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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5 세상모든가족함께” - 제4차건강가정기본계획의 달라진 가족 개념과 주요정책- 본문

3면/쟁점기획

“2025 세상모든가족함께” - 제4차건강가정기본계획의 달라진 가족 개념과 주요정책-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9. 19. 21:11

“2025 세상모든가족함께

- 4차건강가정기본계획의 달라진 가족 개념과 주요정책-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가족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고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2006년 처음 시행되었다. 본 계획을 기반으로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 제고와 가족 안에서 남녀 간 평등을 지향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 해소와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정책 등 다양하게 확대되었다. 이번 제4차 기본계획은 가족 다양성 인정평등하게 돌보는 사회를 목표로 설정하고 세상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 기반 구축’,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 여건 보장’,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체계 강화’, ‘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환경 조성4개 영역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건강가정기본계획의 전반적인 지향점과 이번 4차 계획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 심도있게 알아보고자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진미정 교수를 만나 관련 내용을 물었다.

 

건강가정기본계획 정책의 수립 배경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건강가정기본법 151항에 의거해 2006년부터 5년 주기로 시행되고 있는 계획이다. 건강가정기본계획이 처음 추진된 배경과 지금까지 시행된 1~3차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어왔을까. 또한 이번 4차 계획은 이전의 계획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특징을 내포하고 있는지 물었다.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건강가정기본법에 의거해서 수립되는 가족 정책 기본계획입니다. 여기서 건강가정기본법은 건강한 가정생활의 영위와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하게 하고, 가정문제의 적절한 해결방안을 강구하며 가족 구성원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건강가정 구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입니다.

법안을 토대로 정책 계획을 하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의 논의를 통해 세부적인 계획이 수립됩니다. 향후 5년간의 계획을 세우는 만큼 구체적인 계획을 설립하는 데만 1년이 꼬박 걸립니다. 5년의 중기 계획은 장기 계획보다 좀 더 정확한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 적합하다고 보입니다.

1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건강가정기본법 제정 후 처음으로 수립된 가족정책계획으로 기본계획의 틀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2, 3차 기본계획도 1차 기본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가족 정책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4차 기본계획은 1~3차와 조금 다르게, “가족 다양성 인정과 같은 가족제도와 이념에 초점에 맞춰진 점이 특징입니다. 최근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고, 전통적인 가족 규범이 약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규제나 법령이 없는지 검토하여 개선하겠다는 것이 여성가족부의 입장입니다.”

 

법적 가족 범위와 제도적 수용 여부

 

이번 4차 계획안이 발표된 후 가장 큰 화제는 혈연, 혼인, 입양 등으로 구성된 기존 가족 형태를 넘어 비혼, 동거, 1인 가구 등과 같은 새로운 가족을 가족의 범위에 포괄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본 계획이 시행된 배경과 비혼, 동거 가족의 경우 기존 가족과 법적으로 동등한 권리·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1인 가구는 기존의 가족 형태와 다른 새로운 가족의 경우 그 형태에 맞는 정책들을 도입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가족은 범위를 지정하기 어려운 삶의 단위입니다. 부모가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와 자녀가 생각하는 가족의 범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는 같이 살지 않는 자신의 부모(자녀 입장에서 보면 조부모)도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자녀들은 조부모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의 범위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가족의 범위를 판별하는 경우는 권리와 의무 관계를 판단할 경우뿐입니다. 누가 상속 권리를 가지는지, 누가 부양 의무를 가지는지를 판단하고, 대체로 권리와 의무는 함께 갑니다. 권리만 있고 의무가 없는 가족관계는 없습니다.

가족의 정의를 엄밀히 따져보자면, 비혼이나 1인 가구는 가족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가족은 2인 이상의 관계에 대한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혼이나 1인 가구도 가족이 있고, 가족관계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가족 정의나 법률에서 같이 살지 않는 구성원을 배제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성인 자녀가 결혼하지 않은 비혼으로 산다고 혹은 1인 가구로 산다고 유산상속 등에서 배제하거나 의료 보호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법률은 없습니다.

