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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따른 유엔군사령부 변화에 관한 연구 본문
북한학과 문관현
1. 논문 소개
한국전쟁 발발 이후 분단체제 70년의 역사는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 해체와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북한의 ‘창’과 유엔사 강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한국과 미국의 ‘방패’ 대결로 압축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프로세스가 가동되면서 유엔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협상을 계기로 2006년부터 유엔사 해체와 반대로 재활성화 프로그램을 추진하였으나, 한국은 논의 자체를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엔사 해체는 절차상 유엔 안보리 결의 또는 미국의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국제정치 현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에 본 논문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유엔사 위상과 역할 변화를 검토하고, 바람직한 정책 대안을 세워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동북아 세력균형 산물인 한반도 정전체제와 유엔사는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엔사 위상과 역할의 재정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까지 두 문제를 연계해 연구한 사례가 거의 시도되지 않았으나, 본 논문은 유엔사 위상 연구에서 활발하게 이용되는 방법론인 디트머(Lowell Dittmer)의 전략적 삼각관계 모델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과 유엔사 변화 방향을 함께 논의하려 한다. 전략적 삼각관계는 ①3자(A·B·C) 모두가 서로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 3자 동거, ②중추(pivot)인 A가 나머지 B·C와 우호적이지만, B와 C는 서로 적대관계를 형성하면 낭만적 삼각관계, ③A가 B·C와 적대적이지만, B와 C가 우호적이면 안정적 결혼관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던 시점에서 유엔사를 주도한 미국(A)과 중국(B), 북한(C)의 관계는 북한과 중국(BC)은 서로 긍정적이지만, 미국과 중국(AB), 미국과 북한(AC)은 부정적 관계를 맺는 ‘안정적 결혼’ 유형이었으나,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낭만적 삼각관계’와 ‘3자 동거’ 유형을 거쳐 현재 다시 ‘낭만적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프로세스의 운전사로 급부상한 한국이 이와 같은 전략적 삼각관계에 어떻게 개입할지가 관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한국이 미국의 유엔사 재활성화 정책에 편승해 가칭 ‘한미 워킹그룹’을 결성함으로써 현실적인 실천방안을 검토하는 방향을 제기한다. 전력 제공국(sending states)으로 분류되는 한국은 우선 유엔사에서 소재국(host state) 위상부터 정립해야 하고, 유엔사와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해야 한다. 또 유엔사에서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하기 위해 부사령관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한국은 공고한 한미동맹을 매개체로 활용해 전략적 삼각관계에서 가장 유리한 낭만적 삼각관계 상 중추(pivot) 위치를 확보하는 단계적 외교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2. 저자 인터뷰
(1) 해당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연합뉴스에서 20년 가까이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 그리고 국가정보원, 탈북지원단체 등을 취재하면서 현장경험이 많아질수록 지적인 공허감이 커졌습니다. 북한이라는 ‘알 수 없는 나라’에 대해 체계적 학습과 논리적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북한 지우기 작업을 진행한 결과, 회사 부서가 북한부에서 통일외교부로, 대학의 전공 학과가 북한학과에서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로 각각 바뀌었습니다. 이제라도 인접 학문과의 연계성을 등을 감안해 북한학과 위상과 역할을 되찾았으면 합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에 서명한 지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그날의 벅찬 감동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연구 활동으로 이어졌고, 미력하나마 박사학위 논문으로 결실을 보았습니다. 남북한 정상들이 이미 합의한 대로 종전선언 채택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유엔사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입니다. 한국은 북한, 중국보다 먼저 미국과 유엔사에 대한 입장부터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한국이 단계적 해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먼저 주체적 입장을 정리하고, 법적·제도적 정비를 통해 주도적 역할을 강화해가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유엔사에 대한 자료가 대부분 비밀문서로 묶여있기 때문에 학문적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 특수자료실과 국회도서관, 고대 도서관 등을 뒤져봐도 원하는 분량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검색사이트를 두드려 봐도 선행연구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희귀한 자료를 발견하였고, 뜻밖의 조력자를 만나 의문점을 해소하는 기쁨은 학문하는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잦은 방송 출연과 숨 가쁜 속보처리 등 회사업무에 대한 부담은 컸으나, 대부분 주말과 심야시간대를 이용해 논문작성에 매진하였습니다. 1차 심사와 동남아 해외 출장이 맞물려 일주일 사이에 적도를 무려 4번 통과하는 진기록을 세웠고, 구름 속에서 마감 작업을 끝내고 송고하는 우여곡절도 겪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어 하나, 문장 하나까지 외울 정도로 잊을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4) 논문 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여러 대학캠퍼스에서 생활해 보았지만, 고려대 캠퍼스처럼 맘에 쏙 드는 공간은 보지 못했습니다. 개운산과 성북천 사이 요지에 자리 잡았고, 고풍스러운 석조건물과 깔끔한 동선, 세심한 공간배치, 오밀조밀한 조경 등으로 캠퍼스에 들어선 순간부터 행복했습니다. 자주 찾았던 백주년기념관 4층과 해송법학도서관 2층 열람실, 투썸플레이스와 카페베네 등등.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학습 둥지를 확보하면서 논문 쓰기는 시작된다고 봅니다. 아울러 긴 호흡으로 학위논문을 쓰다 보면 체력이 고갈되고 정서가 메마르기 십상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대처방식을 마련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검도수련을 통해 해법을 찾아냈고, 도움을 주신 고려대 검우회 회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조언은 지도교수님 및 박사과정 동료들과의 인간관계입니다. 이 매듭을 풀지 못하면 모든 실타래는 꼬여갈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인관계가 삶을 옥죄는 올가미가 될지, 더불어 살아가는 인연의 끈이 될지는 본인 선택의 문제입니다. 다시 한 번 대학원 원우 여러분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이 글을 보신 분 가운데 언론검색 자료가 필요해 연락 주시면, 미력하나마 도움 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인터뷰 및 정리 : 이은솔 기자 eunsol1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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