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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코로나-추석의 상념 본문
코로나-추석의 상념
어느 대학원생
9월 말에는 추석 연휴가 있었다. 평년보다 이른 추석이어서 더 그랬는지 몰라도 명절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지는 않았다. 연휴가 시작되고 나서야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려야 한다는 미션이 떠올라 추석 당일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우선 정말 연락을 드려야 할 분들께 문자를 돌렸다. 그마저도 오후가 되자 이젠 연락을 하기 조금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게으름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그만두고 말았다. 이렇게 추석을 회상해 보자니 이번 명절에는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이 정말 적다.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이다. 사람을 만날 일이 줄어들고 당분간 만나게 될 것 같지도 않다 보니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먼저 연락을 취하기가 귀찮아진 것이다. 몇 년째 대학원에서 공부 중인지라 사회적인 행동반경이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인 관계에서 코로나의 영향을 받기는 하는구나 싶다.
하지만 모든 대인 관계가 축소된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소통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은 아직 다소간의 불편함을 동반하기는 하지만 초반의 혼란에 비하면 꽤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 회의를 줌으로 진행하는 광경도 더 이상 낯설지는 않다. 상당수의 강연과 세미나도 이미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엔 온라인 플랫폼 아래 소통을 집요하게 요구한다는 느낌도 받는다. 강의를 맡은 선배들에게서 듣자 하니 공휴일 등의 이유로 수업을 못 할 경우 동영상 강의로라도 꼭 대체하라는 학교의 지침이 있었다고 한다.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는 시도하기 힘들었던 보강 형태이다. 먼 곳에 있어 회의나 세미나에 참석하기가 힘들다는 말도 핑계가 되어 간다. 이제 출장 등의 이유로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시간이 얼추 맞으면 한국에서의 행사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상상도 해 본다.
결국 이 상황은 지금까지의 소통과 연결에 있어서 알맹이는 무엇이었나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개인적인 인간관계만 보더라도 어떤 친구들과는 코로나를 이유로 소식이 뜸해졌지만 어떤 친구들과는 줌으로라도 얼굴을 보며 수다를 떨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나마 맥주 캔을 부딪친다. 돌이켜보면 전자는 어느 정도는 의례적으로 만나던 친구이고 후자는 마음을 함께 하던 친구일 것이다. 인간관계의 알맹이만 남고 곁가지들은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고 비유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 일상이 회복되어도 분리되어버린 곁가지를 예전처럼 다시 주워 모을 수 있을까 씁쓸해진다.
그런데 코로나 못지않은 위기를 대학원생들, 그중에서도 특히 인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들도 맞고 있다. 여유가 사라지는 사회에서 인문학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많이 들려오는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새삼스럽다. 대학의 입학 정원은 점차 줄고 있고 그나마 입학하는 인문학 전공 학부생들도 취업에 좀 더 유용한 다른 결의 지식을 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에 있어서도 다른 학문과의 ‘연결’이나 ‘융합’을 요구한다. 이러한 상황을 맞이한 선생님들도 난감하고 답답하시겠지만 상황을 전해 듣는 대학원생들은 한층 더 혼란스럽다. 안 그래도 내가 지금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 맞는지, 올바른 방향을 설정한 것인지, 이 공부의 끝엔 무엇이 있을지 등등 평소에도 마음의 나무를 흔드는 거센 바람이 잦은데, 이건 폭풍이 나무를 뿌리째 흔들어놓는 격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폭풍을 피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또 할 수 있는 일은 폭풍에 떨어져 나가지 않을 알맹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니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작년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논어의 한 구절로 ‘근본을 세우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라는 뜻이다. 물론 기초와 근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어디에나 적용하기 좋은 말이고 그래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이 오늘날까지 회자된다는 것은 그만큼 실천이 어렵다는 뜻이리라. 나아갈 길이 없어 보일 때면 흔히 미봉책을 먼저 세우기 마련이다. 융합이라는 명칭을 붙여 수업을 개설하고 강연회를 개최한다. 일단 봉합하는 것은 당연 필요한 일이고 그것도 결코 평이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 사태를 해결할 의향이 있다면 필히 다음 단계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인문학만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 본질을 바탕으로 학제간 소통을 활성화함으로써 고유한 연구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조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학생과 연구자, 학교 모두의 머리를 맞대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너무 순진하고 추상적인 방안으로 들리는가. 그런데 어쩌면 이러한 위기 속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순진하고 추상적인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몰두하고 지키고자 하는 바로 그 순진하고 추상적인 가치가 깃든 해결책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폭풍을 견뎌내며 나무의 뿌리는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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