이다(4년 연속). 언론의 본질적 기능은 사회구성원간 소통을 매개하는 것인데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면, 언론이 매개하는 정치인, 권력 기구 혹은 사회 시스템 등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국내 언론은 디지털매체환경에서 트래픽 유발 등 단순한 상업성의 추종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저널리즘 혁신을 추구하는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1)해당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언론 현상을 계량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수의 특정 언론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수용자에 접근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치인은 국내 언론에 대해 통제받지 않고 선출된 적도 없고, 교체되지도 않는 항구적인 사적 권력이 공론에 미치는 힘을 무기 삼아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지형에도 변화가 생겨서 무수하게 다양한 언론 주체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방식으로 언론 활동을 수행하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매체환경 자체가 디지털화되면서 언론의 생산, 유통 및 소비 측면에서 실제 발생하는 트래픽을 수치적으로 광범위하게 추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의 생산, 유통 및 소비와 관련한 제반 활동들을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분석해 낼 수 있다면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변혁의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포착해 낼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2)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언론사가 자신들의 취재보도의 정당성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들먹이는 것 중의 하나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는 말일 것입니다만 실제로 우리나라 언론이 국민의 진정한 알권리를 위해서 얼마나 평소에 분투했는지는 여전히 많이 궁금한 부분입니다. 이런 정황에서 이 논문이 미약하게나마 천착하고자 하는 것은 국내 언론인의 지형구조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작금의 디지털매체환경에서 국내 언론이 어떤 지향점을 지니고 변해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 것입니다. 논문에서는 잠정적으로나마 현재 우리나라 언론은 모종의 변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변화가 지향하는 목표는 상업지향적 특성이 강하다. 전문성, 공정성, 신뢰도 등 저널리즘의 본질 영역 개선과는 무관한 피상적 변화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3)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이 논문이 채택하고 있는 분석 방식인 군집분석은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으로서 예측보다는 분류관점에서 데이터를 구분하는 그룹핑 알고리즘입니다. 사전에 어떤 유형의 언론인 그룹이 존재하는지 지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석을 통해 유사한 특성을 공유하는 케이스별 분류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투입하는 분석 옵션에 따라 분류결과가 모호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뚜렷하게 차이나는 언론인 세분집단의 분류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분석 조합을 수행하고 도출된 결과를 개별적으로 확인해 가면서 최적안을 선택하는 과정을 수행했는데 자기검열로서 반복적인 이 과정이 어려웠던 부분 같습니다.

 

 

(4)논문 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이 논문처럼 공공에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양적연구의 가장 명백한 장점은 개별 연구자 차원에서는 결코 확보할 수 없는 대규모의 조사자료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공개된 자료이기 때문에 활용에 있어서 연구의 독창성이나 타당성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분석이 되도록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만 선행연구들을 통해서 누적된 경험을 활용할 수 있고 분석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이 제고되는 등 장점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연구자가 설계하여 직접 수집한 고유한 자료구조는 아닐지라도 이미 공개된 자료들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도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전공에 부합하는 공공데이터 포털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먼저 한번 점검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언론인 세부집단의 시기별 구성비율 변화 추이

 

한성순보
저자 전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