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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한국 사회적기업의 유형과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관계에 관한 연구 본문

4면/고대 아카데미아

한국 사회적기업의 유형과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관계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6. 3. 13:06

-사회학과 사회학전공 박정민

 

1. 논문 요약

  본 연구는 한국에서 사회적기업의 형성과정과 관련된 국가·시장·시민사회 각 영역의 사회구조적 원리와 특성을 파악하고, 사회적기업의 목적과 행위 그리고 각 영역의 작동원리를 기반으로 그 유형과 특성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비교연구가 가능한 분석모델에 대한 제안을 시도한다.

 

  1997IMF 경제위기는 근대화 이후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사회변동을 만들어 냈고, 사회적기업이 등장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하였다. 정부는 기존 일자리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자 했고, 기업들은 기존 사회공헌활동의 맥락에서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사회적기업을 직접 설립하거나 자금을 지원하였다. 시민단체는 사회운동에서 추구하던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을 기반으로 사회적기업 영역에 진출하였다.

 

  이처럼 사회적기업은 국가·시장·시민사회에서 각 영역의 특성에 반응하면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기업을 고용형사회적기업, ‘호혜형사회적기업, ‘복지형사회적기업의 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영역의 발전경로와 대표적인 사례를 분석하여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목적과 전략적 행위, 그리고 기반 원리에 따라 유형을 다시 세분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분배 기반 고용형’, ‘재분배 기반 복지형’, ‘이윤추구 기반 고용형’, ‘이윤추구 기반 호혜형’, ‘연대 기반 복지형’, ‘연대 기반 호혜형등으로 나뉜다.

 

  국가는 고용정책을 통해 공공의 부를 재분배하고 시장은 노동자를 고용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함으로써 이윤을 추구한다. 고용형 사회적기업은 이러한 국가의 재분배 원리와 시장의 이윤추구 원리가 중첩되는 영역에서 존재한다. 고용형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주된 사회적 목적은 일자리 창출 및 유지이다. 이들 중 사회적기업이 설립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고용정책이 가장 큰 기반을 제공한 것은 재분배 기반 고용형 사회적기업으로 설정한다. 반면, 사회적기업이 설립되는 과정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회공헌활동에 기반을 둔 사회적기업은 이윤추구 기반 고용형 사회적기업으로 분류된다.

 

  시장은 시민사회와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할 수 있고, 시민사회는 시장과 연대함으로써 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호혜형 사회적기업은 이처럼 시장의 이윤추구 원리와 시민사회의 연대 원리가 중첩되는 영역에서 존재하며, 그 주된 목적은 특정 계층·단체 간 상호이익이다. 특히 사회적기업이 설립되는 과정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에 기여하는 사회공헌활동에 기반한 사회적기업을 이윤추구 기반 호혜형 사회적기업으로 설정한다. 이보다 시민사회의 연대를 위한 사회운동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연대 기반 호혜형 사회적기업으로 설정한다.

 

  취약계층 및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할 때 시민사회는 연대 활동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며, 국가는 복지 정책을 통해 공공의 부를 재분배한다. 이렇게 시민사회의 연대 원리와 국가의 재분배 원리가 중첩되는 영역에서 복지형 사회적기업이 존재한다. 그리고 주된 사회적 목적은 취약계층 및 소외지역의 안정적인 삶 또는 생계유지이다. 복지형 사회적기업 중 설립 과정이나 성장 과정에서 빈민운동, 자활운동, 협동조합운동, 대안경제운동 등 취약계층이나 소외지역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운동에 기반한 사회적기업을 연대 기반 복지형 사회적기업으로 설정한다. 반면 정부의 취약계층 및 소외지역을 위한 복지 정책에 기반한 사회적기업을 재분배 기반 복지형 사회적기업으로 설정한다.

 

  이 연구는 정책적 목적에서 추상적인 수준으로 정의되던 사회적기업을 국가·시장·시민사회 각 영역의 특성과 관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을 제안한다. 또한, 한국의 사회적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유형을 밝힘으로써 사회적기업이 제대로 정착하고 발전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를 지닌다.

 

▲국가ㆍ시장ㆍ시민사회의 구성원리에 기반한 사회적기업의 유형화
▲논문의 분석 틀

2. 저자와의 인터뷰

▲사회학과 박정민

해당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 때부터 계속 공부해온 사회학은 공부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마 철학과 이론과 관련된 인문학적 성격도 있고, 현실사회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실용학문적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광범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사회학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다양한 관계 속에서 어렴풋하게 상호작용, 조직, 구조, 계급, 권위, 상징, 행위 등과 같은 사회학적 개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사회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논문주제를 선정하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논문 주제가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기업에 관한 것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빨갱이가 아니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저는 빨갱이가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사회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통해 시민적 분노를 표현하기도 하고, 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한 생산 및 경영과 무관한 사회공헌활동에 많은 돈을 내놓기도 합니다. 경제는 단 한 번도 사회적이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이처럼 사회적인 경제의 특성을 사회학적 관점을 통해 분석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논문의 주제를 사회적 경제로 정하고, 구체적인 분석대상으로서 사회적기업을 선정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기업은 정부에 의해 정책적으로 도입된 경향이 강해서, 그 의미도 대단히 정책적 이슈에 한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기업의 다양한 의미와 유형, 그리고 그 가능성을 밝히고 싶었습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논문을 쓰는 과정 그 자체가 어려움이죠. 박사과정 수료하고 잠시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글쓰기는 최대한 간결하게 핵심만 요약하여 작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긴 호흡으로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며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논문의 글쓰기 방식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에 필요한 질적 자료를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어렵게 확보한 자료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친 내용만 담았을 때의 허탈함이란, 글이나 말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웠던 점은 체력관리였습니다. ‘논문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던 선배들의 말이 절실하게 와닿았습니다. 살면서 가장 오래 앉아서 책을 읽고, 모니터를 보고, 키보드를 두드렸던 시간이었습니다.

 

논문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막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면 과정 중에 논문 주제를 미리 조금씩 구체화하고 선행연구를 정리하고 발전시켜 연구논문을 작성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하겠지만, 논문쓰기를 앞둔 분들에게는 결국 체력과 시간의 안배에 대한 조언이 가장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여러분의 체력은 좋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운동을 시작하세요. 최종심사 후 도서관에 완제본을 제출하는 그 순간까지 학위논문에는 완성이란 없습니다. 초반에 너무 무리하여 체력과 시간을 다 써버리면, 정작 중요한 최후의 순간에 탈진해버려서 논문의 첫 페이지를 다시 열기 두려워집니다. 학위논문은 평생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잣대가 됩니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다듬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체력과 시간을 잘 안배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인터뷰·정리: 최서윤 기자(seoyoon229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