, 쟁점이 되는 것은 비혼이나 1인 가구가 아니라 동거입니다. 동거는 2인 관계이고 결혼을 대체하는 새로운 유형의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동거의 장점이자 특징은 법적으로 구속되어 있는 관계가 아니므로 서로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약한 느슨한 유대라는 점입니다. 만약 동거 당사자들에게 유산상속, 법적 대리, 주택청약 등 결혼 관계에서 적용되는 것들을 적용하려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사전에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 동안 동거하다가 헤어지면서 재산분할이나 유산상속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입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은 동거를 법적으로 등록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혼, 동거, 1인 가구가 새로운 삶의 형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형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현재 주목되는 이유는 이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 비율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이해하고, 이러한 삶의 양식을 선택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꼭 가족이나 관계의 관점에서 분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주거, 안전 등에서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녀 (), 부성 우선주의에서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

 

자녀의 성() 결정이 부성 우선주의원칙에서 부모협의 원칙으로 전환된 점도 주목할만하다. 우리나라는 관습적으로는 부성우선을 택해 왔지만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며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부모협의 원칙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물었다.

부성우선주의는 부계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오래된 관습이며 상징입니다. 호주제 폐지 때 부모 협의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마련했지만, 자녀 출생 시가 아니라 혼인신고 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실효성이 낮았습니다. 사실 실태를 파악하는 통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실효성이 낮은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4차 기본계획에서는 부모 협의 시점을 출생신고 시로 변경하는 안을 담고 있으며, 이렇게 시점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부모 협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국민들도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가족 다양성 국민인식조사에서 73.1%가 이에 찬성하였습니다. 이에 모()의 성을 따르는 것을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민법781조를 개정하고자 합니다. 실제 모성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부부가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가족 내 문화를 바꾸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생활 속에 잠재된 가부장적 문화나 편견 등을 바꿔나가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비혼부 출생 신고시, 차별적 요소 개선

 

현행법상 비혼부 출생 신고는 혼중자, 혼외자 구분 등과 같은 차별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4차 계획에서는 비혼부 출생 신고 확대 제도 개선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기존 정책의 차이점 등을 물었다.

“2020년 기준 전국 6,673명의 비혼부가 존재합니다. 숫자상으로 많지는 않지만, 이들이 직접 양육을 선택할 때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자녀 출생신고시 어머니를 특정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비혼부의 출생신고가 제약된다는 점은 지난 2015년 이후 계속 문제로 지적되어왔고 조금씩 개선되어왔습니다. 4차 기본계획에서는 어머니를 특정할 수 없거나, 어머니가 동의하지 않아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법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 가족관계등록법57(친생자출생의 신고에 의한 이지)를 개선하여 미혼부 자녀에 대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 가능한 요건을 확대하여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고자 합니다.

제도상 진전이 이루어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러한 정책으로 실제 비혼부의 양육 선택이 증가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비혼부가 양육을 선택할 수 있게 하려면 양육비 지원, 양육법 교육 등 실질적인 지원 또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4차건강기본계획의 한계

 

본 정책을 시행하는 여성가족부와 관련해 최근 다양한 이슈가 있다. 이에 건강가정지원계획을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기획하는 기관으로서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관련해 가족학적 측면에서 이야기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4차건강기본계획에 대한 아쉬운 점은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이 정책을 시행하는 여성가족부는 여성정책, 청소년정책, 가족정책을 시행하는 부처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여성가족부의 정책을 보면, 여성정책은 강조되고 청소년정책이나 가족정책이 상대적으로 간과된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청소년정책은 국민 인식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여성정책이나 가족정책은 국민 인식보다 진보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좀 더 균형감을 가지고 여성, 청소년, 가족을 시행해야 하며, 특히 가족정책은 국민 인식, 정서, 행동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려하여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건강가정기본계획의 의미는 향후 5년 동안 우리나라 가족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하는 정책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시각으로 보자면, 이번 계획에서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타격받은 가족의 삶과 관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어야 했는데, 그런 내용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구체적인 실행에 대한 계획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계획 발표 이후, 여성가족부 차관이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가족 개념과 유산상속은 별개의 문제다.”라고 선을 그은 바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4차 기본계획으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도화하거나 혜택을 주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정책은 도입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새로운 가족을 수용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연광 기자 dusrhkd99@korea.ac.kr

황지원 기자 h950301@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