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애적 접근을 통한 패션디자이너의 창의성 연구

전생애적 접근을 통한 패션디자이너의 창의성 연구

 

이하나

가정학과 의류학 전공

 

 

논문 내용

 

본 연구의 목적은 패션디자이너의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전생애적 접근을 통해 분석하여 패션디자인 창의성의 영역 특수성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 패션디자이너의 육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본 연구의 대상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은 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CFDA)와 British Fashion Council(BFC)에서 수상한 동시대 패션디자이너 10인으로 ‘캐롤리나 헤레라’, ‘미우치아 프라다’, ‘베라 왕’, ‘톰 포드’, ‘마크 제이콥스’, ‘톰 브라운’, ‘라프 시몬스’ ‘알랙산더 맥퀸’ ‘크리스토퍼 베일리’, ‘스텔라 맥카트니’이다. 연구대상 패션디자이너들의 직접적인 인터뷰를 다룬 『뉴욕타임즈』, 『더 가디언』, 『보그』의 기사를 연구 자료로 분석하였다.

 

패션디자이너 10인에 대한 자료 조사와 함께 창의성, 창의성에 대한 네 가지 관점(4P, Person-Process-Product-Press/Place), 그리고 창의성 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문헌 고찰을 진행하였다. 이를 토대로 Bronfenbrenner의 인간발달생태학의 PPCT(Process-Person-Context-Time) 이론을 중심으로 패션디자인 분야 창의성의 영역 특수성 분석을 위해 모델을 수정하여 제시했다. 인간발달생태학은 성장하는 유기체와 그 유기체가 실제로 성장 변화하는 환경 간의 일생 동안 일어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개인과 환경의 특성을 모두 고려한 총체적 이론이다. 발달은 인간의 생리학 및 심리학적 특징에 있어 지속 및 변화의 현상으로 정의되며, 창의성 또한 지속과 변화를 지닌 발달 가능한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이 모형을 창의성의 발달 연구에도 적용하였다. 수정한 모델은 패션디자이너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다룬 과정, 창의적 개인의 특성,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개인의 창의성 발달 과정을 종단적으로 살핀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패션디자이너 창의성 발달의 영역 특수성을 PPCT 체계로 살펴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패션디자이너의 창의성 발달에 중요한 과정은 양육자, 협업자, 멘토와 지지자와의 상호작용이다. 둘째, 패션디자이너의 창의성 발달과 관련한 개인적 요소는 개인차원과 성향차원이 주요 특성으로 나타났다. 개인차원의 경험, 인지, 경제, 인적 자원이 중요하며 성향차원은 개방적이고 외향적인 성격과 내·외적 동기가 중요한 요소이다. 셋째, 맥락 체계는 미시체계, 외체계, 거시체계의 세 차원에서 특징이 확인되었다. 넷째, 시간체계의 분석결과, 패션디자이너의 창의성은 개인의 어느 한 생애 어느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쳐 일어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째, 창의성 발달의 요소는 패션디자이너의 독창성, 융통성, 유창성, 정교성의 요소가 주된 특징으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패션디자이너의 교육에 대한 제안이 가능하다.

 

패션디자인 교육을 위한 제언으로는 첫째, 개인적 차원에서 경험 자원의 획득, 다중지능 개발, 개방적이고 외향적인 성격, 인적 자원의 축적이 필요하다. 둘째,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패션디자인의 과정이 문제해결과정을 다수의 사람들과 논의하며 사고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낸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기반 학습, 융합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다. 셋째, 멘토의 필요성이다. 연구대상 패션디자이너들은 성인기 이후 자신들의 경력을 확고히 하는데 멘토와 지지자 등 인적 자원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권위 있는 업계 종사자인 패션전문가 활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패션 전문가들이 신진 패션디자이너나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이 필요하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분위기의 조성은 창의적인 패션디자이너를 육성하는 데 선행되어야 할 조건일 것이다.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에 대한 개방성과 외향성은 개인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다문화적 수용성 또한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도시환경의 조성이다. 본 연구의 대상인 패션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창의성 발달과 도시의 문화적 자원의 연관성에 관해 주장한 바 있다. 런던, 뉴욕으로 대표되는 패션과 예술에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는 도시의 중요성은 대부분 패션디자이너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연히 얻게 된 귀중한 자산이다. 도시의 전통과 역사, 경관, 건축 등 도시가 가진 문화적 아우라와 예술적 가치가 중요한 논의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며, 예술적 근원성을 갖추는 환경 조성 능력이 필요하다. 다섯 가지의 결과를 통해 창의성은 자신의 영역에 몰두하여 개인과 맥락의 상호작용 노력을 지속한다면 꾸준히 발달할 수 있음을 시사하여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창의성에 대한 접근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현대 패션디자이너의 삶을 통해 개인의 특성과 개인을 둘러싼 환경의 관계, 개인의 삶 전반에 걸친 종단적 연구를 시행함으로써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도출하였다. 이를 통해 패션디자이너의 창의성 교육에 출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시사점이 있다.

 

---

저자 인터뷰

 

전공선택 계기

학부 때 직접 옷을 만드는 실습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스스로 옷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자연스레 의류학에 관한 관심이 다른 분야보다 많이 생겼고 마침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 융합전공 제도가 생길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가 학부를 졸업한 이후에나 개설이 된다고 해 의류학으로 석사과정을 진학하게 되었고, 복식사와 복식미학, 패션디자인에 대한 관심으로 지금까지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인문, 예술, 사회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 관련한 패션의 이야기들은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우리 삶과 패션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논문 주제 선정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패션은 예술의 한 분야로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와서 과연 창의성이 발달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꽤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들은 어떻게 매 시즌 창의성을 발휘해 작품을 선보일까 하는 의문도 있었고요. 그래서 패션디자이너들의 창의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논문 주제로 선정하였습니다. 창의성이 발달할 수 있다면, 패션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은 어떠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아 발달하였는지 전생애적 발달 관점에서 분석하였습니다. 패션디자이너들의 삶을 종단적으로 살펴 개인의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을 통합하여 분석하였고, 도출된 특성들을 통해 우리가 패션디자인 교육을 위해 어떠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본 논문을 통해 개인의 창의성 발달에 대한 다양한 요인과 각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전생애에 걸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

창의성과 관련한 방대한 선행연구에 대한 고찰과 연구대상으로 선정된 10인의 세계적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각종 자료의 수집과 정리 과정이 첫 어려움이었습니다. 자료의 양이 워낙 많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되었고, 디자이너들에 대한 자료가 대부분 외국어이기에 혹여 잘못 이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연구주제와 방법을 고민하고 논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완성하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패션디자이너의 창의성을 분석하기 위한 모델을 제시하는 데 있어 인간발달생태학의 이론을 차용하여 구성하는 데 신중을 기했습니다.

 

논문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박사논문 작성은 오랜 시간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확산적 사고를 통해 아이디어가 샘솟도록 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수렴적 사고를 통해 잘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논문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긴 시간과 그 시간을 버텨 줄 체력이 필수입니다. 심사를 거칠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쓸까 하는 생각이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 내리지만, 잊지 마세요! 심사를 거칠 때마다 논문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정리: 김연광 기자 dusrhkd9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